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에게 호르무즈 해협 해상 안보 작전에 참여해 군함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의 대응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핵심 통로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국제 유가와 세계 경제가 즉각 영향을 받는다.
문제는 이 해협이 단순한 해상 통로가 아니라 이미 치열한 군사 충돌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 해역이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현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은 청해부대다.
청해부대는 2009년부터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 해역에 파병되어 해적 대응과 한국 상선 보호 임무를 수행해 온 대한민국 해군의 해외 파병 부대다. 약 300명 규모의 병력과 구축함 1척, 해상작전 헬기, 특수전 요원으로 구성된다.
파견되는 함정은 보통 충무공 이순신급 구축함이다. 이 함정은 127mm 함포와 대함미사일,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대잠 어뢰, 해상작전 헬기 등을 갖춘 중형 구축함으로 해상 호위와 제한적 교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청해부대는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한국 선박을 구출한 ‘삼호주얼리호 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아덴만 일대에서 한국 선박 호송과 해상 감시 임무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그러나 아덴만과 호르무즈 해협은 작전 환경이 크게 다르다.
아덴만에서의 주요 위협은 해적과 소형 무장 세력이었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이란 해군의 비대칭 전력이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이란은 고속 공격정, 대함 미사일, 해상 드론, 기뢰, 수중 드론 등 다양한 비대칭 해전 전력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소형 고속정이 다수로 접근하는 군집 공격 전술은 대형 구축함에도 상당한 부담이 되는 전술로 평가된다.
지형 역시 위험 요소다.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곳은 약 30km 정도지만 실제 선박이 이용하는 항로는 왕복 각각 약 3km 정도에 불과하다. 회피 기동이 쉽지 않은 좁은 항로 때문에 군사적으로는 대표적인 해상 병목 지형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해군이 이 해역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2020년 중동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한국 정부는 아덴만에서 작전 중이던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확대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호르무즈 인근 해역까지 임무 범위를 넓힌 바 있다. 당시 임무는 한국 상선 보호와 해상 감시, 호송 지원이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과 현재의 군사 환경은 분명히 다르다. 그때는 긴장이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미사일과 드론이 날아다니고 미국·이스라엘의 공군기가 이란의 주요 거점들을 폭격하는 전쟁 상황은 아니었다. 같은 바다지만 위험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청해부대가 참여하더라도 임무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역할은 한국 상선 호송이나 해협 통과 선박 보호, 해상 감시 등 해상 안전 보장 임무다. 반면 기뢰 제거 작전이나 대규모 해군 교전, 항공 위협 대응 등은 다국적 함대와 항공 전력이 필요한 수준의 작전이다.
또 다른 선택지는 별도의 구축함을 추가로 파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장기간 해외 작전에 따른 전력 운용 부담과 국회 동의 문제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지다.
결국 현재 한국이 중동 해역에 즉각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은 사실상 청해부대가 유일하다.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것인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동맹, 에너지 안보, 외교 관계, 그리고 무엇보다 장병들의 안전까지 모두 연결된 국가적 판단의 문제다.
청해부대는 이미 여러 차례 위험한 해역에서 임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나 지금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도와는 비교할 수 없다.
호르무즈에 군함을 보내는 결정은 단순한 군사 조치가 아니다.
국가가 감수해야 할 책임과 위험을 동시에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