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섬나라의 선택》

(미디어원)일본은 섬나라다.
너무나 당연해서, 이얏기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질문되지 않는 문장이 전제가 될 때다. 일본은 언제부터 섬이었을까. 그리고 그 섬은 정말로 사람들을 갈라놓았을까.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기 시작한 것은 약 2만 년 전이다. 이 시기 지구의 평균 기온이 서서히 상승하면서 북반구를 덮고 있던 거대한 빙하가 녹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해수면은 상승했지만, 이 변화는 폭발적이거나 단절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지질학과 해양학이 공통으로 확인하는 사실은 단순하다. 해수면 상승은 수천 년에 걸쳐 매우 천천히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연간 상승 폭은 수 밀리미터에서 많아야 1센티미터 수준이었다. 한 인간의 일생은 물론, 여러 세대가 지나도 바다는 ‘어제의 육지’를 하루아침에 삼키지 않는다.

이 점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섬의 탄생’은, 실제 자연의 시간과 전혀 다른 상상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섬이 되었다는 인식은 지도 위에서 단절된 선을 본 근대 이후의 감각이지, 그 땅에서 살았던 고대 인간의 경험이 아니었다.
빙하기 동안 한반도와 일본 열도는 완전히 떨어진 세계가 아니었다. 육지가 직접 이어졌던 시기도 있었고, 이후에는 얕은 내해와 갯벌, 섬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진 공간이 오랜 시간 유지되었다. 이 시기 사람들은 걷다가, 물이 차오르면 노를 저었다. 이동은 멈추지 않았고, 삶의 반경도 줄어들지 않았다. 길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다.

바다는 장벽이 아니라 생활 공간이었다. 특히 동아시아 연안은 조류가 안정적이고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이어져 있어 연안 항해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쓰시마는 한반도에서 육안으로 보이고, 쓰시마에서 규슈 또한 육안으로 확인된다. 이런 공간에서 ‘고립’을 말하는 것이 오히려 비현실적이다. 고고학이 확인하는 사실 역시 같다. 한반도 남부, 쓰시마, 규슈 북부는 오랜 시간 하나의 연속된 문화권으로 작동해왔다.
해수면 상승이 만들어낸 것은 단절이 아니라 적응의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사냥했고, 고기를 잡았고, 교류했고, 이주했다. 섬과 섬, 해안과 해안은 끊어진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해안선이 길어지면서 어로와 교역은 더 활발해졌고, 연안 항해 기술은 발전했다. 이 시간 동안 형성된 네트워크는 이후 국가가 만들어진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시 돌아온다. 일본이 하루아침에 떨어져 나간 섬이 아니라면, 그 이전과 이후는 무엇이 달라졌는가. 답은 단순하다. 지형의 명칭이 달라졌을 뿐, 사람과 문화, 기술과 세력은 연속되어 있었다.
이 사실은 일본사의 출발점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일본을 고립된 섬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한 문명으로 보는 시각은, 이 해수면의 시간을 지워버린 결과다. 그러나 붕 하고 떨어진 적이 없다면, 붕 하고 갈라진 민족도 없다. 일본과 한반도, 그리고 동아시아 연안은 처음부터 서로 다른 세계가 아니라, 같은 지붕 아래에서 오랜 시간을 공유해온 생활권이었다.
이제 일본사를 신화에서 시작하기 전에, 이 전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일본은 섬이 되었지만, 고립된 적은 없다. 그리고 이 연속의 시간 속에서 이동한 것은 사람만이 아니었다. 기술과 권력, 그리고 지배의 방식 또한 함께 이동했다.
이 장이 끝나야 비로소 다음 질문이 가능해진다.
누가 이 이동의 중심에 섰는가.
그리고 어떤 집단은 어떻게 지배층이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