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 직전 A-10, 다시 전장에 불려 나왔다

이란의 ‘스웜 전략’… 미군은 A-10·아파치 조합을 꺼냈다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퇴역 수순이던 A-10 공격기가 호르무즈 해협 전장에 다시 등장했다. 이란의 ‘스웜(군집) 전술’에 대응해 미군은 A-10과 아파치 헬기를 동시에 투입했다. 이는 임기응변이 아니라, 이미 전제된 전장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전개다. 이란의 고속 공격정을 타격하기 위해 저공 공격 플랫폼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 투입으로 보면 전장의 본질을 놓친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은 정면 충돌을 피하는 비대칭 전략을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 대형 함대를 상대하기보다 소형 고속정 수십 척을 분산 운용해 해면 가까이에서 기습적으로 접근한다. 여기에 기뢰, 연안 미사일, 드론이 결합되면 전장은 단순 교전을 넘어 다층적인 교란 전장으로 확장된다. 이른바 ‘스웜(swarm)’ 전술에서는 다수의 작은 위협을 얼마나 빠르게 통제하느냐가 핵심이 된다.

이 지점에서 A-10의 등장은 우연이 아니다. A-10은 저속으로 장시간 체공하며 저고도에서 작전할 수 있는 공격기다. 특히 30mm 기관포는 소형 고속정 같은 표적에 대해 과잉에 가까운 화력을 제공한다. 개별 목표를 정밀하게 제거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구역을 빠르게 제압하는 데 최적화된 무기다.

스웜 전술의 본질은 ‘숫자’다. 수십 개의 표적이 동시에 접근하는 상황에서는 개별 유도탄 대응만으로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이때 필요한 것은 빠르게 쓸어버리는 화력이다. A-10은 바로 이 역할에 맞춰진 플랫폼이다.

퇴역 직전까지 밀려났던 기체가 다시 호출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전장의 조건에 맞춘 선택이었다.

또한 이번 작전의 핵심은 A-10 단독이 아니라 아파치 헬기와의 동시 투입이라는 점이다. A-10이 넓은 범위를 억제하는 동안, 아파치는 핵심 표적을 선택적으로 제거한다.

AH-64 아파치는 헬파이어 미사일과 정밀 센서를 기반으로 특정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데 특화돼 있다. 저고도 정지 비행이 가능해 지형이나 해안선을 활용한 기습이 가능하며, 야간 작전 능력도 뛰어나다. 이는 스웜 전술의 핵심 요소인 ‘야간 접근’을 무력화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 조합은 우연이 아니다. 넓게 억제하는 화력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정밀 타격이 결합된 구조다. 이번 투입은 단순한 무기 선택이 아니라, 전장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선택이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A-10은 이미 퇴역 계획에 포함돼 있었고, 아파치 역시 특정 전장에 맞춰 운용되는 자산이다. 그럼에도 이 두 플랫폼이 동시에 등장했다는 것은, 이 전장의 형태가 사전에 충분히 읽혀 있었음을 의미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통로다. 이곳이 흔들리면 군사적 충돌을 넘어 에너지 시장과 글로벌 금융, 물류 체계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이 전장에서의 목표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해협 기능의 유지다.

이 관점에서 보면 A-10과 아파치의 동시 투입은 명확한 방향을 갖는다. 다수의 위협을 빠르게 억제하고, 핵심 요소를 제거해 전장을 통제하는 것. 전면전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흐름을 장악하는 방식이다.

결국 이번 장면은 단순한 대응을 넘어선다. 미국은 이 전장을 이미 읽고 있었고, 그에 맞는 조합을 그대로 꺼내 들었다.

A-10과 아파치가 동시에 등장한 순간, 이 전장은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움직이는 전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