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결핵은 오래전 가난과 영양결핍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병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에서도 결핵은 사라진 감염병이 아니다. 의료 수준이 높아지고 국가 결핵관리사업이 이어지면서 환자 수는 과거보다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꾸준히 발생하는 호흡기 감염병이다.
최근 결핵을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숫자에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결핵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19만5994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새로 진단받은 환자도 8만 명 규모로 제시됐다. 결핵이 과거의 질환이 아니라 현재도 지역사회에서 계속 발생하는 감염병이라는 의미다.
질병관리청 통계에서도 결핵의 부담은 확인된다. 2025년 국내 결핵 신고 환자는 1만7070명으로 2024년보다 감소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감소 추세는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OECD 회원국 가운데 결핵 발생률이 높은 국가로 분류된다. “줄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병”이라는 표현이 결핵의 현재 위치에 가깝다.

결핵은 결핵균이 몸에 들어오면서 생기는 감염병이다. 가장 흔한 형태는 폐를 침범하는 폐결핵이다. 치료받지 않은 활동성 폐결핵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배출된 결핵균이 공기 중으로 퍼지고, 다른 사람이 이를 들이마시면 감염될 수 있다. 다만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가 곧바로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에 감염된 사람 중 상당수는 잠복결핵 상태로 지낸다. 잠복결핵은 몸속에 결핵균이 있지만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지 않는 상태다. 문제는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다. 고령, 당뇨병, 만성질환, 영양결핍, 과도한 음주, 면역억제 치료 등은 잠복결핵이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위험을 높인다.
결핵 증상은 초기에 감기나 기관지염처럼 보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신호는 2주 이상 계속되는 기침이다. 가래, 객혈, 미열, 밤에 땀이 나는 증상, 피로감, 식욕부진, 체중 감소가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좀 오래 가는 감기”로 넘기다가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고령층이나 만성질환자는 증상이 전형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기침이 심하지 않더라도 체중이 줄고 기운이 빠지며 미열이 이어지는 경우, 결핵을 포함한 감염성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결핵은 조기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수록 본인의 건강은 물론 주변 전파 위험도 커진다.

결핵이 의심되면 의료기관에서는 흉부 X선 검사와 객담 검사를 중심으로 진단한다. 객담에서 결핵균을 확인하는 검사가 중요하며, 최근에는 결핵균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진단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필요할 경우 CT 검사도 추가된다. 흉부 X선만으로 과거 결핵 흔적과 현재 활동성 병변을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여러 검사를 함께 판단한다.
결핵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일반적인 감수성 폐결핵은 여러 항결핵제를 조합해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문제는 치료 기간이 길다는 점이다. 증상이 좋아졌다고 임의로 약을 끊거나 불규칙하게 복용하면 결핵균이 약에 내성을 갖는 약제내성결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약제내성결핵은 치료가 훨씬 어렵다.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사용하는 약도 달라지며, 부작용과 치료 실패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결핵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좋아졌을 때 끊지 않는 것”이다. 약물 부작용이 의심되더라도 스스로 중단하지 말고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항결핵제는 장기간 복용하기 때문에 간 기능 이상, 피부 발진, 시력 변화, 소화기 증상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 중 음주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 한약 복용은 간 독성 부담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결핵 치료는 약을 먹는 일만이 아니라 정기 검사와 생활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
결핵 예방의 출발점은 의심 증상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다. 2주 이상 기침이 이어지면 단순 감기라고 단정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찾아 검사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가족이나 직장 등 밀접 접촉자가 결핵 진단을 받았다면 보건당국과 의료진 안내에 따라 접촉자 검진을 받아야 한다.
잠복결핵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의료기관, 요양시설, 집단생활시설 종사자나 면역저하 위험이 큰 사람은 잠복결핵 검진과 치료 필요성을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다. 잠복결핵 치료는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할 가능성을 낮추는 중요한 예방 수단이다.
결핵은 낙인찍을 병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감염 가능성이 있고, 치료를 시작하면 전염력은 빠르게 줄어든다. 중요한 것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빨리 검사받고, 정해진 치료를 끝까지 이어가는 일이다. 결핵을 과거의 병으로만 여기면 진단은 늦어지고 전파 위험은 커진다.
한국의 결핵은 분명 줄고 있다. 그러나 아직 끝난 병은 아니다. 2주 이상 기침, 원인 모를 체중 감소, 밤에 땀이 나는 증상이 이어진다면 결핵 검진을 미루지 말아야 한다. 결핵은 조기에 발견하고 제대로 치료하면 관리 가능한 감염병이다. 방심이 위험을 키우고, 검진과 치료 지속이 전파를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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