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슬 기자 ㅣ 미디어원
현대자동차가 글로벌 ESG 규제 강화와 공시 의무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가능경영 전략을 공개했다. 현대차는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과 미래 지속가능경영 방향을 담은 ‘2026 현대자동차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30일 발간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003년부터 매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보고서는 재무 정보뿐 아니라 환경, 사회, 지배구조와 관련한 비재무 정보를 함께 공개하며, 국내외 투자기관과 고객,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올해 보고서는 전동화와 AI 등 산업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 하는지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3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단순한 ESG 활동 소개가 아니라, 글로벌 규제와 공급망 변화, 에너지 전환, 기술 윤리, 인적자원 전환, 주주가치 확대까지 기업 경영 전반의 의제를 연결한 점이 특징이다.
환경 부문에서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환 성과가 전면에 배치됐다. 현대차는 유럽, 북미, 인도 지역 전 사업장에서 RE100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거나 재생 전력 인증 등을 통해 상쇄한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그룹 차원에서 147MW 규모 태양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며 온실가스 감축 기반을 넓혔다.
순환경제와 생물다양성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현대차는 폐배터리 재활용 체계를 고도화하고, 전동화 확대 이후 발생할 배터리 자원 순환 문제에 대응하는 체계를 소개했다. 또한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D)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생물다양성 리스크 관리 현황을 담았다. 이는 자동차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탄소 배출 저감뿐 아니라 원재료, 생산, 폐기, 자연자본 관리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 구축과 차세대 전동화 전환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전기차 시장 성장 속도와 정책 환경이 지역별로 달라지는 상황에서, 전동화 라인업 확대와 수소 생태계 리더십을 병행하는 전략을 강조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2027년까지 유럽 시장 판매 전 차종에 전동화 라인업을 구축하고, 북미 시장에서는 1회 충전 600마일 이상 주행이 가능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선보이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사회 부문에서는 안전과 인적자원 전환이 중심을 이뤘다. 현대차는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평가에서 16개 차종이 최고 등급인 TSP 또는 TSP+를 획득한 성과를 제시했다. 제품 안전은 자동차 기업의 기본 신뢰와 직결되는 영역인 만큼, 글로벌 안전 평가에서의 성과는 ESG의 사회 부문과도 연결된다.
현대차는 ‘2030 안전경영 전략(Together for BAROZERO)’ 수립과 안전환경 투자 확대 계획도 보고서에 담았다. 산업 현장의 안전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 거점이 넓은 완성차 기업에서는 제품 안전뿐 아니라 사업장 안전, 협력사 안전, 구성원 건강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제는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이다. 전동화와 AI 확산은 자동차 산업의 직무 구조를 바꾸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생산과 연구개발, 판매·정비 체계가 전기차, 소프트웨어, AI, 데이터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임직원의 직무 전환과 재교육이 필수 과제가 됐다. 현대차는 전동화 및 AI 가속화에 따른 임직원 직무 재배치 사례를 통해 산업 전환 과정에서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인적자원 관리 방향을 제시했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이사회 독립성과 다양성, 주주환원, 기술 윤리가 함께 다뤄졌다. 현대차는 선임사외이사(Lead Independent Director) 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고, 전체 이사 중 4명을 여성으로, 3명을 외국 국적으로 선임하는 등 이사회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소개했다.
주주가치와 관련해서는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총 주주환원율 최소 35% 달성을 목표로 하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수록했다. 이는 ESG가 환경·사회 활동에 그치지 않고 자본시장 신뢰와 기업가치 제고 전략과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AI 거버넌스도 새롭게 부각된 대목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AI는 자율주행, 제조, 품질관리, 고객 서비스,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거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현대차는 윤리적 기술 활용을 위한 AI 거버넌스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AI 활용이 확대될수록 데이터, 안전, 책임, 투명성 문제가 중요해지는 만큼, 기술 경쟁력과 함께 거버넌스 체계가 기업 신뢰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지속가능성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압축한 ‘보고서 요약본(Summary Report)’도 처음으로 함께 발간했다. 요약본에는 2025년 주요 지속가능성 성과와 기후변화 대응,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 등 핵심 주제가 정리돼 있다. 투자자와 고객, 협력사, 일반 독자들이 현대차의 ESG 경영 현황을 보다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ESG 정보 공시 의무화 추세에 맞춰 이번 보고서에 실질적인 ESG 리스크 관리 역량과 체계적인 이행 현황을 투명하게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와 요약본은 현대차 홈페이지 지속가능경영 섹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 축이 제품 판매와 생산 규모를 넘어 에너지, 공급망, 기술 윤리, 인재 전환, 투자자 신뢰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동화와 AI가 산업의 방향을 바꾸고, ESG 공시가 기업의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시대에 현대차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신뢰를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경영 전략 문서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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