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산반도 ’ 라 하면 거기가 어딘지 생소한 사람들이 많을 터 . 그러나 한국에 살면서 이곳을 한 번도 여행하지 않았다면 그것만큼 손해도 없다 . 바다를 삼면에 둔 변산반도는 더할 나위 없는 여행지며 , 최고의 휴양지다 . 어디 바다뿐인가 . 보기만 해도 시원한 폭포를 품고 있는 산도 있다 . 한반도 안의 작은 반도 , 변산반도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
폭포를 품은 ‘ 변산 ‘
변산반도는 전라북도 서남부의 서해안에 돌출한 반도로 동쪽은 김제시 · 정읍시 , 북쪽은 부안만 , 남쪽은 곰소만 , 서쪽은 황해에 접한 지역이고 , 그 범위는 대체로 부안군의 면적과 일치한다 . 그렇기 때문에 변산반도로 가는 종착역은 부안이 된다 .
본격적인 반도여행을 떠나가기 전에 알아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 ‘ 카메라를 두고 오는 것 ’ 이다 . 바다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급급해 하는 시간 대신 , 천천히 오래도록 눈 안에 담는 시간이 훨씬 감동적이기 때문이다 . 카메라를 두고 오면 처음에는 뭔가 모를 상실감에 여행지 곳곳에서 불안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 곧 카메라에게서 벗어난 자유로움을 한껏 만끽할 수 있다 .
문명의 이기란 것이 참 그렇다 . 없으면 안 될 것 같지만 막상 없으면 별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그래도 ‘ 남는 것은 사진이다 ’ 이라고 믿고 있는 여행자들은 동행하는 사람이 사진을 찍는다는 데에는 굳이 말리지 말 것 .
부안역에서 내려 적당한 민박집을 잡아 짐을 풀고 , 변산으로 가는 버스를 타면 변산반도 여행의 첫 여정이 시작된다 . 반드시 민박집을 먼저 잡고 여행을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다 . 배낭여행도 나름의 낭만이 있지만 여름에 하기에는 틀림없이 곤혹스럽기 때문이다 . 민박집은 그다지 깔끔하거나 넓진 않지만 2 만 5000~3 만원 사이의 가격대로 방을 잡을 수 있다 .
변산에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 직소폭포 ’ 를 품고 있다 . 또 산이면서 바다와 직접 닿아 있어 모래해안과 암석해안 , 울창한 산과 계곡 및 사찰이 뛰어난 경관을 자랑해 일찍이 한국 8 경의 하나로 꼽혔다 . 특히 변산반도 내부의 남서부 산악지를 내변산 , 그 바깥쪽 바다를 끼고 도는 지역을 외변산이라고 할 정도로 안과 밖이 매우 다른 매력을 지닌 산으로 유명하다 .
최고봉의 의상봉 높이는 508m 로 낮지만 , 쌍선봉 · 옥녀봉 · 관음봉 · 선인봉 등 400m 높이의 봉우리들이 계속 이어지고 골이 깊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 내변산에서는 직소폭포와 2 개 바위로 된 울금바위 , 울금바위를 중심으로 뻗은 우금산성을 볼 수 있다 .
또 가마소 · 봉래구곡 · 분옥담 · 선녀당 · 가마쏘 · 용소 · 옥수담도 놓칠 수 없는 명소니 꼭 찾아서 들러 볼 것을 권한다 . 변산은 높이가 508m 로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다 .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탔다가는 큰 코 다친다 . 여기서 또 여행팁 하나 들어간다 . 변산반도를 여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변산을 타기로 결정을 내렸다면 , 등산복까진 아니더라도 등산화는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
가벼운 마음으로 산을 타기에는 산이 의외로 가파르고 암벽이 많다 . 준비하지 않았다가는 ‘063 119’ 를 저절로 마음속에 새기게 될지도 모른다 . 또 오르는 동안 미끄러지면서 돌멩이들과 파이팅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 파이팅 , 파이팅 , 파이팅 !
변산의 최고봉까지 오르기에는 이 여름이 너무 혹독하고 , 직소폭포까지가 딱 적당한 높이다 . 그러나 직소폭포까지도 3.5Km 이므로 기본적으로 산 타는 것을 좋아하는 여행자에게 이 여행 코스를 추천한다 . 만약 등산을 즐기지 않는 여행자가 변산을 오르고 직소폭포를 봐 봤자 자칫 허무해 질 수가 있다 . 고생한 만큼의 멋진 폭포를 기대한다면 아마도 나이아가라폭포쯤은 되어야 만족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
그러나 산을 오르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여행자들은 눈앞에 펼쳐진 20m 높이 직소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에 탄성을 내지르게 될 것이다 . 게다가 떨어지는 물줄기 바로 아래 , 웅덩이에서 시원하게 땀을 씻는 순간을 상상해 보라 . 폭포가 떨어지는 바로 밑 웅덩이의 물 깊이가 다소 깊어 주의해야 한다 . 산을 다시 내려오게 되면 산 아래에 위치한 내소사라는 절도 있으니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잠시 들러보는 것도 좋다 .
