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기업의 인사 전략이 채용 중심에서 조직문화 관리로 옮겨가고 있다. 인재 확보만큼 중요한 과제가 인력 이탈 방지와 경력단절 예방이 됐기 때문이다. 일·생활 균형과 조직건강은 더 이상 복지 차원의 부가 요소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조건으로 떠올랐다.
서울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는 지난 5월 28일 서울가족플라자에서 데일카네기코리아와 공동으로 ‘2026 HR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근로자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돕기 위한 조직문화 개선 방향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서울시 소재 75개 기업의 대표와 인사담당자 등 89명이 참석했다.
세미나의 첫 축은 가족친화인증 제도였다. 1부에서는 가족친화인증 심사위원 이유리 대표가 강연자로 나서 인증 기준과 정부 지원 혜택, 실제 기업 적용 사례를 설명했다. 가족친화인증은 일·생활 균형과 가족친화적 조직문화를 제도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장치다. 단순히 복지 항목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근로자가 일과 생활을 병행할 수 있는 조직 운영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세미나가 가족친화인증을 다룬 이유는 분명하다. 경력단절은 개인의 선택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육아, 돌봄, 근무시간, 조직 내 평가 방식, 리더십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기업이 이 문제를 방치하면 숙련 인력이 빠져나가고, 재채용과 재교육 비용은 커진다. 반대로 일·생활 균형이 가능한 조직은 인재 유지와 생산성 측면에서 더 강한 기반을 갖게 된다.
2부에서는 가족친화적 조직문화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 논의됐다. 데일카네기코리아 홍현영 상무이사는 리더십, 일·삶 균형, 하이브리드 근무 등 조직건강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가족친화적 문화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성과에 연결되는 전략적 자산이라는 관점이 강조됐다.
조직건강은 구성원이 오래 머무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의 체질을 말한다. 제도가 있어도 리더가 이를 신뢰하지 않거나, 조직 분위기가 제도 사용을 부담스럽게 만들면 효과는 떨어진다. 유연근무, 돌봄 지원, 휴가 사용, 하이브리드 근무 같은 제도는 실제 현장에서 눈치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때 조직문화가 된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기업 우수사례가 공유됐다. SK하이닉스, JKND의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 채용 플랫폼 그리팅을 운영하는 두들린의 HR 담당자가 참여해 조직문화 개선 과정과 실행 경험을 발표했다. 대기업, 패션 브랜드, HR 테크 기업의 사례가 함께 다뤄지면서 조직 규모와 업종에 따른 다양한 접근이 제시됐다.
이번 세미나의 의미는 조직문화 개선을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기업 현장의 생존 전략으로 다뤘다는 데 있다. 최근 기업들은 채용난과 이직, 구성원 몰입 저하, 세대 간 일하는 방식 차이, 하이브리드 근무 정착 등 복합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여성 인재의 경력단절 예방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설계와 문화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광역새일센터는 ‘조직문화 더하기’ 프로젝트를 통해 기업 대상 맞춤형 조직문화 개선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매년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HR 세미나를 열고, 일터 안에서 성평등하고 건강한 조직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그 연장선에서 기업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제도와 사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서민순 서울광역새일센터장은 “조직문화는 경력단절 예방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며 “이번 세미나가 단순한 인식 제고를 넘어 기업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실제 적용할 수 있는 교육과 컨설팅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재가 오래 머무는 조직은 제도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 구성원을 신뢰하는 리더십, 일과 삶의 균형을 성과와 충돌시키지 않는 운영 방식이 함께 필요하다. 서울광역새일센터와 데일카네기코리아의 이번 HR 세미나는 경력단절 예방과 조직건강을 하나의 기업 경쟁력으로 바라보는 흐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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