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엔엘뉴스=박예슬기자) 시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전북 고창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 서정주를 길러낸 8 할의 바람이 머무르는 고장이 고창이기 때문이다 . 내륙에 위치해 국내 관광객들이 대부분인 한계는 있지만 갯벌과 선운산 등의 자연환경 , 미당으로 대표되는 예술 그리고 풍천장어와 복분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 하늘이 빚어낸 맑은 고장 , 고창으로 떠나보자 .
작지만 큰 고창 , 여정 첫 날
고창은 큰 도시는 아니지만 결코 작은 도시도 아니다 . 이틀 일정이면 도시 대부분을 둘러 볼 수 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 좋은 곳은 자주 와도 새로운 법 . 서울에서 고창까지는 차가 막히지 않으면 3 시간 30 분 남짓 소요된다 . 1 박 2 일의 짧은 여정이기 때문에 서울에서 오전 일찍 출발 하는 것이 좋다 . 첫 목적지는 선운산 부근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곳 . 초입에는 미당이 ‘ 어디 소쩍새 소리 좋은 방으로 안내해 주어 ’ 했다는 동백호텔이 있다 .
동백호텔의 옛 이름은 동백장 여관 , 원래 자리는 선운산 초입이 아닌 선운사 진입로 세 갈래 길에 있었다 . 1984 년 현재 위치로 여관이 자리를 옮기고도 미당은 고창에 내려 올 때마다 이곳을 찾았는데 , 예전 동백장 여관 201 호는 그의 전용실로 누구에게도 방을 주지 않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 지금도 밤이 되면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는 서정주의 시를 떠오르게 한다 .
동백호텔에 짐을 푼 후 갯벌로 유명한 하전마을로 향한다 . 하전마을은 선운사 들어올 때의 길을 되짚어 삼인교차로에서 좌회전 한 후 계속 직진이다 . 왼쪽의 현대 하전 주유소에서 400 미터 가량 더 가면 오른쪽으로 하전갯벌체험센터 표지판이 보인다 . 하전은 연간 4000 톤에 이르는 바지락 채취의 메카 , 1200Ha 에 이르는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 망둥어 잡기 , 소라 , 바지락 캐기 외 경운기를 이용한 갯벌택시 타기 , 갯벌 축구장과 씨름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볼거리들이 준비되어있다 .
아이에게는 체험놀이학습 , 어른에게는 조개 캐기 , 머드 팩 등의 추억을 만들 수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다 . 장소 특성상 여벌옷은 필수로 준비해야 하며 자외선 차단제와 모자가 없으면 겨울까지 까무잡잡한 피부를 볼 수 있다 .
샤워시설은 체험장 내 마련되어 있다 . 바지락 캐기 체험과 갯벌 관광은 2 시간가량 소요되며 가격은 성인 1 만원 , 소인 6 천원이다 . 갯벌에서 뒹굴며 즐겁게 시간을 보내면 1 시 가량이 된다 .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게 먹을 것 아닌가 . 국내 최대 바지락 산지에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지 않는다면 안 될 얘기 ! 인심도 후해 국수 보다 바지락이 더 많은 독특한 칼국수를 맛볼 수 있다 . 오전 일찍 출발하고 갯벌에 빠져 무료 머드팩도 즐기면 체력에 자신 있는 사람도 지치기 마련 . 내일의 일정을 위해 숙소로 일찍 들어온다 . 동백호텔 근처에는 선운사와 생태숲도 있으니 책 한 권 읽으며 오후의 여유를 즐겨도 좋다 .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남자들은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 고창에는 풍천이 있고 풍천은 장어 ! 또 , 한 가지 군침 도는 것은 복분자주도 마실 수 있다는 것 . 쫄깃한 장어의 육질과 달콤한 복분자 술 한 잔 생각에 피로는 사라지고 몸은 이미 식당으로 달려가고 있다 . 마침 근처에는 장어로 유명한 식당이 있다 . 연기식당은 오늘 하루 두 번이나 지나쳤던 삼인교차로 강가에 위치하는데 , 40 년 넘게 장어요리를 전문으로 한 곳으로 미식가와 애주가 사이에선 소문이 자자하다 . 양식 장어는 1 만 8 천원 , 자연산은 2 만 5 천원 . 가격 변동이 있으니 사전에 연락을 하고 가는 것도 좋다 .
‘ 풍천장어 ’ 의 풍천은 지명이 아니다 . 풍천은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 , 그 언저리를 의미하는 말로 이곳 장어는 강 중 · 상류에 사는 것 보다 힘이 좋아 보양식으로 불린다 . 복분자는 나무딸기의 일종으로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다 . 이 열매로 술을 빚을 때는 남자는 출입을 금하고 여성만 참여 했는데 음양의 이치에 따라 남성의 기를 보한다고 전해진다 . 복분자 라는 말도 이 술을 마시고 요강이 엎어졌다는 의미에서 따온 말이다 . 장어와 복분자 모두 남녀 구분 없이 좋지만 특히 남성에게 좋다고 하니 식사 후 선운사 부근을 뛰고 와도 좋겠다 .
