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캐나다의 명소 로키산맥은 자연과 야생 동식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다 . 밴프 (Banff) 에서 재스퍼 (Jasper) 까지 이어지는 약 300 ㎞ 의 고속도로인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로키산맥의 웅장함과 에메랄드빛 호수 뾰족한 침엽수림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
시간이 빚어낸 로키산맥의 위용과 요정이 잠들어 있을 법한 고요한 호수는 세계 그 어느 길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이미지를 여행자에게 선사한다 . 때문에 비경을 놓치기 아쉬워 도로 한쪽에 차를 세우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
대자연은 비록 험준하지만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거대함과 아름다움으로 여행자를 인도한다 . 자연 속에서 걷고 , 타고 , 날고 , 함께 호흡하는 것이 앨버타를 느끼는 가장 탁월한 여행 방법이다 . 앨버타 (Alberta) 는 대자연의 광대한 품속으로 직접 뛰어드는 사람에게만 궁극적 희열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 그 때문인지 산과 호수를 끼고 MTB 를 타거나 트레킹과 마운틴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눈에 들어온다 .
거대한 산맥의 위용을 가슴에 품고
로키산맥의 골짜기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재스퍼는 매우 작은 도시다 . 작은데다 구획정리도 깔끔하기 때문에 지도 한 장이면 도보나 렌트카로 누구나 쉽게 돌아다닐 수 있다 . 서부영화에서 보았던 아담한 시골마을을 연상케 한다 .
사실 로키산맥에 위치한 도시에 뭐 볼게 있겠는가 ? 당연히 재스퍼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나타나는 협곡과 산줄기 , 호수가 아닐까 싶다 . 재스퍼를 방문하는 이유는 인간에 의한 작품이 아닌 자연이 만들어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데 있다 .
우선 첫 목적지는 휘슬러산 (2,277m) 이다 . 한반도 최고봉인 백두산보다 500m 가량 낮다 . 더욱이 트램웨이를 이용하니 두 손 놓고 간편하게 재스퍼 국립공원 구경이나 하면 된다 . 트램웨이는 휘슬러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로 재스퍼나 로키산맥을 조망하는데 트램웨이만큼 좋은 것은 없다 . 삼각형 형태로 조성된 재스퍼 다운타운과 기묘한 협곡이 눈에 들어온다 .
휘슬러산 정상 부근에는 트레킹 코스가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다 . 트램웨이를 통해 MTB 를 편하게 가져올 수도 있어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 가벼운 옷차림과 물병만을 손에 든 채 트레킹에 열중하고 있는 커플도 눈에 띈다 . 생각보다 트레킹 코스는 꽤 가파르다 . 하지만 트램웨이에서 내려 능선을 따라 걸음을 내디디면 바로 밑으로 거대한 로키산맥과 푸른빛 호수가 펼쳐지는 광경은 장관이다 . 평소 운동부족으로 거친 숨을 내쉬면서도 두 눈과 머리는 내 몸의 안위를 생각지 않게 된다는 점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 생각해보라 .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 . 무엇이 이보다 더 멋질 수 있을까 ?
요정들의 안식처 멀린 호수
재스퍼 인근에는 빙하가 만들어낸 많은 호수가 있다 . 패트리샤 호수나 피라미드 호수 , 세컨드 호수 등 저마다의 특색을 발하는 다양한 호수들이 여행자를 맞이한다 . 호수까지 가는 꾸불꾸불한 길 양쪽에 펼쳐 진 경관도 환상이다 . 시간상 한군데밖에 들를 수 없다면 멀린 호수를 추천한다 .
멀린 호수 (Lake Maligne) 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빙하호이고 캐나디안 로키 지역 내에 있는 호수 중 가장 크다 . 또한 워낙 맑은 물 덕분에 민물 송어와 무지개 송어의 주요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 멀린 호수의 동쪽 끝에는 스피릿 아일랜드 (Spirit Island) 라는 섬이 호젓이 떠 있는데 , 육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호수를 건너는 크루즈를 통해서만 섬으로 갈 수 있다 .
이는 멀린 호수 투어의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데 , 재스퍼의 대표 사진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니 꼭 가봐야 한다 . 캐나다 로키 지역을 대표하는 엽서나 달력의 사진에 언제나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 호수의 전체 길이는 22km, 넓이는 630 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의 호수이다 .
예정된 결말은 탄식으로 ,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재스퍼까지 와서 휘슬러 산과 멀린 호수만 봤다고 끝이 아니다 . 또 다른 자연의 위대함을 경험해야 할 일이 남았다 . 앞서 설명했듯 밴프에서 재스퍼에 이르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라 불리는 93 번 고속도로의 정확히 중간쯤 끝없는 빙하가 펼쳐지는데 이를 빼놓고 로키 산맥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ColumbiaIcefield) 라 불리는 이곳은 북극을 제외하고 지구 상에 가장 큰 빙원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 맨해튼의 5 배에 달하는 이 빙원은 밴프 국립 공원과 재스퍼 국립 공원에 걸쳐 있다 .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를 따라 자전거를 탄 관광객이 지난다 .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재스퍼 국립공원과 밴프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로 로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다 .
설상차를 타고 빙하 위를 질주하는 체험은 남녀노소 누구라 할 것 없이 탄성을 내지르게 만든다 . 만년설과 빙하가 전하는 시간의 공백은 낯설지만 이 놀라운 경험은 모든 이에게 매력적이다 .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100 여 년 후에는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가이드의 말은 보는 이의 탄성을 아쉬움으로 바꿔놓는다 .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의 어느 곳도 다시 돌아왔을 때 똑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 그렇기에 순백의 빙하가 전하는 애틋함이 더 간절하게 다가온다 .
가는 길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 , 에어 캐나다 등을 이용해 밴쿠버에 도착한 다음 ,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캘거리까지 가면 된다 . 밴쿠버 ~ 캘거리 구간의 비행 시간은 약 1 시간 . 캘거리에서 차로 2 시간 정도를 달리면 밴프에 도착한다 . 다시 밴프에서 산간도로를 따라 약 300Km 를 질주하면 재스퍼에 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