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가자지구행 국제 선박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한국 국적 활동가들이 지난 22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언론은 이들을 ‘평화활동가’ 또는 ‘구호활동가’로 소개했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국내 보도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핵심 대목이 있다. 이들이 단순한 구호활동가였는지, 아니면 팔레스타인 연대를 공개적으로 표방한 정치적 활동가였는지에 관한 문제다.
이번 사건은 사실관계부터 차분히 볼 필요가 있다. 김동현 씨가 탑승한 선박은 지난 18일, 김아현 씨가 탄 선박은 20일 지중해 해상에서 각각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다. 이후 두 사람은 이스라엘 당국의 조사와 석방 절차를 거쳐 항공편으로 귀국했다. 국내 일부 분위기처럼 특정 정치권의 특별한 외교 성과로만 볼 사안은 아니다. 함께 억류됐던 외국 국적 활동가들도 같은 절차에 따라 석방 또는 추방 절차를 밟았다.
‘평화활동가’라는 표현이 놓친 대목
먼저 짚어야 할 대목은 이들의 활동 성격이다. 주요 언론과 정치권은 이들을 ‘평화활동가’라는 표현으로 소개했지만, 이들이 어떤 정치적 연대 속에서 움직여온 사람들인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았다. 이들은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을 공개적으로 표방해온 단체와 함께 행동해 왔고, 가자지구 봉쇄 반대와 팔레스타인 지지를 전면에 내세워왔다.
물론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자유는 있다. 국제분쟁에서 어느 한쪽 편에 설 자유도 있다. 이스라엘을 비판할 자유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존중받아야 한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설명했느냐다. 정치적 연대 활동을 하면서도 국민에게는 ‘평화활동’이나 ‘순수 구호’처럼만 전달됐다면, 이는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 보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케피예가 드러낸 정치적 상징
귀국 기자회견 장면도 이들의 정치적 성격을 드러낸 대목이다. 두 사람이 목에 두른 흑백 체크무늬 스카프는 중동 전통 복식인 케피예(keffiyeh·쿠피야)다. 특히 야세르 아라파트가 즐겨 착용했던 팔레스타인식 케피예는 국제적으로 팔레스타인 연대와 저항의 상징으로 널리 인식돼 왔다.
물론 케피예를 둘렀다고 해서 특정 조직과 연결짓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다. 그러나 공개 기자회견에서 이 상징을 전면에 드러낸 행위 자체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다. 단순한 현장 구호활동가라기보다, 자신들이 어떤 정치적 연대 속에서 행동하는지를 국민 앞에 보여준 장면으로 읽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국내법과 국가 보호 체계의 문제
더 중요한 문제는 국내법이다. 정부는 앞서 김아현 씨에 대해 여행금지 지역 방문 등을 이유로 여권 무효 조치를 한 바 있다. 위험지역 통제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국민 보호와 국가의 외교 부담을 줄이기 위한 법적 장치다.
그럼에도 다시 항해에 나섰고, 귀국 직후에도 재출항 의사를 밝힌 점은 국내법과 국가 보호 체계를 가볍게 여긴 태도로 볼 수 있다. 개인의 신념은 존중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내법의 통제 역시 함께 받아야 한다. 신념은 자유지만, 위험지역 통제를 무시한 행동의 결과까지 국가가 모두 떠안는 구조는 다른 문제다.
국민 보호와 정치적 의미 부여는 다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표현 역시 신중했어야 한다. 대통령은 이들을 ‘평화활동가’로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국제분쟁 지역은 단순한 선악 구도로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정치적 연대 성격이 존재하는 활동가라면, 정부 수반의 표현은 더욱 정확해야 했다.
국민 보호는 필요하다. 영사 조력도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 보호와 정치적 의미 부여는 구분돼야 한다. 정부는 국민을 보호하되, 언론과 정치권은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과 맥락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느냐, 이스라엘을 지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정치적 입장을 가질 자유는 있다. 다만 그 입장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는 일, 그리고 정치적 연대 활동을 순수 구호나 평화활동으로만 포장하지 않는 일은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정직성이다.
이번 사안을 ‘평화활동’이라는 말 하나로 정리하는 것은 사실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자유는 있다. 그러나 그 자유가 국내법을 넘어설 수는 없다. 언론과 정치권이 놓친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디어원 Copyrights ⓒ MediaOn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워골프 레슨 제1화] 힘 빼고 천천히 스윙하라, 골프공은 도망가지 않는다 아일랜드 그린을 바라보며 어드레스 자세를 취한 골퍼가 워터 해저드 앞 티잉 그라운드에 서 있다](https://img.media1.or.kr/2015/05/ChatGPT-Image-2026년-5월-10일-오후-03_40_44-324x235.jpg)
![[파워골프 칼럼 프롤로그] 파워골프 리부트, 다시 티잉 그라운드에 서다 파워골프 칼럼 프롤로그를 상징하는 석양빛 골프장에서 힘 있고 균형 잡힌 스윙을 마친 골퍼](https://img.media1.or.kr/2015/05/ChatGPT-Image-2026년-5월-10일-오후-03_17_23-100x70.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