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외교의 붕괴
세계적 권위를 자처하는 TIME이, 이번엔 저널리즘 대신 홍보대행사의 글쓰기를 택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새로운 개혁가’로 포장하며 커버스토리를 장식했지만, 그 뒤에 숨은 외교 고립과 동맹 균열은 단 한 줄도 다루지 않았다.
TIME은 이재명의 유엔 연설을 화려하게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맥락은 빠져 있었다. 미국과의 갈등, 통화스왑 거절, 아르헨티나에는 제공된 긴급 금융 지원이 한국에는 배제된 사건, 25% 관세라는 경제적 대가. 이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보여주는 결정적 단서였지만 TIME은 침묵했다. 단순한 누락이 아니라, 의도적 삭제에 가깝다.
TIME은 또 이재명의 ‘친환경·기후변화 대응’ 발언을 긍정적으로 포장했다. 그러나 같은 연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반(反) PC, 반기후 이념, 반친환경 보조금”을 천명하며 국제사회에 현실적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와 정면 충돌하는 발언을 한국 대통령이 했다는 점은 외교 질서에 심각한 파장을 남겼다. TIME은 이를 알면서도 외면했다.
외교적 결례 역시 지워졌다. 대통령이 140여 개국이 참석한 만찬을 외면한 사건, 김혜경 여사가 멜라니아 트럼프 주최 행사를 갔다며 거짓 해명을 했다가 들통난 사건. 외교 신뢰를 흔드는 장면들이었지만, TIME은 그저 ‘퍼스트레이디의 행보’를 미화하는데 그쳤다.
국제 언론들의 평가와는 전혀 다르다. 르몽드(2025.9.22)는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과의 회담을 취소하고 언론 인터뷰를 택한 것은 한국 외교의 위상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2025.9.23)은 *“트럼프가 아르헨티나엔 스왑을 제공하면서 한국을 거절한 것은, 워싱턴이 서울을 ‘친중 성향’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 분석했다. 국제사회가 경고음을 울리는 동안, TIME은 오히려 찬가를 불렀다.
언론의 사명은 권력자를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커버스토리에서 TIME은 기자가 아니라 홍보대행사처럼 행동했다. 그 결과 독자는 진실이 아니라 환상을 소비하게 됐다. 글로벌 미디어라는 이름을 스스로 깎아내린 셈이다.
2. 경제의 붕괴
TIME이 감춘 또 다른 현실은 경제다. 한국 경제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환율은 이미 1,430원을 돌파했고, 시장은 1,500원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 번째로 맞이하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그러나 TIME은 이를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경제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에 먼저 통화스왑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한국의 요청은 단칼에 거절됐다. 이는 단순한 금융 문제가 아니라, 외교적 신뢰 상실의 결과다. 일본과 유럽이 15% 관세로 합의한 것과 달리 한국만 25% 고율 관세를 부과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출 경쟁력은 치명타를 입었고, 이는 제조업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KDI는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 불안이 장기화되면 물가 안정 목표는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도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한적”*이라며 사실상 무력감을 토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미 한국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으며, 원화 자산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국제 언론은 차갑다. 파이낸셜타임스(2025.9.24)는 *“25% 관세는 한국 수출기업에 치명타다. 이는 외교적 고립의 경제적 반영”*이라 전했다. 니혼게이자이(2025.9.23)는 *“한국이 중국에 가까워질수록 일본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고 보도했다. 가디언(2025.9.25)은 *“세계가 미·일·서구와 북·중·러 진영으로 갈라지는 가운데, 한국의 선택은 운명을 좌우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TIME은 이런 현실을 외면했다. 대신 ‘희망’과 ‘개혁’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독자를 오도했다. 그러나 국민은 매일 장바구니 물가, 난방비, 교통비 폭등으로 그 진실을 체감하고 있다.
결국 외교의 실패는 경제의 붕괴로 직결됐다. 환율, 관세, 스왑,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복합 위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르몽드, WSJ, FT, 가디언 등 세계 언론이 일제히 경고하는 상황에서 TIME은 광고성 기사로 눈을 돌렸다.
TIME이 그린 희망의 초상화 뒤에는 고립과 위기의 한국이 있다. 언론이 현실을 외면하는 순간, 저널리즘은 권력의 홍보대행사로 전락한다. 국제 독자들이 진정 알아야 할 것은 ‘개혁가의 미화’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한국 국민이 겪고 있는 냉혹한 위기 상황이다.
미디어원 ㅣ 이정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