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5층 높이에 달하는 95도 경사의 15m 수직 인공암벽. 출발 신호음이 울리고 눈 깜짝할 사이인 6초대에 벽 끝의 터치패드가 번쩍인다. 찰나의 실수 하나로 승패가 갈리는 수직 스프린트 무대에서 한국 여자 스피드 클라이밍의 간판 정지민과 성한아름이 맹활약했다.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회장 조좌진)은 중국 구이양에서 열린 ‘2026 월드클라이밍 시리즈 구이양’에서 대한민국 스피드 종목 국가대표 정지민과 성한아름이 여자 개인전과 릴레이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개인전 입상에 이어 팀워크가 생명인 릴레이 무대까지 연속으로 시상대에 오르며 국제무대 경쟁력을 입증했다.
6.39초의 스퍼트… 세계 정상급 벽에 성큼 다가선 정지민
지난 9월 11일 펼쳐진 여자 스피드 개인전 결승은 0.01초 차이로 메달 색이 바뀌는 긴장감 속에 치러졌다. 정지민은 거침없는 스타트와 군더더기 없는 홀드 터치로 암벽을 치고 올라가 6.39초를 전광판에 새기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우승은 6.14초를 찍은 홈그라운드의 덩리쥐안(중국)이 차지했고, 은메달은 6.37초를 기록한 우크라이나의 강호 폴리나 칼케비치에게 돌아갔다. 정지민은 은메달과의 격차를 불과 0.02초 차이로 좁히며 세계 톱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성한아름의 질주도 매서웠다. 성한아름은 개인전 결승 토너먼트에서 6.88초를 기록하며 최종 4위에 랭크됐다. 메달권 바로 턱밑까지 추격하며 한국 여자 선수 2명이 나란히 4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는 저력을 과시했다.
혼자보다 강한 둘… 릴레이서 합작한 두 번째 동메달
개인전의 기세는 단체전으로 이어졌다. 9월 13일 이어진 여자 스피드 릴레이 경기에서 정지민과 성한아름은 한 조를 이뤄 다시 암벽 앞에 섰다. 스피드 릴레이는 첫 번째 주자가 15m 벽을 완등하고 내려오는 순간 다음 주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벽을 오르는 방식이다. 개인의 순수 스피드는 물론 터치 타이밍과 교대 호흡이 조금만 어긋나도 치명적인 시간 손실로 이어진다.


두 선수는 예선부터 정교한 호흡을 뽐냈다. 치열한 토너먼트 경쟁 속에서도 큰 실수 없이 완등 라인을 터치하며 동메달을 확정 지었다. 완등 직후 두 선수가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하는 모습은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로 꼽혔다.
정지민은 이번 대회에서 개인전과 릴레이에서 각각 동메달을 따내며 두 개의 메달을 수확했고, 성한아름 역시 개인전 4위의 아쉬움을 릴레이 입상으로 털어내며 꾸준한 기량을 증명했다.
다가오는 아시안게임… ‘수직의 질주’ 메달 사냥 청신호
이번 대회의 성과는 다가오는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앞둔 시점에서 거둔 결실이라 더욱 주목된다. 아시아권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스피드 클라이밍 강국들이 포진한 격전지다.
스피드 종목은 홀드의 위치와 각도가 세계 규격으로 영구 고정되어 있어 오직 반복 훈련과 순발력, 담력으로 기록을 단축해야 하는 극한의 스포츠다. 그동안 콤바인(볼더링·리드)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았던 한국 스피드 클라이밍은 이번 대회를 통해 릴레이와 개인전 모두에서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 가능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대한산악연맹 관계자는 “두 선수가 국제무대의 중압감을 이겨내고 값진 성과를 냈다”며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스타트 반응 속도와 인터벌 구간 데이터를 정밀 분석해 아시안게임 포디움 정상을 향한 실전 담금질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SPORTS & OUTDOOR GUIDE
- 대회 명칭: 2026 월드클라이밍 시리즈 구이양 (World Climbing Series Guiyang 2026)
- 개최 기간: 2026년 9월 11일(금)~9월 13일(일), 3일간
- 개최 장소: 중국 구이저우성 구이양 스포츠 클라이밍 전용 경기장
- 주요 경기 종목: 남녀 스피드 개인전, 남녀 스피드 릴레이, 혼성 릴레이
- 대한민국 대표팀 주요 성적: 정지민 여자 개인전 동메달(6.39초), 성한아름 개인전 4위(6.88초), 여자 릴레이 정지민·성한아름 조 동메달
- 스피드 클라이밍 규격: 벽 높이 15m, 약 5도 앞으로 기울어진 95도 인공암벽, IFSC 표준 홀드 배치
- 세계 정상권 기록대: 여자부 6.1~6.4초대, 남자부 4.7~4.9초대
- 향후 로드맵: 제20회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스피드 국가대표 출전 및 합숙 훈련
- 자료 제공: 사단법인 대한산악연맹(KA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