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 소방위 순직. 고 김진석 소방위는 44세. 11년 차 소방관.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할 일곱 살 딸의 아버지였다.
결혼 8년 차인 그는 아내와 딸과 함께 2주 뒤 새 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었다. 가족이 함께 살아갈 새로운 보금자리였다. 그러나 그는 영원히 그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됐다.
10월 16일 오전 8시 38분. 오전 9시 퇴근을 앞둔 김진석 소방위에게 화재 출동 지령이 떨어졌다. 퇴근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2분이었다. 그는 다시 소방차에 올랐다.
경기도 부천의 한 공장에 출동한 김진석 소방위는 동료들과 함께 건물 3층으로 진입했다. 불길이 번지면서 동료 한 명과 함께 고립됐다. 동료는 구조됐지만, 김진석 소방위는 더 깊숙한 곳에서 뒤늦게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였다.
다음 날 새벽, 그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순직 당시 소방장이었던 김진석 소방위는 순직 후 한 계급 특별승진했다.
아내는 남편을 잃었고, 어린 딸은 아버지를 잃었다. 이제 그 아이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없다. 새집에서 함께할 평범한 저녁도 사라졌다.

왜 들어갔고, 왜 철수하지 못했는가
이 죽음 앞에는 반드시 밝혀야 할 의문이 남아 있다. 유가족은 공장 작업자들이 이미 대피한 상황에서 왜 소방대원들을 내부로 진입시켰는지, 위험이 커졌을 때 왜 철수시키지 않았는지 묻고 있다.
이는 현장 지휘와 구조 과정에 대한 유족의 문제 제기다. 실제 진입 당시의 위험 정보와 인명 수색 필요성, 철수 명령 여부, 구조 지연 원인은 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유족의 의문을 곧바로 지휘부의 과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는 이 질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피신할 때 달려들어가는 사람들
소방관은 어떤 사람들인가. 불이 나면 사람들이 빠져나오는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교통사고가 나면 찌그러진 차체를 헤집어 사람을 구한다.
심장이 멈춘 환자가 있으면 달려와 심폐소생술을 하고, 위급한 노인이 있으면 한밤중에도 구급차를 몰고 달려온다. 명절도 휴일도 없다. 밥을 먹다가도 출동하고, 잠을 자다가도 일어난다.
우리가 위험을 피해 달아나는 순간, 그들은 위험을 향해 달려간다. 우리가 평화롭다고 믿는 일상에서도 누군가는 매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소방이 ‘재정 빨대’라고? 그렇다면 더 지원하라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소방 재정 부담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국가직 소방공무원의 인건비를 지방정부가 부담하는 재정 구조를 지적하려 했다는 취지였다면, 그 구조를 비판하면 될 일이었다.
왜 하필 소방을 빨대에 비유해야 했는가. 소방관은 국가재정을 축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국가가 가장 아낌없이 지원해야 할 사람들이다.
설령 소방이 국가재정의 빨대라 한들 어떻다는 말인가. 빨대가 아니라 거대한 양수기라도 좋다. 국가의 돈을 끌어다 그들에게 쏟아부어라.
세계에서 가장 좋은 방화복을 입히고, 안전한 보호장비를 지급하라. 현장에서 대원들의 위치와 생존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추고, 위급할 때 즉시 구조할 수 있는 인력과 체계를 마련하라.
소방관들이야말로 공무원 가운데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들이다. 위험에 걸맞은 보수를 지급하고, 다친 대원에게는 치료와 재활을 끝까지 책임지고, 순직한 대원의 가족에게는 국가가 지속적으로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세금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것이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다.
조문은 예의다. 재발 방지는 의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죽음을 반복할 것인가. 소방관이 순직할 때마다 대통령이 조문하고, 장관이 조문하고, 소방청장이 조문하고, 도지사가 조문하면 끝인가.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면 국가가 할 일을 다한 것인가. 조문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조문은 책임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왜 사고가 발생했는가. 왜 소방대원들이 고립됐는가. 현장 진입과 철수 판단은 적절했는가. 구조에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장비와 인력은 충분했는가. 현장 지휘체계는 제대로 작동했는가.
그리고 이전의 소방관 순직 사고에서 국가는 무엇을 배웠는가. 그때 약속했던 재발 방지 대책은 얼마나 이행됐는가. 왜 우리는 또다시 한 소방관의 영정 앞에서 같은 질문을 해야 하는가.
조문은 예의다. 재발 방지는 의무다. 국가는 이번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조사 결과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잘못된 판단이 있었다면 책임을 묻고, 제도에 결함이 있었다면 고쳐야 한다. 인력과 장비가 부족했다면 예산을 늘려야 한다.
사과만으로 정치적 책임이 끝나는가
추미애 지사는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소방관을 폄훼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사과했다. 사과한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사과했다고 해서 이미 나온 말의 무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말에는 그 사람의 인식이 담겨 있다. 그 말에 책임을 지는 것 또한 정치인의 의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의 희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국가가 그들에게 져야 할 책임을 얼마나 무겁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추미애 지사는 이번 발언에 상응하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정치생명을 걸 만큼 중대한 잘못이라는 비판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이것은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생명과 그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의 존엄을 가볍게 여기는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
다음 출동에서는 살아 돌아올 수 있어야 한다
고 김진석 소방위에게는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이 있다. 그 아이에게 아버지를 돌려줄 방법은 없다. 그러나 다른 아이가 같은 이유로 아버지를 잃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장례식장에 늘어선 조문객의 숫자가 아니다. 다음 화재 현장에서는 소방관이 살아 돌아올 수 있도록 무엇을 바꾸었느냐는 대답이다.
고 김진석 소방위의 명복을 빈다. 남겨진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 속으로 달려가는 모든 소방관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그들의 희생을 기억한다는 말만 하지 말자. 그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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