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식량 부족으로 피난지에서 죽느니 차라리 제 조국인 남수단으로 돌아가서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 우간다의 한 난민촌에서 만난 실향민 남성의 인터뷰.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오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충분한 식량 지원을 위해 더 많은 자금 확보가 조속히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식량 배급량 삭감이 아이들을 다양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드비전이 발표한 보고서는 자금 부족으로 인해 구호 기관이 겪는 식량 배급량 삭감 결과를 보여준다. 난민과 취약 가정은 식량 배급량 삭감으로 인해 매달 필요한 칼로리의 극히 일부만 지원받거나 아예 배급 대상에서 제외돼 급격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아동 조혼 및 아동 노동, 정신 건강 위험 증가로 이어져 주의가 더욱 요구된다.
식량 배급량 삭감 이전에는 하루 평균 두 끼를 먹던 아동들이 2024년 1월에는 몇 끼를 먹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부분은 전날 한 끼 또는 식사를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가족 구성원 중 굶주린 채로 잠자리에 드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로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에 달했으며, 밤낮으로 한 끼도 먹지 못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46%에 달했다.
메리 은제리(Mary Njeri) 월드비전 글로벌 기아 대응 책임자는 “기후 변화와 분쟁, 코로나19로 인해 3,8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기아에 직면해 있으며 인도적 지원은 이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라며 “부모는 이러한 상황에 음식을 구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을 노동에 내몰고 결혼을 시키거나 또는 자살을 고려하는 경우도 있다”고 경고했다.
뿐만 아니라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동 조혼과 성폭력, 아동 노동, 아동 인신매매의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다. 응답자 중 41%가 아동들이 가정에서 폭력과 방임, 학대를 당하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이 중에서도 배급량 삭감으로 인해 소녀들이 조혼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응답한 부모는 30%에 달했다. 동일한 질문에 아프가니스탄은 97%에 달했으며 우간다 비디비디 난민촌에서는 75%의 가족이 미성년 소녀가 임신으로 인해 학교를 그만두게 됐다고 응답했다.
메리 은제리 책임자는 “필수적인 구호 지원을 시급히 늘려야 하며, 그와 동시에 아이들이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가족들이 농사를 지으며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분쟁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20%가 정신건강 장애를 경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코로나19 기간 동안 식량 안보가 부모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정신 건강과 관련한 어려움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량지원 확대 뿐만 아니라 가장 취약한 가족을 위해 정신 건강 보호 및 교육지원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명 중 1명 이상이 너무 절망적이어서 더 이상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성인의 절반은 대부분 또는 어느 정도 그런 감정을 느낀다고 답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97%에 해당되는 성인이 정신 건강 장애의 위험에 처해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다른 분쟁 피해 인구의 유병률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이며, 레바논(89%)의 4배, 우간다(79%)의 3배 이상 높은 비율을 보였다.
조명환 한국월드비전 회장은 “21세기에 아직도 굶주리는 아동들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며 ”전 세계 지도자들은 분쟁을 해결하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며, 피해 아동과 가족에게 필요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조속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월드비전은 유엔(UN) 세계식량계획(WFP)의 최대 협력 파트너로, 세계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수년간 노력해 오고 있다. 지난해 월드비전은 세계식량계획과의 협력 사업을 포함해 총 46개국 2천만 명 이상에게 식량과 현금 지원을 제공한 바 있다.
* 보고서 설문 대상 : 아프가니스탄,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촌, 콩고민주공화국의 난민과 수용공동체, 레바논 내의 시리아 난민들과 수용 공동체, 소말리아의 난민들과 수용 공동체, 우간다 비디비디 정착촌의 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