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세기 만에 자신의 나라를 되찾은 곳이 있다 . 반세기 동안 나라를 잃었던 한국의 지난 역사를 뼈아픈 역사라고 한다면 그 나라의 역사는 어떤 역사가 될 것인가 .
그럼에도 그 곳은 험준한 산 , 비옥한 계곡 , 드넓은 강과 함께 그들만의 문화를 지키며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 아직 문명의 때를 타지 않아 순수한 문화를 간직한 곳 , 낯선 이름의 나라 슬로바키아다 .

성을 이어주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을 따라서
슬로바키아는 중부유럽에 위치한 국가로서 북쪽으로는 폴란드의 평원 , 남쪽으로는 헝가리 , 서쪽으로는 체코와 오스트리아 , 동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접해 있다 . 슬로바키아가 유럽여행지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탓에 여행의 시작은 바로 이 나라의 낯선 이름부터가 된다 .
5 세기경 슬라브족이 슬로바키아와 체코 지역에 정착해 슬로바키아가 형성됐지만 , 후에 끊임없는 침략과 지배로 1993 년에서야 비로서 체코와 분리 독립할 수 있었다 .
반세기 동안의 일제치하 역사가 아직까지도 한반도에 피 끓는 고통과 굴욕의 역사로 남아있음에 , 15 세기 만에 나라를 되찾은 슬로바키아인들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심연을 짐작해 보게 된다 .
한 나라의 수도라 함은 편리함과 화려함으로 상징되기 마련이지만 브라티슬라바만큼은 특별하다 . 슬로바키아 남부 도나우강 연안에 위치한 인구 50 만 명의 이 도시는 ‘ 수도 ’ 라는 타이틀이 주는 이미지가 오히려 흠이 된다 .
체코와 오랫동안 연방국가로 함께 하면서 체코의 문화와 풍습이 녹아 있으면서도 3 세기 가량 지배국 헝가리의 수도역할을 해 왔으며 , 교역과 문화가 꽃을 피운 흔적이 고스란히 보인다 .
특히 구 시가지는 소박하면서도 자유로운 동유럽 특유의 분위기를 담고 있다 . 자유를 연상케 하는 모든 것들은 슬로바키아의 트라우마로 남아 설령 그것을 지키지 못할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오더라도 영원할 것이다 .

구 시가지의 입구에 자리한 미카엘문은 탑과 같은 형태의 문으로 원래는 성벽의 일부였으나 현재는 구 시가지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고 있다 . 흰색 기둥에 푸른빛을 띠는 청동 지붕으로 뒤덮인 미카엘 문을 두고 양 옆으로 중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당시대로 들어선 느낌이 든다 .


구 시가지에서 들어서면 월트디즈니에서나 등장할 법한 ‘ 옛날 옛날 그 옛날 왕비가 살았던 성 ’ 들이 도처에 보인다 . 숲에 둘러싸여 저 멀리 보이는 옛 성들과 그 성을 이어주는 구불구불한 오솔길의 광경은 그 길을 걷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마음을 울린다 . 그 아래 나지막하고 아기자기한 세모 지붕 집에는 성실한 백성들이 살고 있을 것이다 .
구 시가지와는 다소 먼 거리에 있지만 브라티슬라바와 도나우 강의 전망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브라티슬라바성은 도나우강 기슭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 브라티슬라바성은 그 앞을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조차 어울리지 않는 이질감으로 다가올 정도로 고풍스럽다 .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성은 과거 로마의 변방을 지키는 요새로 사용됐지만 현재는 시립박물관과 의회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
바다의 눈을 품은 중부유럽의 알프스 , 타트라
고지 타트라는 카르파티아 산맥에서 가장 높고 가장 큰 산맥이다 . 빙하에 의해 형성된 봉우리들은 그 모양이 매우 독특하고 흥미롭다 . ‘ 바다의 눈 ’ 이라고 불리는 빙하호를 품고 있는 계곡과 습곡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
타트라의 롬니츠키산까지는 정상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다 . 케이블카를 타고 가며 정상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면 아찔하면서도 한눈에 숲속을 가르는 기분이 상쾌하다 . 가시거리가 좋은날 롬니츠키산 정상에 있는 기상관측소에서 한눈에 보는 슬로바키아의 풍경도 빼놓을 수 없다 .
타트라의 정상에 있는 천연호수는 빙하기 시대에 남겨진 유물로 산에는 수백 개의 천연 호수가 넓은 지역을 뒤덮고 있다 .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는 모드레 호수로 해발 2192 미터 되는 곳에 있다 .
주변 산 정상에서 발생하는 그림자로 인해 호수에 있는 물은 자칫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어두운 푸른색을 띄고 있다 . 이 호수로 갈 수 있는 가장 쉬운 길은 스카르나떼 호수나 스타리 스모크베츠의 관광 센터 위에 있는 흐레비엔노크에서 출발하는 길이다 .
슬로바키아의 산위에 영롱한 호수가 있다면 산 아래에는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독특한 동굴들이 있다 . 슬로바키아처럼 다양하면서도 방대한 카르스트 지형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 이 동굴들 중 12 개가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
특히 아름다운 예사바와 스티트닉 주변지역에 있는 , 일명 아라고나이트 동굴은 매우 특이한 자연현상으로 유명하다 . 동굴 내부는 회선형 아라고나이트와 바늘 모양의 크리스털로 이루어져 있으며 , 머리 위의 동굴 천장에는 산호초와 말미잘처럼 보이는 형상물이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
이러한 형상물들은 탄화칼슘의 화학적인 결정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독특한 기후적인 여건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
가장 최근에 공개된 곰바세츠카 동굴은 로즈냐바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 이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지하에 사원과 같은 형태를 지닌 경이로운 방이 보인다 . 특이한 점은 말려져 있는 모양의 얇은 온천 침전물이 크게는 3 미터 정도의 길이까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 신비롭게 생긴 여러 가지 형태의 많은 종유석과 석순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탑 형태 , 버섯구름 형태의 암석들과 커튼처럼 구불구불한 형태의 위대한 자연 조각이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
여행팁
현재 한국에서 슬로바키아를 연결하는 항공편은 없기 때문에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나 체코 등을 경유해서 이동해야 한다 .
슬로바키아의 주요 도시와 인근 유럽을 연결하는 철도가 깔려있다 . 또한 슬로바키아 전역을 운행하는 버스는 물론 독일 , 헝가리 , 오스트리아 등 인근 국가까지 운행하는 장거리버스가 있어 쉬운 접근이 가능하다 .
슬로바키아를 여행할 때 배편과 철도 , 버스 등을 적절히 이용하면 더욱 색다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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