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봉쇄’, 韓은 ‘통항’… 청와대, 호르무즈 국면서 ‘국익 우선’ 메시지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침을 밝히며 중동의 긴장 수위를 높인 가운데, 청와대는 ‘항행의 자유’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을 앞세운 메시지를 내놨다. 미국 조치를 정면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봉쇄보다 통항 원칙을 먼저 강조했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선 한국 정부가 동맹 공조만이 아니라 국익과 공급망 안정을 우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을 배경으로 한국 군함과 유조선, 미군 전력이 함께 배치된 상징적 장면으로 통항과 봉쇄의 긴장을 표현한 이미지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의 국익과 통항 원칙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항행의 자유는 국제법 보호 대상”… 美 조치 직접 비판은 없었지만 분명한 온도차

군사 공조보다 에너지·물류 안정 강조… 동맹 압박 속 ‘국익 중심 대응’ 부각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방침을 밝히며 중동의 긴장 수위를 급격히 높인 가운데, 청와대는 13일 “국제 해상교통로의 안전과 항행의 자유는 모든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며 국제법의 보호 대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조치를 정면 비판한 것은 아니지만, 봉쇄보다 통항의 원칙을 먼저 꺼내 들었다는 점에서 외교가에서는 미묘하지만 분명한 온도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에서 “글로벌 해상 물류망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고 “우리 국민 보호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군사적 대응이나 동맹 차원의 공조보다 에너지 수송, 물류 안정, 국민 보호를 전면에 배치한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석양 아래 한국 군함과 유조선, 해양 시설이 함께 배치된 상징적 이미지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속 한국의 통항 원칙과 해상 물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미국이 ‘봉쇄’라는 강수를 둔 직후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 안보 협력이나 군사 기여가 아니라 ‘항행의 자유’였다는 점은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표현은 절제돼 있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청와대 발표 어디에도 미국의 조치를 적극 지지하거나 군사적 동참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는 담기지 않았다. 대신 국제법, 물류망 정상화, 에너지 수송로, 국민 보호 같은 표현이 핵심 전면에 놓였다. 외교 언어의 문법으로 읽으면, 미국의 전략적 판단 자체를 평가하기보다 그 여파가 한국 경제와 민생에 미칠 충격을 먼저 관리하겠다는 뜻에 가깝다.

이 같은 태도는 호르무즈 해협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현실적 비중과도 직결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길목이다. 이곳의 항행이 흔들리면 원유와 가스 공급 차질은 물론, 해상 운임과 보험료, 국내 물가와 산업 전반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이번 사안을 군사 충돌의 문제만이 아니라 민생경제와 공급망 안정의 문제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청와대가 ‘에너지 수송로 안전 확보’를 별도로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번 입장은 미국을 정면으로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봉쇄 논리와는 다른 우선순위 위에 서 있음을 드러낸 메시지로 읽힌다. 봉쇄의 정당성을 앞세우기보다 자유로운 통항을 강조했고, 군사 대응보다 물류 정상화와 국민 보호를 먼저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미국이 추가적인 협력이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경우, 한국 정부가 동맹의 틀은 유지하되 국익과 공급망 안정을 기준으로 대응 수위를 조율하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청와대의 이번 메시지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미국의 조치를 대놓고 문제 삼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봉쇄 논리에 쉽게 올라타지도 않았다. 겉으로는 원론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국제 해상교통의 자유와 한국의 국익을 우선에 둔 계산된 거리두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