우리나라의 척추이며 등뼈라 불리는 백두대간 . 이곳이 그 명칭을 듣게 된 데는 한반도를 호랑이가 뛰어오르려는 형태로 보면 그 자세를 지탱하는 척추의 위치가 백두대간과 기가 막히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
더불어 험한 산세와 높은 고봉 ,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고개들이 어우러져 울퉁불퉁한 한반도의 등뼈가 되었다 .
하지만 오늘의 목적지 대관령에서 매봉에 이르는 길은 잠시나마 지금까지의 백두대간 모습을 잊게 만든다 . 드넓은 목장과 절경이 어우러져 하이디가 뛰쳐나올 것 같은 그림이다 .
지금까지의 백두대간은 잊어라 !!
해발 1100m 를 넘는 대관령에서 선자령과 매봉을 거쳐 소황병산까지 이어지는 16.6Km 의 백두대간 능선은 겨울에도 눈이 쌓이지 않을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
한국의 알프스로 불리는 1000 만평 넓이의 대관령 고원은 백두대간 능선을 경계로 서쪽으로 광활하게 펼쳐진다 . 여름이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연둣빛 초원에서 양떼와 소떼가 한가롭게 풀을 뜯는 목가적인 풍경은 영락없는 달력 그림 . 그 평화로운 풍경을 상상하기만 해도 기분이 쾌활해진다 .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본격적인 대관령 고원 트레킹에 들어간다 .
시작은 삼양축산 대관령목장이다 . 해발 850 ∼ 1328m 의 고원지대를 수놓은 600 만평 넓이의 대관령목장엔 작은 길들이 거미줄처럼 얽혀있기에 그 어디를 가도 다양한 대관령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았던 장소를 발견해내는 재미도 상당하다 . 드라마 < 가을동화 >, 영화 < 연애소설 >, <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 < 태극기 휘날리며 > 등 많은 작품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
이 중 관광객들이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길은 선자령을 포함해 23 ㎞ . 드넓은 초원을 수놓은 황톳길에 발을 디디면 설렘에 빨라지는 걸음걸이를 깨닫게 된다 . 어린 시절 대공원의 넓은 잔디밭을 뛰어다니던 동심이 어느 결에 꿈틀대고 있다는 사실에 마냥 흐뭇하다 .
파란 하늘아래 펼쳐진 녹초도 아름답지만 몽글몽글 산안개가 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은 또 다르단다 . 20 년 경력의 산해설가의 말을 들어보면 그 이른 아침에 어렴풋 보이는 구릉과 그 구릉에서 바람개비처럼 힘차게 돌고 있는 풍력발전기의 모습은 꿈결처럼 몽환적이란다 .
거친 바람을 뚫고 정상에 오르다
해발 1100m 의 중동지역에 서면 목장은 물론 멀리 황병산과 발왕산 , 그리고 선자령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 해발 1140m 의 백두대간 능선에 있는 동해전망대는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와 대관령고원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포인트 .
대관령 고원을 대표하는 선자령은 동해전망대에서 남쪽으로 약 3.6 ㎞ 떨어진 곳에 있다 . 진달래 숲을 헤치고 선자령 정상에 서면 156 ㎞ 에 이르는 목장길을 따라 우뚝 솟은 53 기의 풍력발전기가 장관을 연출한다 . 풍력발전기는 멀리서 보면 바람개비처럼 앙증맞지만 80m 높이의 기둥 아래 서면 직경 90m 인 날개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전율을 느끼게 한다 .
풍력발전기는 강릉시의 절반인 5 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청정발전소지만 , 백두대간 능선을 벌겋게 깎아 만들어 한편으론 흉물스럽기도 하다 . 마침 한국관광공사는 훼손된 백두대간 능선을 복원하고 헐벗은 초지에 나무를 심어 환경복원 과정을 관광상품화 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추진 중이다 .
바람이 휩쓸고 간 산등성이엔 나무들이 낮게 몸을 눕혔다 . 순응한 나무들은 바람결을 따라 질서 있게 누웠다 . 마치 빗질을 해 놓은 듯 . 그 사이로 난 좁은 산길을 한참 오르면 새봉 (1,070m) 이 나온다 . 바람이 너무 세 새들도 쉬어갈 수 없다고 해서 붙은 이름 .
정상은 이제 코앞이다 . 새봉에서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한걸음에 정상으로 내달린다 . 집채만한 정상석이 일행을 맞는다 .
일행은 거친 바람 속에 펼쳐진 광활한 스카이라인에 젖어든다 . 남쪽으로 발왕산 , 서쪽으로 계방산 오대산이 북쪽에서 황병산이 장쾌한 설원을 펼쳤다 . 흐린 시야 속으로 강릉시내가 아득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 맑은 날에는 강릉앞바다의 파란 물결까지 시선에 담을 수 있다 .
규모는 대관령목장에 비할 수 없지만 새봉 아래에 자리한 한일농장 목초지와 옛 대관령휴게소 인근의 양떼목장은 대관령 고원이 숨겨놓은 비경 중의 비경 . 특히 6 만 2000 평의 드넓은 초원에 300 여 마리의 양을 방목하는 양떼목장은 아담한 언덕에 펼쳐진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떼와 들꽃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