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아이 축 늘어지고 헛소리하면 ‘열사병’…물 먹이지 말고 119
갈증 늦게 느끼는 어르신부터 증상 표현 어려운 아이·영유아까지…열탈진과 열사병 구분, 119 신고 기준, 응급조치와 폭염 예방법 총정리
이한우 기자 ㅣ 미디어원
폭염이 이어질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사람은 혼자 지내는 노인과 어린이·영유아다. 어르신은 갈증과 더위를 늦게 느낄 수 있고, 아이는 스스로 시원한 곳을 찾거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특히 말을 하지 못하는 영유아는 “목이 마르다”거나 “어지럽다”고 호소할 수 없다. 평소보다 축 늘어지고 수유량이 줄거나, 울어도 눈물이 거의 나지 않고 젖은 기저귀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변화가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어르신이 “괜찮다”고 해도 얼굴과 행동을 봐야 한다
노인은 체온을 조절하고 갈증을 느끼는 기능이 젊은 사람보다 둔해질 수 있다. 고혈압·심장질환·신장질환·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거나 여러 약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더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본인이 “괜찮다”고 말하더라도 평소보다 말수가 줄고 기운이 없거나, 비틀거리며 걷고, 식사를 거르며 잠만 자려고 한다면 자세히 살펴야 한다. 얼굴이 붉거나 창백해지고, 숨이 빨라지거나, 대답이 느려지는 변화도 그냥 피곤한 것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는 “물 드셨느냐”고 묻는 데서 끝내지 말고 에어컨이 작동하는지, 방 안이 지나치게 덥지 않은지, 식사와 소변은 평소와 같은지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갑자기 안 놀고 처지면 활동부터 멈춘다
아이들은 더워도 놀이를 멈추지 않거나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평소 잘 뛰어놀던 아이가 갑자기 그늘에 주저앉고, 머리가 아프다고 하거나, 얼굴이 붉어지고 숨을 빠르게 쉬며,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보이면 즉시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
아이에게 “조금만 더 참으라”고 하거나 목적지까지 걷게 해서는 안 된다. 에어컨이 작동하는 실내나 그늘로 옮기고, 신발과 양말, 꽉 끼는 옷을 풀어 몸의 열이 빠져나가게 해야 한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거나 경련을 일으키거나, 깨워도 반응이 둔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영유아는 울음·수유량·젖은 기저귀를 확인한다
영유아는 울음과 행동의 변화로 상태를 나타낸다. 평소보다 심하게 보채다가 갑자기 조용해지거나 계속 잠만 자려고 하고, 젖이나 분유를 잘 먹지 않으며, 입안이 마르고 울어도 눈물이 거의 나지 않는다면 탈수를 의심해야 한다.


젖은 기저귀가 평소보다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중요한 신호다. 아기의 얼굴뿐 아니라 가슴과 등을 만져 지나치게 뜨겁거나 땀으로 흠뻑 젖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생후 6개월 미만 아기에게 보호자가 임의로 많은 생수를 먹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모유나 분유 수유를 이어가되 수유를 거부하거나 처짐·구토·소변 감소가 나타나면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받거나 긴급하면 119에 신고해야 한다.
땀 많이 나고 피부가 차가우면 열탈진 가능성
열탈진은 더위 속에서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진 상태다. 두통·어지럼증·메스꺼움·구토·심한 피로·근육경련이 나타날 수 있으며, 땀을 많이 흘리고 피부가 창백하거나 차갑게 느껴지기도 한다.
환자의 의식이 또렷하고 물을 스스로 삼킬 수 있다면 시원한 곳에서 쉬게 하면서 물이나 전해질 음료를 조금씩 천천히 마시게 한다. 옷을 느슨하게 하고 시원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거나 시원한 물로 씻기는 것도 도움이 된다.
헛소리·비틀거림·의식저하는 열사병 응급신호
열사병은 체온조절 기능이 무너지는 응급상황이다. 몸이 매우 뜨겁고 체온이 40도 안팎까지 오르거나, 말과 행동이 이상해지고, 비틀거리거나, 경련·실신·의식저하가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열사병이라고 해서 반드시 땀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땀을 흘리고 있어도 헛소리를 하거나 사람과 장소를 알아보지 못하고, 대답이 엉뚱하거나 깨워도 잘 반응하지 않으면 열사병일 수 있다.
체온계가 없다고 신고를 미뤄서는 안 된다. 체온 숫자보다 의식과 말, 행동의 변화가 더 중요한 응급 판단 기준이다.
119가 올 때까지 이렇게 식힌다
첫째, 환자를 에어컨이 작동하는 실내나 그늘 등 시원한 장소로 옮긴다.
둘째, 꽉 끼는 옷을 풀고 불필요한 겉옷을 벗긴다. 몸에 시원한 물을 적신 뒤 부채나 선풍기로 바람을 보내면 증발하면서 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얼음주머니나 차가운 물병이 있다면 수건으로 감싼 뒤 목 양옆과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댄다. 피부에 얼음을 장시간 직접 대면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천이나 수건으로 감싸 사용한다.
넷째, 구토하거나 의식이 흐린 사람은 옆으로 눕혀 토사물이 기도를 막지 않도록 한다. 호흡이 없거나 정상적으로 숨을 쉬지 않으면 119의 안내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시작한다.
다섯째, 구급대가 도착하면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지, 얼마나 더운 곳에 있었는지, 평소 질환과 복용 약, 물이나 약을 먹였는지를 알려준다.
의식이 흐리면 물·이온음료·약을 먹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환자가 제대로 삼킬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하는 것이다. 의식이 흐리거나 졸려서 깨우기 어렵고,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경련과 구토가 있는 사람에게 물을 억지로 먹이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할 수 있다.
이때는 물이나 이온음료는 물론 해열제도 먹이지 말고 119에 신고한 뒤 몸을 식히는 데 집중해야 한다. 열사병은 일반적인 감염성 발열과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해열제를 먹인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차 안에는 잠깐도 혼자 두지 않는다
아이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주차된 차량에 혼자 두는 행동은 절대 금물이다. 창문을 조금 열거나 그늘에 주차해도 차량 내부 온도는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잠깐 물건만 사고 오겠다”거나 “아이가 잠들어 깨우기 싫다”는 이유로 차 안에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이것만은 기억해야 한다
땀을 많이 흘리고 어지럽지만 의식이 또렷하면 시원한 곳으로 옮겨 쉬게 하고 물을 조금씩 마시게 한다.
헛소리·비틀거림·경련·실신·의식저하가 나타나면 즉시 119에 신고한다.
의식이 흐리거나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물이나 음료, 약을 절대 먹이지 않는다.
119가 올 때까지 옷을 풀고 몸에 시원한 물을 적시며 목·겨드랑이·사타구니를 집중적으로 식힌다.
노인과 영유아는 스스로 위험을 제대로 말하지 못할 수 있다.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 처짐, 구토, 수유량과 소변량 감소를 주변 사람이 먼저 알아차리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첫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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