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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L 10m의 비극… 수색대대장은 왜 지뢰를 밟아야 했나

1년 전 포착된 위험 징후와 방호덧신 논란, 북한의 도발과 우리 군의 안전관리를 묻는다

비무장지대 수풀 사이에 방치된 녹슨 군사분계선 표지물과 거친 철조망
군사분계선 이남 10m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고는 북한의 명백한 도발이자 우리 군의 작전 안전관리에 엄중한 과제를 남겼다. /사진=미디어원

2026년 9월 21일, 서부전선 육군 25사단 관할 비무장지대(DMZ) 수풀 속에서 둔탁한 폭음이 정적을 찢었다. 북한군의 지뢰 매설이 의심되던 미개척 지대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을 진두지휘하던 수색대대장이 발을 내딛는 순간, 땅속에 묻혀 있던 살상용 지뢰가 터진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의 합동 조사 결과, 폭발물은 북한군이 인위적으로 매설한 플라스틱 외형의 수지반보병지뢰로 확인됐다. 폭발 지점은 군사분계선(MDL) 이남 불과 약 10m. 유엔사는 이를 명백한 정전협정 위반으로 공식 규정했다.

그러나 북한군의 불법 매설 도발 책임이 명확하다고 해서, 우리 군의 현장 안전관리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국제 협정을 어기고 지뢰를 묻은 행위와, 그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우리 장병들을 무방비로 진입시킨 지휘 라인의 안전관리 실패는 엄연히 분리해 따져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군 당국이 사고 발생 약 1년 전부터 해당 지역 일대에서 북한군의 수상한 지형 변화와 매설 징후를 식별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과연 이번 참사는 예측 불가능했던 불의의 사고였는가, 아니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위험을 방치한 채 밀어붙인 예견된 인재였는가.

MDL은 철책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10m의 덫

이번 참사의 비극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군사분계선(MDL)이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많은 이들이 군사분계선을 남북을 가로막는 견고한 철책선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철책선은 남방한계선(GOP)에 설치된 군사 시설물일 뿐, 비무장지대 한복판을 지나는 MDL에는 연속된 철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1953년 정전협정 당시 세워진 녹슨 팻말과 낡은 표지물만이 수풀 사이에 띄엄띄엄 방치되어 있을 뿐이다.

세월이 흐르며 표지물 대다수가 유실됐고, 한국군 군사지도와 유엔사의 경계 기준, 과거 팻말 연결선 사이에는 수미터에서 수십미터에 달하는 오차가 존재한다. 북한군 역시 그들만의 자의적인 경계 기준을 들이대며 끊임없이 군사분계선 일대를 교란해 왔다.

따라서 MDL 남쪽 10m에서 지뢰가 발견됐다는 것은, 북한군이 우리의 관측망을 뚫고 은밀하게 남쪽 깊숙이 침투해 덫을 놓았거나, 경계의 모호성을 악용해 고의로 아군 수색로를 겨냥해 살상 무기를 심어두었음을 의미한다. 정전협정 체결 73년이 지난 지금도 DMZ의 흙 밑바닥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극도로 위험한 비무장지대다.

1년 전부터 포착된 징후… 정보는 왜 현장에 도달하지 못했나

그렇다면 군 지휘부는 이 치명적인 위험을 언제, 어디까지 파악하고 있었는가. 이번 사태에서 가장 엄중하게 규명되어야 할 대목이다.

군 당국은 사고 지역 일대에서 북한군의 수상한 흙파기 작업 흔적과 수풀 변화 등 지뢰 매설 징후를 이미 1년 전 감시 자산으로 포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성능 열상감시장비(TOD)와 항공 정찰 자산이 24시간 감시하는 최전방에서, 적의 인위적인 매설 활동 정황이 식별됐다는 것은 해당 지역이 즉각 고위험 지뢰 미확인 지대로 격상됐어야 함을 뜻한다.

그렇다면 그 위험 정보는 현장 부대에 제때 전달되었는가. 수색로 개척 작전 계획을 수립할 때 적의 지뢰 매설 가능성이 교범대로 정밀 반영되었는가. 위험지역의 안전성 평가는 과연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승인했는가.

물론 원거리 감시장비로 땅속에 은닉된 개별 지뢰의 정확한 위치까지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위험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지역이었다면, 공병부대의 정밀 탐지와 무인 지뢰제거 장비 투입 등 특단의 사전 조치가 선행되었어야 마땅하다. 위험 징후를 손에 쥐고도 수색대대를 그대로 들여보냈다면 이는 명백한 지휘 계통의 직무유기이자 작전 실패다.

작전 지도 위에 놓인 지뢰 방호 장비와 금속 탐지기
위험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도 장병들을 진입시킨 지휘 체계와 방호 장구 착용 실태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요구된다. /사진=미디어원

두 차례 연쇄 폭발과 방호덧신의 진실

작전 당시의 현장 지휘 절차와 안전 장구 착용을 둘러싼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두 차례의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지뢰 위험 지역에서 지휘관이 상황을 직접 파악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된다 하더라도, 안전수칙과 분산 이동 원칙이 철저히 지켜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1차 폭발 이후 추가 폭발 위험에 대비한 안전 통제와 부상자 구조 절차가 교범대로 작동했는지 면밀한 검증이 요구된다.

더욱 뼈아픈 것은 지뢰 방호덧신 착용 논란이다. 방호덧신은 발목 지뢰 폭발 시 파편과 충격을 분산시켜 장병의 사지 손상을 최소화하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비록 완벽한 방패가 될 수는 없을지라도, 고위험 지뢰 의심 지대 진입 시 반드시 착용해야 할 필수 안전 장비다. 그러나 사고 직후 현장 대원들의 착용 여부를 두고 설명이 엇갈리며 안전관리 체계의 구멍이 드러났다.

만약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못했다면, 그 책임을 피 흘린 부상 장병들에게 전가해서는 결코 안 된다. 장비의 보급 실태, 실전 착용의 편의성, 지휘관의 착용 감독 여부 등 작전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파헤쳐야 한다.

국토를 지키는 일과 장병을 지키는 일

군사분계선을 수호하는 것은 군의 신성한 책무다. 그러나 그 책무가 장병들의 생명을 불필요한 위험에 무방비로 내던지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

북한군의 지뢰 매설 책임을 엄중히 묻는 일과, 우리 군의 작전 안전관리 체계를 냉정하게 수술하는 일은 결코 양립 불가능한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적의 비열한 도발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군의 감시 정보 공유 체계와 지뢰 방호 역량은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적의 규탄 성명이나 유감 표명이 부상 장병의 잃어버린 다리를 되돌릴 수는 없다. 다음 수색대대장과 어린 수색대원들이 결코 같은 지뢰를 밟지 않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10m의 비극 앞에서 군과 국가가 증명해야 할 유일한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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