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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한일 빅 텐트 필요”…AI·에너지·반도체 경제연대 제안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 첫 개최…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 명 참석, “일회성 협력 넘어 상설 플랫폼으로 실행력 있는 경제연대 구축해야”

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최종현학술원 이사장이 한일경제연대를 일회성 행사나 선언이 아니라 상설 협력 체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양국 정부와 기업, 학계, 청년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빅 텐트’를 만들고, 에너지와 AI, 반도체, 헬스케어 등 핵심 산업 의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최 회장은 6월 9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닛케이포럼 ‘한일특별세션’에 참석해 한일경제연대의 필요성과 실행 방안을 설명했다. 이번 행사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최하고 SK와 최종현학술원이 기획했으며, ‘견고한 한일 관계를 뒷받침하는 다각적 경제 협력’을 주제로 열렸다. 현장에는 양국 정·재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했다.

닛케이포럼은 1995년부터 아시아 공동체의 공존과 발전을 논의해 온 경제 포럼이다. 올해는 최 회장이 제시해 온 한일경제연대 구상에 맞춰 처음으로 한일특별세션이 마련됐다. 한일 관계를 외교 현안에만 묶어두지 않고, 산업과 기술, 에너지, 인구 문제를 함께 다루는 경제협력 의제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 회장이 강조한 핵심은 지속성이다. 한일 협력이 특정 시점의 정치 분위기나 개별 이벤트에 따라 출렁이지 않으려면 협력 의제를 상시적으로 다루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양국 정부가 기업, 학계, 청년 등 여러 주체의 협력 의제를 한데 모으는 상설 플랫폼을 만들고, 협력 추진 과정의 어려움을 선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션에는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와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공급망, 에너지, AI 분야에서 경제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수도권 집중과 고령화 같은 공통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양국 협력이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한일이 세계적 격변기에 서로의 손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영상 축사를 통해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일 협력이 과거사와 외교 현안의 틀을 넘어 경제와 산업의 실행 의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최 회장은 한일경제연대의 당위성이 지난해보다 더 분명해졌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 관세 장벽과 수출 통제로 흔들리는 자유무역 질서,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국가가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 구조를 양국 협력으로 낮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두 나라의 산업 구조가 유사하다는 점을 협력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구매, 도입, 비축 등 에너지 전 과정에서 협력하면 사회 전체의 기초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데이터센터와 제조 AI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에너지 비용 절감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AI 분야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최 회장은 양국이 ‘AI 팩토리’를 함께 추진해 규모를 키우고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데이터센터, 제조 AI, 반도체, 통신 인프라 등에서 양국 기업의 실무 협력이 확대될 경우 독자적인 AI 경제권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반도체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한국은 메모리반도체에서, 일본은 소재·장비와 산업 생태계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양국의 강점을 결합하면 누구도 쉽게 흔들기 어려운 전략적 무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일 협력을 AI 인프라로 넓히고, 이를 상품화해 수출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고령화 대응을 위한 헬스케어 협력도 거론됐다. 한국과 일본은 모두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 문제를 겪고 있다. 의료와 돌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 장벽을 낮추면 양국이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산업적 기회도 만들 수 있다.

최 회장의 ‘빅 텐트’ 제안은 이 같은 의제를 한자리에 묶자는 의미다. 개별 기업이나 연구기관 차원의 협력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더라도 규제, 표준, 정치 상황, 외교적 불확실성에 막히면 지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 상설 플랫폼은 이런 장애물을 조기에 확인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도쿠라 마사카즈 스미토모화학 고문은 에너지 자급률 문제 해결을 위해 소형모듈원전, SMR 등 차세대 혁신 원전 개발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토 마사히코 미즈호은행 행장도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액화천연가스 분야의 양국 기업 협력을 예로 들며 한일경제연대의 구체화를 강조했다.

행사에서는 가와이 도시키 도쿄일렉트론 CEO, 유혁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 등도 한일 연대를 통한 경제 공동 번영과 AI 경제권 클러스터 구상을 제안했다. 김완종 SK AX CEO와 야나세 다다오 NTT 부사장은 AI 데이터센터와 제조 AI 등 양국 기업의 실제 협력 가능성을 논의했다.

최 회장은 한일경제연대가 두 나라 경제 규모의 단순 합산을 넘어 추가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다. 저성장과 인구 감소를 겪는 양국이 경제협력을 통해 비용 구조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 시장을 만들면, 청년세대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다.

한일경제연대는 단순한 경제 외교 구호가 아니라 공급망 재편, AI 패권 경쟁, 에너지 안보, 인구구조 변화가 동시에 몰려오는 시기에 양국이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 대응 전략으로 제시됐다. 관건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최 회장이 제안한 ‘빅 텐트’가 실제 제도와 협력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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