‘ 채석강 ’ 과 ‘ 적벽강 ’ 은 강이 아닙니다 !
부안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푼 민박집의 위치는 채석강 주변이 좋다 . 왜냐하면 변산을 오르고 난 뒤의 다음 여정이 채석강이기 때문이다 . 반도여행에 뜬금없이 어디서 나타난 강인가 싶다 . 채석강이라 …… .
그곳은 바다다 . 중국의 시인 이태백이 아름다움에 반해 스스로 삶을 마감한 한 , 중국의 채석강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숨 막히게 아름답다는 표현은 이곳 , 채석강에서 나왔을 것이다 . 채석강은 다른 바다와는 확실히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
표현할 단어를 찾자면 , 참으로 동양적이고 정적인 바다다 . 떨어지는 낙조는 낙조답게 , 적당한 외로움을 안고 찬란하게 바다로 떨어진다 . 그 순간에 태어난 수많은 , 아름다운 전설과 이야기는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 산을 타느라 땀에 흠뻑 젖은 몸을 바닷물에 풍덩 담그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터 .
부안에는 또 드라마 ‘ 불멸의 이순신 ’ 촬영지도 있으니 이 드라마의 팬이었다면 , 채석강으로 돌아오기 전에 한번쯤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지금까지의 일정이면 하루가 훌쩍 지나고 날이 어둑어둑 해진다 . 채석강 주변의 민박집에서는 코펠과 식기도구를 빌려주니 직접 밥을 해먹을 수 있다 .
다음날이 되면 전날에는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으로 몸이 무거울 것이다 . 그렇기 때문에 1 박 2 일의 여행은 항상 첫째 날의 일정을 많이 계획하는 것이 좋다 . 마지막 여행지가 될 적벽강은 채석강에서 2Km 정도 떨어져 있다 . 이쯤 되면 눈치챌 것이다 . 적벽강 역시 중국의 강에 비교한 바다가 분명함을 ! 아무리 중국이 크다고는 하나 바다보다 강이 더 드넓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예상이 적중하면 피해의식이 안 들래야 안들 수 가 없다 .
어쩔 수 없는 , 뭔가 모를 씁쓸함을 안고서 걸어가는 2Km 의 적벽강 가는 길은 온 사방이 갈대밭으로 더 없이 한적하고 조용해 , 분개했던 마음마저 누그러지면서 잔잔한 평화로움이 마음을 감싼다 . 전 날 변산의 직소폭포까지 왕복 7Km 를 완주했으니 , 적벽강으로 가는 길 정도는 산책길처럼 느껴질 것이다 .
적벽강은 영화 쉬리의 마지막 장면을 연상케 한다 .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작은 벤치가 마련돼 있고 , 그 바로 앞에는 나지막한 울타리가 길게 세워져 있다 . 벤치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 적벽강을 한껏 여유롭게 만끽했다면 다시 부안버스터미널로 돌아오면 변산반도여행 1 박 2 일의 일정이 마무리된다 .
터미널로 돌아오는 길에는 지난해 4 월 완공된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생긴 드넓은 땅을 볼 수 있다 . 새만금간척사업 당위성의 대한 생각 이전에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랄 수밖에 없다 . 호수를 포함한 땅의 규모는 4 억 100 만 ㎡ 에 이르고 여의도 면적의 140 배 , 서울시의 3 분의 2 에 이른다 . 이 땅을 두고 군산 , 김제 , 부안이 한창 치열하게 확보 경쟁을 하고 있다는 후문 .
만약 부안터미널에서 경남권으로 돌아가는 여행자들은 바로 가는 차편이 없기 때문에 광주를 거쳐서 가는 길이 빠르다 . 변산반도에는 소개해준 여행지 외에도 경사가 완만한 변산해수욕장을 비롯해 고사포 해수욕장 , 격포해수욕장 등 여름철 휴양지가 많으니 , 직접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코스를 짜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다 .
또 변산반도 서부에 있는 변산산괴를 중심으로 국립공원도 있어 ,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에도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
추천 여행일정
부안버스터미널 – 변산 – 직소폭포 – 내소사 – 불멸의이순신 촬영지 – 채석강 – 민박집 (1 박 ) – 적벽강 – 새만금간척사업부지 – 부안버스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