예술과 문화가 숨 쉰다 , 여정 둘째 날
전 날 밤 그렇게 뛰었건만 피곤하지가 않은 것은 복분자와 장어의 힘이다 . 아침밥은 1 층 동백식당을 추천한다 . 반찬은 10 여 가지가 나오며 산에서 나는 신선한 나물 반찬이 인상적이다 . 다른 식당과 큰 차이가 없는 식단이지만 이곳 아주머니들 손맛은 주변에서 유명해 같은 식재료지만 정성이 깃든 음식임을 알 수 있다 . 속도 든든하고 가볍게 선운산 산책을 가는 것도 좋다 . 선운산은 네 가지 코스가 있지만 많은 관광객이 1 코스를 선호한다 . 거리도 짧고 힘도 많이 들지 않는다 .
짧다지만 왕복 3 시간의 코스로 진흥굴이나 도솔암 까지만 가는 것이 산책 코스로는 좋다 . 서울로 돌아갈 준비를 한 후 갈 곳은 ‘ 미당 시 문학관 ’ 이다 . 가는 방법은 삼인교차로 좌회전 후 용선 삼거리에서 질마재 방향으로 직진하고 선운리 삼거리에서 오른편으로 미당시문학관 이정표가 보인다 . 시간은 15 분가량 걸려 선운산에서 가깝다 .
미당 시 문학관은 2800 여 평 규모로 폐교를 개조해서 설립됐다 . 문학관은 크게 네 채의 건물이 있는데 중앙의 높은 건물과 왼편에 한 채 , 오른편 두 채가 있다 . 전망대에서는 미당의 생가가 보이며 미당을 키워낸 질마재 바람을 느낄 수 있다 . 전시관에는 미당이 생전에 쓰던 물품과 서재가 복원 되어 있으며 육필 원고도 볼 수 있어 문학도들은 꼭 와봐야 할 장소다 . 매월 11 월경에는 개관기념일을 맞아 미당문학제도 열리고 있다 . 동국대학교과 문학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데 미당문학상 수상 및 백일장 , 시낭송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된다 . 지난 19~20 일에 열린 ‘ 옛 길 복원 걷기 행사 ’ 에 200 여명이 넘는 많은 인원이 참석해 성공적인 행사를 치루기도 했다 . 2004 년부터는 국화꽃을 주변에 심어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를 생각나게 한다 . 지금은 고인이 되어 국화가 만발한곳 , 가까운 선산에 묻혀 잠들어있다 .
미당시문학관을 뒤로하고 찾아간 곳은 아산면 구암마을 , 이곳에서는 복분자 체험을 할 수 있다 . 6 월 26 일경 까지는 복분자를 수확하니 시기가 맞으면 술을 담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 또 지난 18~20 일에는 제 6 회 복분자 푸드 앤 와인 페스티벌이 선운산 도립공원과 반암마을에서 열렸다 . 복분자 따기와 음료 , 요리 만들기 , 장어 잡기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어 많은 관광객이 입과 눈이 즐거운 행사였다 .
아이들과 함께라면 고인돌 유적지도 가볼만한 곳이다 . 죽림리 , 상갑리 일대는 현재 550 여기 가량이 있으며 이전에 파괴된 기수를 추정하면 1000 여기에 달한다 . 이는 동양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분포로 ,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 되어 있다 . 아이들은 국사책이나 역사책에서만 읽어오던 고인돌을 만지고 볼 수 있으며 고인돌 공원과 마을도 있어 새끼줄 꼬기 , 황토 염색 등의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
고창에는 조선시대에 축조된 읍성이 있다 . 고창읍성이라고 부르며 모양성 ( 牟陽城 ) 이라 불리는 이 성은 둘레 1684m, 높이 4~6m, 면적은 5 만여 평으로 전략적 시설이 들어서 있다 . 성의 건축에는 여러 설이 있는데 유력한 것은 계유년에 축조되었으며 무장현이 축조에 참여했다는 것이다 . 또 , 이성에는 재미있는 유래가 내려온다 . 머리에 돌을 이고 성을 돌면 무병장수 하고 극락왕생한다는 내용 , 성 밟기는 저승 문이 열리는 윤달 특히 , 3 월 윤달이 가장 좋다 전한다 . 겨우내 부풀어 있던 성을 견고하게 하기 위함이며 머리위의 돌은 한 곳에 쌓게 한 것은 유사시 석전에 대비한 것으로 조상의 지혜가 엿보이는 성이다 . 관람료는 성인 1 천원 , 청소년 군인은 600 원 , 어린이는 400 원이다 . 다 돌아보는데 1 시간 걸리며 전문가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
전북지방은 국내 관광의 천국이다 . 유물과 사적지는 아이 동반의 가족 중 어른에게는 국사를 공부했던 기억과 추억들을 , 아이들에게는 현장학습의 즐거움을 준다 . 맛좋은 전라도 음식과 특유의 친절함은 고창을 찾는 관광객에게 오감을 넘는 육감의 즐거움을 준다 . 마지막 육감이 뭐냐고 묻는다면 ‘ 다음에는 어떤 곳으로 갈까 ?’ 하는 기대감이다 .
맑은 물에서 빚어진 복분자술과 바다와 강이 만나는 풍천의 장어 , 미당의 삶과 죽음이 함께 있는 곳 고창 , 더 이상 동떨어진 곳이 아닌 우리 마음속 고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