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 ‘절규’, 정말 연휴 탓일까? – 감정 보도의 한계를 묻는다

황금연휴마다 반복되는 보도 프레임이 있다. “떠난 사람들과 남겨진 자영업자의 절규.”
하지만 과연 긴 연휴는 진짜 문제의 원인일까?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매번 사회나 정부 탓으로만 귀결되는 보도는 현실의 본질을 정확히 짚고 있는가.

공항은 북적, 매장은 썰렁… 반복되는 연휴의 양극화

5월 황금연휴 동안 국내 항공 여객 수는 약 311만 명에 달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4월 30일부터 5월 6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만 148만 명, 지방공항은 163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추산된다.

근로자의 날과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이 포함된 최장 7일간의 연휴는 많은 시민들에게 ‘해외여행의 기회’였다. 여행업계도 실적 개선을 체감했다. 주요 여행사의 패키지 예약률은 전년 대비 30~40% 이상 증가했다.

‘텅 빈 가게’, 자영업자의 절규는 반복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도심 상권은 비교적 한산했다. 일부 언론은 “절규”, “찬바람 부는 시간” 등의 표현을 써가며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감정적으로 조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는 설 연휴, 추석, 여름휴가철 등 ‘장기 휴일’ 때마다 반복돼 온 익숙한 서사다. 문제는, 이 같은 감성적 프레임이 구조적 원인 분석 없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연휴 탓인가, 대응의 문제인가

소비자는 점점 더 경험 중심 소비, 해외 소비, 온라인 소비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단지 체감 상의 변화가 아니라, 수치로도 드러난다.
예컨대 올해 설 연휴 기간 동안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주 대비 34% 감소했고, 해외 출국자는 팬데믹 이전보다도 많은 297만 명에 달했다.

이러한 소비 흐름은 연휴 때문이 아니라, 선택의 방식이 바뀐 결과다. 내수 감소의 책임을 단순히 ‘연휴’나 ‘정부 정책 부재’로 돌리는 것은 현실을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접근이다.
실제로 많은 자영업자들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인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분명 존재한다. 연휴 기간 지역 관광지와 전통시장 연계 할인행사를 통해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은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구조적인 소비 흐름을 바꾸기 어렵다. 국민의 선택은 더 이상 정책 하나로 유도되지 않는다.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뭘 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소비자 주권은 그 어느 때,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력해졌다.
급등한 물가, 반대로 곤두박질친 서비스 마인드.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되어 사람들의 발걸음을 해외로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쯤 사회와 언론, 그리고 자영업 스스로가 직시하게 될까.

감정보도에서 통찰보도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매번 ‘절규’라는 표현만으로 이를 소비자와 정부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보도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연민이 아닌 통찰이다.
연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연휴를 기회로 바꾸지 못하는 구조와 전략의 한계가 문제일 수 있다.
이제 언론도 감정의 반복에서 벗어나, 현실을 더 깊이 있게 읽어내는 역할을 다해야 할 때다.

이만재 기자 l 미디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