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 마인 (Rhein-Main) 지방 관광의 거점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 프랑크푸르트 ( 프랑크푸르트암마인 , Frankfurt am Main)’ 는 전통과 현대 , 역동성과 차분함 등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도시다 . 그뿐 아니라 세계적인 대문호 괴테의 문학적 정취가 느껴지는 이곳은 이미 독일을 넘어 유럽의 중심도시가 되었다 . 세련된 거리와 역사적 건축물들이 혼재하는 프랑크푸르트로 떠나보자 .
도시 중심이 간직한 중세의 문화
프랑크푸르트의 하우프트 반호프 (Haupt bahnhof) 에서부터 시작되는 중심거리에는 화려한 고층빌딩들이 즐비하다 . 하지만 그 거리를 계속해서 걷다 보면 어느새 중세의 거리가 나타난다 . 도시의 오랜 역사가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곳은 프랑크푸르트의 수많은 발자국이 이어져 고전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 걸어도 , 혹은 멈춰 있어도 그곳은 바로 역사의 한 공간이다 . 과거와 조우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순간들이다 .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역사는 자연스레 묻히고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 남아 있는 역사적 흔적의 조각들은 한데 모여 그 다음 역사를 향해간다 . 유럽 심장부의 메트로폴리스라고 불리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또한 그 조각들이 도시 곳곳에 만연해 있다 . 프랑크푸르트에서 중세의 거리를 만나보고자 한다면 그 시작점에는 뢰머 광장 ( 뢰머베르크 ) 이 있다 . 뢰머 광장을 이루는 뢰머 시청과 오래된 건물들은 중세 독일 특유의 분위기를 풍긴다 .
광장에 접하고 있는 3 개의 건축물은 폭이 좁고 지붕을 계단식으로 뾰족하게 깎아 내린 것이 특징 . 정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뢰머 시청으로 , 신성 로마제국시대에는 황제의 대관식 후의 축하회장으로 쓰였다 . 오늘날까지도 시장이 사용하는 건물이다 . ‘ 황제의 방 ’ 에는 샤를마뉴 ( 카를 대제 ) 이후 52 인의 독일 황제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어 , 황제들의 역사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 광장 중앙에는 오른손에 검 , 왼손에 저울을 들고 있는 유스티티아 (Justitia) 청동상이 있다 . 유스티티아는 정의와 법을 담당하는 로마의 여신으로 , 정의를 뜻하는 ‘ 져스티스 (Justice)’ 는 이 단어에서 비롯됐다 .
뢰머 광장을 조금 넘어서면 카이저 돔 대성당이 나온다 .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큰 성당이라는 사실을 실감할 정도로 웅장한 멋을 자랑한다 . 9 세기에 완공되었고 , 1562 년 이후 모두 열 명의 황제들이 이곳에서 즉위식을 했다 . 95m 높이의 첨탑 위에서는 프랑크푸르트의 크고 작은 건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
대성당에서 조금만 걸으면 마인강이다 . 강변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한다 . 근처 벤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 ,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 강아지와 함께 가벼운 조깅을 하는 사람들 . 서울 한강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 프랑크푸르트에서 느끼는 낯선 정겨움은 더욱 크다 . 현대적 건물들이 가득한 도시지만 , 이곳에서는 결코 도시의 번잡한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
상큼한 사과와인 (Apfelwein) 을 마시고 , 괴테를 만나다
작센하우젠 (Sachsenhausen) 으로 가기 위해 마인강의 다리를 건넌다 . 태양은 이미 저물어 가고 있다 . 짧지 않은 거리를 걸어 도착한 작센하우젠이지만 , 다른 무엇보다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어디든 들어가야 한다 . 질서정연한 목골 ( 木骨 ) 가옥들이 아기자기하게 들어선 알트 – 작센하우젠 (Alt-Sachsenhausen) 에는 점들과 다양한 맛집들이 즐비하다 . 이윽고 전통 음식점에 들어서 우선 간단히 소시지와 맥주를 주문한다 . 독일의 소시지가 유명한 건 이미 모두가 아는 사실 ! 마찬가지로 유명한 독일 맥주는 도시 혹은 마을 단위로 맥주를 담그는 법이 달라 도시 특유의 감성이 투영된 환상적인 맥주를 마실 수 있다 .
