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이 사실상의 전쟁 국면으로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군사 시설과 미사일 능력을 겨냥한 군사 작전을 이어가고 있고, 이란은 중동 전역에 구축해온 무장 네트워크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장거리 폭격기와 드론, 항모전단과 미사일이 뒤엉킨 이 충돌은 단순한 군사 작전을 넘어선다. 그 배경에는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이란의 반미·반이스라엘 노선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상징이 바로 이 구호다.
“Death to America.”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 구호는 이란 정치의 상징처럼 반복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란보다 훨씬 더 강한 반미 국가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국가 자체가 반미 이념 위에 세워진 체제다. 정권의 정당성은 ‘반제국주의 투쟁’이라는 정치 언어 위에 구축되어 있으며, 반미 구호는 일상적인 정치 의례로 반복된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또 하나의 다른 풍경이 존재한다.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다.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안보 구조 역시 한미동맹 위에 서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치에서는 반미 담론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거리에서는 반미 시위가 열리고 정치권에서는 반미 성명이 발표되며, 미국을 비판하는 정치적 수사가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반미 담론은 한국 정치에서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하나의 정치 언어이기도 하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미국인의 시선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보냈다. 북한과 중국군의 침공을 막기 위해 수많은 젊은 병사들이 이 땅에서 싸웠다.
그 전쟁에서 3만5000명이 넘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희생은 단순한 군사 개입이 아니었다. 당시 폐허가 되었던 한국이 공산주의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전쟁 이후에도 미국은 한반도를 떠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북한의 위협을 몸으로 막아왔다.
군사적으로 말하면 ‘인계철선(tripwire)’이다. 북한이 공격할 경우 곧바로 미국이 전쟁에 개입하게 되는 구조다. 미군의 존재 자체가 전쟁 억지력이 되는 셈이다.
이것은 단순한 동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한국은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오늘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한국은 이제 세계 경제와 문화,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미국인들에게 한반도는 단순한 외교 지역이 아니다.
피를 흘려 지킨 땅이다.
이 점에서 한국은 이란이나 북한과는 분명히 다른 나라다.
이란은 미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국가이고, 북한은 반미를 국가 이념으로 삼는 체제다. 반면 한국은 미국과 전쟁을 함께 치른 혈맹에 가까운 관계를 맺어온 나라다. 세계 어느 나라를 보아도 이런 관계는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한반도에서는 두 개의 정치 현실이 동시에 존재한다.
북한은 국가 이념으로 반미를 외치고, 한국에서는 군사 동맹 아래서도 반미 정치 담론이 반복된다. 이 두 현실이 겹치면서 한반도, 곧 코리아 전체가 세계적으로도 드문 반미 정치 공간으로 읽히게 된다.
그리고 그 현실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중동에 반미주의 이란이 있다면, 동북아에는 반미 국가 북한과 반미 정치 담론의 한국을 함께 품은, 코리아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