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네이버 뉴스의 편향적 편집과 받아쓰기 기사에 식상했던 독자들은 한때 구글 뉴스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지금의 구글 뉴스는 그 기대에 전혀 부응하고 있지 못하다. .‘AI 기사’, ‘보도자료 기사’, ‘현장 없이 체험한 척 하는 기사’들이 상단을 도배한다. 클릭과 반응은 많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기록도, 언론의 책임도 없다.
‘직접 다녀왔다’는 문장의 함정‘
직접 다녀왔다’는 문구로 시작하는 기사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쏟아진다. 처음엔 신선했지만, 지금은 하나의 낚시 문구가 되어버렸다. 실제로는 보도자료를 편집했을 뿐인데, 마치 직접 발로 뛴 것처럼 포장한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체험 포맷의 범람
군사 분야의 경우, 한 채널이 마치 기자가 전 병과를 경험한 듯한 기사들로 구글 뉴스의 상단을 장악했다. 이후 유사한 ‘1인칭 체험형 기사’가 무더기로 쏟아졌고, 이는 하나의 포맷처럼 번식하고 있다.
조회수는 많지만, 신뢰는 없다 – 독자 반응 요약
“기자가 매번 군 복무를 한 것인가?”
“매번 본인이 체험했다더니, 똑같은 표현 아닌가?”
“사진 한 장 없이 체험기라니…”
“언론의 신뢰는 이제 남아 있지 않다.”
조회수는 많았지만, 신뢰의 기반은 무너진 상태였다.
여행 기사도 다르지 않다
여행 기사도 예외는 아니다. 실제로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보도자료를 재가공해 마치 기자 본인이 직접 발로 뛰고 경험한 것처럼 묘사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사진 한 장 없이 ‘현장감’을 운운하고, 체험이라는 말로 독자를 유인한다.
교통편, 행사 일정, 숙소 정보 등을 보도자료 그대로 옮겨놓고도 ‘직접 보고 느낀 점’이라는 형식으로 감성을 얹는다. 이러한 기사들은 구글 뉴스에서 종종 상위에 노출되며, 진짜 여행자가 쓴 진심 어린 여행기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독자는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사진은 왜 없나요?”, “직접 다녀왔다면서 왜 블로그에도 흔적이 없나요?”, “이 기사 어디서 많이 봤는데요?” 같은 반응은 여행 기사에도 반복된다. 결국 뉴스 플랫폼 전체가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구글 뉴스 알고리즘은 왜 이런 기사를 띄우는가
구글 뉴스는 기사 선정에 있어 ‘클릭률, 체류 시간, 반응성’을 핵심 지표로 삼는다. 이 구조는 정보의 신뢰도보다 사용자의 반응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결국 과장된 제목과 체험을 가장한 기사들이 알고리즘상 상위에 배치된다. 이는 언론 생태계 전반을 ‘낚시성 콘텐츠 생산 경쟁’으로 몰아가는 구조다.
해외 언론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프랑스 AFP: AI 생성 기사에 ‘자동생성’ 고지 의무화
- 일본 요미우리: 기자 실명 기사에 ‘현장 방문 여부’와 ‘인터뷰 유무’ 표시
- EU 디지털서비스법: 플랫폼에 뉴스 출처 표시 및 허위정보 대응 책임 부여
반면 한국 구글 뉴스 환경은 이러한 장치들이 전무한 상태다.
알고리즘은 뉴스포털 편집배열 책임자가 아니다
뉴스는 클릭을 위한 콘텐츠가 아니라, 사회와 사람을 잇는 연결 고리여야 한다. ‘직접 다녀왔다’는 말장난으로는 진짜 현장감이 만들어질 수 없다.
기자가 진짜 발로 뛴 이야기, 사람과의 만남, 출처와 사실을 기반으로 한 구성만이 플랫폼의 신뢰를 지키고, 언론의 본질을 되살린다.
뉴스는 클릭이 아니라, 신뢰로 완성된다.
뉴스가 콘텐츠가 되는 순간, 사회는 방향을 잃는다.
이제 우리는 진짜 기사를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구글 뉴스가 아니라, 우리가 뉴스의 기준이 되어야 할 시간이다.
미디어원 l 이만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