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천수재 기자
2년 만에 유해 64명 추가 발굴, 국가 사후 수습 시스템의 완벽한 파산 [부제] 대중의 시선 돌리는 비겁한 네이밍 프레임…이제는 ‘무안공항 참사’로 바로잡아야
대한민국 재난 행정의 시계는 과연 몇 세기에 멈춰 있는가. 179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대형 재난이 발생한 지 어느덧 2년을 향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사고 현장의 흙더미 속에서는 희생자들의 유해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 기가 막힌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최근 참사 현장 재수색 과정에서 무려 64명의 유해 195점이 추가로 확인됐다. 국가의 초기 사후 수습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하고 기만적이었는지를 증명하는 참담한 행정적 파산이다. 더 눈물겨운 것은 이 참상이 세상에 다시 드러난 계기다. 정부 당국의 체계적인 추적 조사가 아니라, 초기 수습의 부실함을 피를 토하듯 항의하던 유가족들이 직접 흙먼지 속을 파헤치고 나서야 뒤늦게 대대적인 재수색이 이루어진 결과다. 국가가 팽개친 책임을 유족들의 피눈물로 메운 셈이다.
■ ‘제주항공 참사’라는 비겁한 언론의 프레임 왜곡
이 어처구니없는 참상만큼이나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이를 대하는 언론의 교묘한 명명법(네이밍)이다. 다수의 매체는 여전히 이 비극을 ‘제주항공 참사’라 부른다. 이는 명백한 본질 흐리기이자 의도된 프레임 왜곡이다.
재난의 이름을 붙일 때는 사고의 구체적인 공간이자 관리 부실의 주체인 ‘장소’를 명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야만 공항 인프라의 낙후성, 관제 및 행정 시스템의 결함 등 구조적인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기상 조건과 불가능에 가까웠던 착륙 상황 속에서도 승객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사투를 벌였던 기장과 승무원들의 헌신을 기억한다면, 민간 항공사의 이름 뒤로 숨는 네이밍은 이들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시스템의 실패를 특정 기업의 과실로 축소해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비겁한 언론 플레이에 다름없다. 이 사건의 올바른 이름은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기억해야 할 ‘무안공항 참사’다.

■ 타 매체의 건조한 받아쓰기와 기묘한 ‘선택적 침묵’
국내 주요 통신사와 언론들은 이번 유해 추가 발굴 소식을 단순 사실(Fact)로만 건조하게 받아쓰고 있다. 정작 ‘왜 2년 동안이나 이 끔찍한 방치가 계속되었는가’에 대한 심층 추적과 정권·지자체를 향한 날카로운 비판은 찾아보기 힘들다.
과거 다른 대형 참사 때와 비교해보면 지금의 고요함은 기묘하다 못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만약 이 참사가 다른 정치적 배경을 가진 지역이나 정권하에서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광화문에는 당장 수백 개의 천막이 쳐지고, “국가 살인”, “정권 퇴진”이라는 거친 구호 아래 거대한 정치적 굿판이 벌어졌을 것이 뻔하다. 진상규명을 핑계로 무소불위의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정치인들은 매일같이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쥐어짜냈을 것이다.
그러나 호남의 관문이자 특정 진영의 정치적 텃밭인 ‘전남 무안’에서 벌어진 이 참사 앞에서는 그 요란하던 ‘애도의 전문가’들이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공항의 관리 부실과 행정적 책임의 화살이 고스란히 자신들이 속한 진영의 무능을 향하기 때문이다. 타인의 죽음을 오직 진영의 이익으로 환산하고 적을 공격할 흉기로만 쓰는 이들에게, 자신들의 과오로 발생한 179명의 죽음은 정적을 공격할 무기가 되기는커녕 진영의 안위를 위협하는 성가신 소음일 뿐인 것이다.
■ 죽음마저 편식하는 사회, 정론직필로 바로잡아야
생명 및 인권의 가치는 진영에 따라 저울질 될 수 없다. 표 계산에 도움이 되는 죽음 앞에서는 거창한 제단을 차리고 순교자로 추앙하면서, 자신들에게 귀책 사유가 돌아올 죽음 앞에서는 시신이 진흙에 뒹굴든 말든 철저히 눈을 감아버리는 행태는 대한민국 도덕성의 멸종을 의미한다. 부서진 여객기 잔해 속에 방치되었던 유해들은 이 나라의 인간성이 어떻게 완벽하게 파산했는지를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웅변하고 있다.
이제라도 언론은 진영의 눈치를 보며 굽힌 펜대를 바로 세워야 한다. 타인의 피와 뼈를 주판알로 튕기는 선택적 분노를 멈추고, 본질인 ‘무안공항 참사’의 행정적 책임을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 진영을 막론하고 인간의 존엄을 동일한 잣대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 무너진 대한민국 언론이 되찾아야 할 최소한의 정론직필(正論直筆)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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