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미디어원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인 시신을 옥상에서 밀어내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유하며 이를 홀로코스트·위안부 비극과 동일시하는 발언을 해 전 세계적 파문이 일고 있다.
AFP·알자지라 등 주요 외신이 일제히 타전했고, 이스라엘 외무부는 강력 규탄 성명을 냈다. 해당 발언은 미국·이스라엘·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와 외교적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 주요 외신 반응
AFP 통신
AFP는 이번 사태를 전 세계에 긴급 타전하며 “이재명 한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군의 인권 침해 의혹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판했으며, 이스라엘은 그가 SNS 허위정보를 증폭시켰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AFP는 해당 영상에 대해 “즉각 출처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2년 전 AFP 취재진이 서안지구에서 직접 목격한 장면과 다른 각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재팬타임스·마닐라타임스·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 등 아시아 전역 주요 매체에 동시 배포됐다.
알자지라(Al Jazeera)
알자지라는 독자 취재로 영상을 자체 검증했다. “해당 영상은 2024년 9월 서안지구 카바티야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인으로 보이는 시신을 옥상에서 밀어내는 장면을 담고 있으며, 한 병사가 시신을 발로 차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날 세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옥상에서 던져졌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번 사태를 이스라엘과 한국 지도자 간 정면 충돌로 규정했다.
더 와이어(The Wire·인도)
인도 더 와이어는 “이번 논란은 이란 전쟁의 경제적 여파 속에서 한국의 외교 노선 변화와 맞물려 더 깊은 지정학적 긴장을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Ynet(이스라엘)
이스라엘 매체 Ynet은 “이 대통령의 게시물은 4월 9일 공개 이후 약 610만 회 조회됐으며, 이스라엘군 병사들이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고문하고 옥상에서 던졌다는 내용을 최근 사건인 것처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뉴아랍(New Arab)
뉴아랍은 2024년 당시 백악관이 해당 영상을 “매우 충격적”이라고 표현하며 이스라엘에 해명을 요구했고,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이 “혐오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고 발언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다.

■ 발단: 4월 9일 이재명 대통령 X 게시물과 이스라엘의 반발
이재명 대통령은 4월 9일 X(구 트위터)에 팔레스타인 관련 영상을 공유하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이게 사실인지, 사실이라면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봐야겠습니다. 우리가 문제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튿날 이 대통령은 추가 게시물을 통해 해당 영상이 2024년 9월 촬영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시신이라 하더라도 국제법상 존중받아야 한다”며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즉각 공식 성명을 냈다. “이재명 한국 대통령의 발언은 이스라엘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 유대인 학살을 희화화한 것을 포함해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또 이 대통령이 “어떤 이유에서인지 2024년 사건을 꺼내 허위로 현재 사건인 것처럼 제시한 가짜 계정을 인용했다”며 “이 계정은 반이스라엘 허위정보 유포로 악명 높다”고 덧붙였다.
한국 외교부는 공식 X 계정을 통해 “대통령 게시물의 의도를 오해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해당 게시물은 “특정 사안에 대한 의견이 아닌 보편적 인권에 대한 신념의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도 함께 표했다.
이 대통령은 4월 11일 재반박했다. “끊임없는 반인권·반국제법 행위로 고통받고 투쟁하는 전 세계 시민들의 비판을 단 한 번도 반성하지 않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적었다.
■ 국내 정치권 반응
여권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총력 엄호가 이어졌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편적 인권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응수한 이스라엘 정부 측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외침과 국권 상실의 아픔까지 겪은 우리 국민은 이스라엘 국민이 겪은 참혹한 고통에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그 어떤 이유로도 정도를 벗어난 반인륜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도 페이스북을 통해 “아무리 이스라엘이라 하더라도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살상을 저지르는 데 대해 인권적 차원에서 잘못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이재명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다”며 “인권국가로서 국제적 발언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야당은 이번 사태를 ‘외교적 자해’로 규정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홀로코스트 추모일 전날 전혀 다른 사안에 홀로코스트를 언급한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선 심각한 실책”이라며 이스라엘 정부와 국민, 한국 국민에게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대통령이 절대로 얽혀서는 안 될 중동 분쟁에 국내 정치하듯 개입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다”며 “매일 온라인에서 직전 발언을 방어하듯 이스라엘과 충돌을 이어가는 모습은 외교가 아니라 선거 운동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감정적 언어로 타국 외무부 성명에 직접 대응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민감한 중동 분쟁 상황에서 이스라엘 정부와의 외교적 충돌이 과연 국익에 부합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검증되지 않은 영상을 대통령이 직접 공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전략적 신중함을 촉구했다.
■ 중대한 시점: 전쟁 한복판, 협상 결렬 사흘 전에 터진 발언
이 발언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타이밍에 있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습하며 전쟁을 개시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전 세계 에너지 대란을 촉발했고, 유가는 전쟁 개시 이후 약 39% 폭등했다. 4월 8일 파키스탄 중재로 2주간 휴전이 합의됐으나, 이스라엘이 레바논 헤즈볼라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서 휴전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 발언은 바로 이 휴전 합의 다음 날인 4월 9일 터졌다. 그리고 사흘 후인 4월 12일,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 미국·이란 간 직접 고위급 협상 —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47년 만의 역사적 회담 — 이 21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합의 없이 결렬됐다.
밴스 미 부통령은 “우리의 최선이자 최종 제안을 남겨두고 떠난다. 이란이 우리 조건을 수용하지 않았다”고 선언했다. 휴전 붕괴와 호르무즈 재봉쇄 위기가 동시에 고조되는 상황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이자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워싱턴 입장에서 이것은 단순한 외교적 결례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4월 7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일본도, 호주도, 한국도 우리를 돕지 않았다”며 이란전 군사 협력을 거부한 한국을 공개 비판한 바 있다.
군사 협력은 거부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전쟁 파트너인 이스라엘을 공격한 셈이니, 워싱턴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와 한국 정부·정치권의 일련의 대응을 사실상 미국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하고 있다.
■ 경제적 파장: 호르무즈·관세·월가의 3중 압박
경제적 타격은 이미 현실이다.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제조업 생산비용이 최대 11.8%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재 한국 선박 26척이 호르무즈 통과 불능 상태로 묶여 있다.
월가와 미국 정·재계의 반응도 변수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게시물이 올라온 날은 나치가 유대인 600만 명을 학살한 것을 기리는 홀로코스트 추모일, Yom HaShoah 바로 전날이었다. 홀로코스트 최대 피해자인 이스라엘을 향해, 그 추모일 전날에, 이스라엘 군의 행위가 홀로코스트와 다를 바 없다고 발언한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스라엘이 분노한 핵심은 바로 이 타이밍과 발언의 결합이었다.
이번 발언이 미국 내 친이스라엘 로비와 금융 네트워크에 어떻게 수용될지에 따라 향후 한미 관계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세 협상, 반도체 공급망 협력 등 한미 간 현안 전반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우려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협상은 결렬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한미 관계와 중동 외교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향후 대응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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