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중동의 전쟁은 늘 복잡하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한 가지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왜 이란은 스스로 적을 늘리는 선택을 하고 있는가.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집속탄 성격의 탄두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집속탄은 현대 전쟁에서 가장 논란이 큰 무기 가운데 하나다. 공중에서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소형 폭탄으로 분리되며 넓은 지역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군사 목표뿐 아니라 민간 지역까지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국제사회에서는 사실상 ‘금기에 가까운 무기’로 취급된다.
물론 법적으로 완전히 금지된 것은 아니다. 이란도, 이스라엘도, 미국도 집속탄 금지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무기는 전쟁의 단계에서 하나의 보이지 않는 선을 의미한다.
집속탄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전쟁의 금기선을 한 단계 낮추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군사 전략에서는 이를 확전의 사다리(escalation ladder)라고 부른다. 한 단계의 금기가 무너지면 다음 단계의 무기 사용 역시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쪽이 금기선에 가까운 무기를 사용하면 상대 역시 같은 선택을 할 명분이 생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집속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6년 레바논 전쟁에서 이를 사용한 전력이 있다.
즉 이란의 집속탄 사용은 단순한 공격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상호 집속탄 사용의 문을 여는 신호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더 큰 역설이 등장한다.
이란은 인구 약 8천만의 대국이다. 그러나 그 인구는 몇 개의 대도시에 밀집돼 있다. 테헤란, 이스파한, 쉬라즈, 마슈하드 같은 거대한 도시들이 국가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만약 전쟁이 도시 공격 단계로 확전된다면 피해 규모는 상상을 넘어설 수 있다.
더 중요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고 수준의 공군과 정밀유도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공군 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정밀 타격 능력도 제한적이다. 전쟁이 커질수록 공중전과 정밀 타격 능력이 전장을 지배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중동 군사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구조가 드러난다.
지금의 전쟁 구조는 이란에게 불리하다.
전쟁이 커질수록 피해는 결국 이란 쪽으로 더 크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이란은 왜 이런 위험한 선택을 반복할까.
이 질문의 답은 군사 전략보다 정치 구조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이란의 권력 구조는 단일 체계가 아니다. 최고지도자 체제, 혁명수비대(IRGC), 군부, 종교 세력 등 여러 권력 축이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 권력 구조다. 특히 혁명수비대는 ‘혁명 수출’이라는 강한 이념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략적 계산보다 정치적 메시지가 우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또 하나의 이유는 내부 정치다.
경제 제재와 장기 침체, 반복되는 반정부 시위 속에서 이란 정권은 내부 결속이라는 문제에 끊임없이 직면해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정권이 이런 상황에서 외부 갈등을 활용해 내부 결속을 강화하려 했다. 외부의 적이 등장하면 내부 비판은 일시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중동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는 이 전략이 더 이상 예전처럼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걸프 지역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담수화 시설 공격에 대한 보복 공습에 나섰다는 소식은 단순한 군사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걸프 국가에서 담수화 시설은 국가 생존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다. 이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상 생명선을 건드리는 행위로 간주된다.
과거 걸프 국가들은 대체로 “이란을 자극하지 말자”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이란의 공격이 주변국까지 확산되면서 지역 국가들의 인식 역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이란의 전략적 환경은 더 좁아질 수 있다.
특히 걸프 국가들이 더 이상 이란을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중동의 힘의 균형 자체가 바뀌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과의 충돌, 미국과의 긴장, 걸프 국가들과의 갈등, 여기에 터키와 아제르바이잔까지 복잡하게 얽히는 상황은 결국 이란이 상대해야 할 상대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중동을 바라보는 많은 분석가들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이란은 스스로 적을 늘리는가.
그 질문의 답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있다.
전쟁에는 늘 계산이 있다.
그러나 때로는 그 계산보다 정권의 생존 논리가 앞서기도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전쟁은 가장 위험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