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호르무즈 열리나…미국이 전쟁 끝내려다 이란에 ‘통행권’ 내주나

호르무즈 열리나…미국이 전쟁 끝내려다 이란에 ‘통행권’ 내주나

이란·오만 초안, 걸프만 진입 항로 이란 관리…미국은 승인권·통행료 반대, 합의 뒤 힘의 균형이 핵심

이만재 기자 ㅣ 미디어원

세계 에너지 시장의 목을 조여온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협상의 핵심은 선박이 다시 다닐 수 있느냐에만 있지 않다. 걸프만으로 들어가는 배를 누가 관리하고, 통항 조건과 비용을 누가 결정하느냐가 전쟁 이후 중동의 힘의 균형을 바꿀 수 있다.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란과 오만 측 협상진은 해협 재개방을 위한 초안을 마련했다. 초안에는 걸프만으로 진입하는 선박이 이란 측 항로를 이용하고, 밖으로 나오는 선박은 오만 측 항로를 이용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최고지도부의 최종 승인과 미국의 동의가 남아 있어 합의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이란은 입항 항로 관리, 미국은 승인권과 통행료 반대

가장 민감한 대목은 이란이 걸프만 진입 선박을 관리하고 일정한 서비스 비용을 받는 방안이다. 이란은 안전관리와 항로 운영을 명분으로 선박 정보 확인과 비용 부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자유로운 국제 통항에 별도 승인이나 강제 통행료를 붙이는 방식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협상은 단순한 휴전 문제가 아니라 해협의 지배구조 문제로 바뀐다. 전쟁 전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적으로 자유로운 통항이 보장되는 수로로 기능했다. 합의 뒤 이란이 입항 선박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갖게 되면 해협을 다시 여는 대가로 이전보다 강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 세계 거래 원유·가스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길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가 세계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관문이다. 전쟁 전에는 세계에서 거래되는 원유와 가스의 약 5분의 1이 이 수로를 통과했다. 선박 통항이 줄어들면 실제 공급 감소보다 먼저 보험료와 운임, 원유 선물가격이 오른다.

협상 진전 소식에 국제유가는 하락했지만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종 합의가 무산되거나 상선 공격이 재개되면 가격은 다시 급등할 수 있다. 합의가 체결돼도 기뢰 제거와 선박보험 정상화, 선사의 항로 복귀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줄지어 이동하는 유조선과 해상 경비정
이란과 오만이 논의하는 초안은 걸프만 진입과 출항 선박의 항로 관리를 나누는 방안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물가는 해협에서 곧바로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 원유와 천연가스 대부분을 수입하고 중동 의존도도 높다. 호르무즈발 공급 불안은 주유소 가격에 그치지 않고 전기·가스요금, 항공료, 해상운임, 석유화학 원료와 식품 가격으로 번진다. 원화가 약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오르면 수입물가 부담은 더 커진다.

따라서 한국에 중요한 것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곧 열린다”는 발언보다 합의문에 담길 통항 조건이다. 비용이 새로 붙고 선박검사와 승인 절차가 강화되면 해협이 형식적으로 열려도 에너지 운송비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전쟁의 출구인가, 이란의 전략적 승리인가

미국에는 전쟁을 끝내고 유가를 낮출 출구가 필요하다. 이란에는 제재와 군사압박 속에서도 자국의 영향력을 제도화할 기회가 생겼다. 양측의 이해가 맞닿는 지점에서 해협 재개방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최종 문구 하나가 중동의 해상질서를 바꿀 수 있다.

호르무즈가 다시 열린다는 소식만으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문이 열려도 열쇠를 누가 쥐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번 합의가 전쟁의 종결점인지, 세계 에너지 통행권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의 시작인지는 최종 합의문이 공개돼야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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