이제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끽할 차례다 . 슈바인 학센 (Schweins Haxen) 은 우리나라의 족발과 비슷한 요리로 당근과 셀러리 , 양파 등과 곁들여 나오기 때문에 맛이 담백하고 웰빙 음식으로도 알맞다 . 또 다른 족발 요리인 아이스바인 (Eisbein) 은 소금에 절인 돼지 뒷다리를 맥주에 삶은 다음 향신료를 첨가한 요리 . 돼지고기의 누린내가 적고 육질이 부드럽게 씹힌다 . 양배추를 식초에 절인 싸우어크라우트 (Sauerkraut, 독일식 김치 ) 와 감자 , 양파 드레싱이 함께 나와 푸짐한 식사를 이어갈 수 있다 .
부른 배를 문지르며 한탄하고 있기엔 아직 부족하다 . 이번엔 프랑크푸르트의 명물인 사과와인 ( 사과와인을 뜻하는 아펠바인을 프랑크푸르트 지역에서는 에벨바이 Ebbelwei 라고 부른다 .) 을 마셔볼 차례 . 프랑크푸르트 전통 사과주의 역사는 250 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할 정도로 오래됐다 . 느긋한 포근함에 휩싸여 마시는 사과와인은 톡 쏘는 상큼함과 친절한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까지 느낄 수 있다 . 빵과 과자의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브레첼 빵의 짭조름한 맛도 곁들이면 사과주와 함께 최상의 궁합이다 .
배도 부르니 이제는 세계적인 대문호를 만나러 가보자 . 다시 마인강을 건너 마인타워 (Main Tower) 등 다수의 고층빌딩을 지나면 알테 오퍼 근처에서 ‘ 괴테 하우스 ’ 를 발견할 수 있다 . 이곳은 문호 괴테가 태어난 곳으로 ,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16 년을 보냈다 . 괴테가 직접 쓴 원고나 초상화가 잘 전시돼 있어 독일인들이 괴테를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 수 있다 . 그의 대표작 [ 파우스트 ] 와 [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은 이곳 4 층에서 쓰였다 . 왠지 모르게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대작가의 문학적 열정과 혼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
잠 못 이루게 하는 도시의 매력
괴테 하우스를 나오니 이미 해가 저물어 사방은 어둑어둑하다 . 인구수가 60 만에 불과한 자그마한 도시지만 , 밤의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 화려하고 소란스러운 네온사인이 비교적 적은 고즈넉하고 운치 있는 저녁 산책이다 .
중세의 향기는 다양한 표정으로 스스럼없이 다가온다 . 현대적인 고층 빌딩들보다 작센하우젠 술집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친절한 눈빛 , 그리고 아름답게 꾸며진 괴테하우스가 더욱 인상에 남는 건 , 전통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어서가 아닐까 .
유럽 최대 규모의 공항이 있어 전 세계의 비즈니스맨들이 몰려드는 국제무역과 금융의 도시 프랑크푸르트 . 다소 딱딱하지 않을까 했던 프랑크푸르트의 이면에는 전통을 수호하고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 소박하지만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애정이 넘치는 풍족함이 있었다 .
가는 길
서울 ( 인천 ) 에서 출발하는 프랑크푸르트 직항편을 독일 항공 , 대한 항공 , 아시아나 항공이 각각 매일 운행하고 있다 .
쇼핑의 천국 차일 거리
중앙역에서 S 반으로 두 번째 역인 하우프트바혜 (Hauptwache) 에서 이어지는 거리를 조금 걸으면 보행자들의 천국인 차일 거리가 나온다 . 300m 에 달하는 긴 거리의 양쪽으로 고급 부티크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 이 거리는 고급 상점뿐 아니라 백화점에서부터 단일품 매장까지 각종 쇼핑시설이 들어서 있어 독일에서 물건이 가장 ‘ 잘 팔리는 ’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