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중동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좁은 해협은 중동 갈등이 격화될 때마다 ‘세계 경제의 급소’로 불린다.
최근 매일경제는 「유조선 10척 그대로 불탔다…이란 폭격에 호르무즈 해협 ‘완전 봉쇄’」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기사 내용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항행 금지 경고를 무시한 선박 10척 이상을 미사일로 공격했고, 이로 인해 유조선들이 불타면서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상황은 이 제목이 전달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현재까지 국제 통신사와 해운 정보 기관들이 확인한 사실은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에 대해 공격을 경고했고 실제로 몇 척의 선박이 미사일 또는 드론 공격을 받아 피해를 입었다는 정도다. 일부 유조선과 보급선이 손상되거나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도는 있지만, “유조선 10척이 그대로 불타올랐다”는 식의 대규모 파괴 장면을 확인한 외신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10척 이상의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는 보도는 있다. 그러나 군사 충돌 상황에서 당사국의 주장과 실제 피해 규모는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선박 피해는 보험사, 해운사, 위성사진, 항만 보고 등 다양한 경로로 비교적 빠르게 확인되는 분야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에서는 유조선 10척이 동시에 불타거나 격침됐다는 확정적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과장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오히려 문제는 반대다. 실제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선박 추적 서비스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은 급격히 줄었고 상당수 유조선이 해협 외곽 해역에서 대기 중이다. 주요 해운사와 보험사들도 위험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하거나 우회 항로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 해상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가까워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언론의 표현은 더 신중해야 한다.
“유조선 10척이 그대로 불탔다”는 식의 제목은 독자에게 대규모 해상 재난이 이미 발생한 것처럼 인식하게 만든다. 그러나 실제 확인된 정보와 이런 표현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전쟁과 위기 상황에서 정보는 언제나 혼란스럽다. 군사 당사국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상황을 과장하거나 축소하고, 소셜미디어에는 확인되지 않은 영상과 주장들이 빠르게 퍼진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그 혼란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실과 추정을 구분해 전달하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분명 현실이다. 그러나 위기의 실체를 전달하는 것과 위기를 과장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중동 전쟁의 긴장이 고조되는 지금, 언론이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속도,과장, 클릭유도보다 정확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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