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 계약에서 가장 무서운 순간은 집을 보러 갈 때가 아니다.
계약이 끝난 뒤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다.
그때 세입자에게 중요한 숫자는 매매시세가 아니라 경매에서 실제 얼마에 팔릴 가능성이 있고 선순위 채권을 빼고 나면 내 보증금이 얼마나 남느냐다.
AI 프롭테크 기업 옥탑이 지난 9월 28일 정식 출시한 ‘공생’은 이 지점을 계약 전에 계산해보겠다는 서비스다.
주소와 보증금 넣으면 ‘전셋집 진단서’
계약하려는 집의 주소와 보증금을 입력하면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실거래가, 법원 경매 기록 등을 모아 한 장의 진단서 형태로 보여준다.
진단 항목은 권리관계와 주택 가치, 입지, 시장 상황 등으로 구성되고 해당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경우 예상 낙찰가도 함께 제시한다.
다만 이 서비스는 안전 또는 위험이라는 단정적인 판정을 내리지 않으며 전세사기 여부를 가려주는 서비스도 아니다.
‘시세 얼마냐’보다 중요한 최악의 상황 계산
전세 계약을 할 때 흔히 보는 숫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다.
하지만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실제 낙찰가는 시세보다 낮아질 수 있고 먼저 배당받는 근저당이나 선순위 임차인이 있다면 세입자에게 돌아오는 돈은 더 줄어든다.
따라서 집값이 보증금보다 높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가 먼저 돈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경매 시 어느 정도 가격에 팔릴 가능성이 있는지까지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운영사 “법원 경매 낙찰 46만 건 활용”
옥탑은 예상 낙찰가 계산에 자사가 운영하는 경매 분석 서비스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밝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법원 경매 결과 약 167만 건 가운데 실제 낙찰된 약 46만 건을 토대로 21개 예측 모델을 운용한다.
다만 이는 운영사가 공개한 자료인 만큼 이용자는 학습 데이터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예상값의 오차와 계산 근거를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계약 전 무료 안전점검 제공
국토교통부는 전국 8개 전세피해·예방지원센터에서 안전계약 컨설팅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계약 전 등기부 등 권리관계를 분석하고 임대차계약서를 검토해 위험요인을 점검하는 방식이다.
HUG 안심전세에서도 주택 시세와 위험성 진단, 임대인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진단 한 번’보다 중요한 것은 교차확인
전세사기 예방에는 하나의 서비스로 모든 위험을 가려낼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등기부와 건축물대장, 실거래가, 임대인 정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각각 확인하고 잔금을 치르기 직전 등기부를 다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 AI 진단은 계약 판단을 돕는 하나의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수억 원 맡기면서 등기부 한 장만 보면 부족하다
전세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수억 원을 장기간 맡기는 거래에 가깝다.
최근에는 HUG 안심전세와 정부 안전계약 컨설팅, 민간 프롭테크 진단까지 선택지가 늘었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 서비스의 안전 표시를 믿는 것이 아니라 각 자료가 무엇을 확인해주고 무엇은 확인하지 못하는지를 구분하는 것이다.
전세사기를 완벽히 예측하는 기술은 없지만 계약 전에 권리관계와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최악의 경우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이 얼마나 남을지 계산해보는 것만으로도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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