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박예슬기자
현대로템이 K-철도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협력사 상생 전략을 내놨다. 단순한 협력사 지원 차원을 넘어, 고속철과 도시철도 수출 경쟁력을 국내 부품·기술 공급망과 함께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철도차량 수출이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협력사의 금융, 기술, 교육, 보안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11일 경남 창원특례시 창원공장에서 ‘2026 현대로템 레일솔루션 상생협력 컨퍼런스’를 열고 협력사 지원 전략을 공개했다. 행사에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50개 협력사 관계자, 현대로템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현대로템은 이번 행사를 지속 가능한 철도 산업 생태계 조성과 협력사와의 성장 기반 강화를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
가장 큰 변화는 금융지원 확대다. 현대로템은 기존 700억 원 수준이던 동반성장펀드를 올해 총 1500억 원까지 늘린다. 이를 통해 협력사의 금리 부담을 낮추고 경영 안정 자금을 지원한다. 신한은행, 수출입은행과의 상생금융 협약을 통해 무역금융, 보증, 우대금리 지원도 병행한다. 해외 철도사업에 참여하려면 생산 자금과 보증, 납품 리스크 대응이 필요한 만큼 금융지원은 협력사의 글로벌 진출 기반이 된다.
연구개발 투자도 확대한다. 현대로템은 과거 연평균 280억 원 수준이던 연구개발 투자 금액을 860억 원까지 늘려 국내 철도산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철도차량 산업은 완성차 업체만의 경쟁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차량 한 편에는 수천 개의 부품과 시스템이 들어가고, 품질과 납기, 안전성은 협력사의 기술력과 직결된다. R&D 투자는 K-철도 공급망의 체질을 높이는 장치다.
해외 동반 진출도 핵심 축이다. 현대로템은 호주 퀸즐랜드 전동차 공급사업에서 기계설비 구축을 추진했고, 미국 LA메트로 사업에서는 전장품 현지화를 진행하며 협력사와 해외 시장에 함께 진출한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 고속철 최초 수출과 베트남 메트로 시장 진출을 계기로 협력사와의 글로벌 협력 구조는 더 중요해졌다. 해외 발주처는 가격뿐 아니라 납품 안정성, 현지화, 부품 공급망, 유지보수 역량까지 함께 본다.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은 컨퍼런스에서 현대로템과 협력사가 최근 고속철 최초 수출과 베트남 메트로 시장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하며, 글로벌 철도 강국으로 가기 위해 철도 산업 구성원들이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결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를 대한민국 철도 생태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협력사와 함께 실천할 상생혁신 전략을 공개하는 자리로 규정한 것이다.
기술교육도 확대된다. 현대로템은 전문 기술교육원을 통해 협력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품질, 생산, 설계 등 직무 교육을 제공하고, AI 활용과 업무 자동화 등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교육도 운영한다. 올해 6500명 이상의 협력사 임직원 교육을 목표로 삼았다. 철도 산업은 안전 규격과 품질 기준이 엄격한 분야인 만큼, 협력사 인력의 직무 전문성은 완성품 경쟁력과 직결된다.
협력사의 기술 보호도 상생 전략에 포함됐다. 현대로템은 협력사의 보안 체계 구축을 위한 보안 라이선스를 무상 지원하고, 기술 보안 진단과 개선 대책을 제공하는 전문 컨설팅도 지원한다. 철도차량 산업은 부품 설계와 제어, 전장품, 시스템 통합 등 기술 정보의 가치가 크다. 협력사 기술이 보호돼야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도 유지된다.
이날 행사에서는 국내 고속철도 부품 산업 생태계 보호와 글로벌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사의 정책 건의서 전달식도 진행됐다. 협력업체 대표들은 검증된 기술 도입을 위한 입찰 참가 자격 조건 강화, 기술력 중심의 입찰 평가제도 개선 등을 건의했다. KTX-I 대폐차 사업을 앞두고 국내 기술과 부품 생태계를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철도업계의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정치권도 철도 산업 지원 필요성을 언급했다.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X-I 대폐차 사업이 국내 기술과 부품 생태계를 지키고 키우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현대로템과 협력사가 함께 K-철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철도 산업이 지역 제조업과 부품 생태계, 수출 산업을 동시에 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로템의 이번 전략은 K-철도 수출이 단발성 완성차 납품에 그치지 않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완성차 업체의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협력사 금융 체력, 부품 기술력, 현지화 대응, 보안, 인력 교육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철도 산업은 긴 수명주기와 유지보수, 부품 공급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K-철도의 경쟁력은 한 기업의 수주 실적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에서 나온다. 현대로템이 동반성장펀드 확대와 R&D 투자, 해외 동반 진출, 기술교육, 보안 지원을 한꺼번에 제시한 것은 협력사를 철도 수출의 주변부가 아니라 핵심 축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철도 시장에서 K-철도가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완성차와 부품 생태계가 함께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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