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새로운 관광 콘텐츠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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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방문지로 명동과 고궁을 꼽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동이야 쇼핑, 먹을거리 등 다양한 인프라가 갖춰져 외국인이 꼭 한번 찾아볼 서울의 관광명소로 인식된 것이 자연스럽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리타분하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고궁이 선정된 것은 놀랄 만하다.
외국인의 한국 방문이 주로 쇼핑위주로 형성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곳으로 고궁 등을 꼽은 것은 우리 문화재를 중심으로 관광 자원화가 이뤄질 경우 관광객의 유치가 가능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특히 이러한 문화자원이 전국에 산재해 있고, 국가지정문화재도 오히려 지방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은 서울에 쏠려있는 대부분의 인바운드 관광 상품의 비효율성을 드러낸다. 관광자원 중 문화자원의 경우 서울에 1,543개인데 반해 경북에는 4,186개로 두 배 이상 많다. 국가지정문화재의 경우에도 서울에 존재하는 것은 25.4%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방에 분포돼 있다.
이러한 지역 문화재를 통한 관광산업은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서 소득효과, 고용창출, 부가가치창출 등의 긍정적 효과뿐 아니라 지역 상품에 대한 광고효과마저 부가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전통 문화유산 ‘활용’ 시각으로 접근해야
경주는 신라 천년 역사의 문화재가 시내 곳곳에 산적한 우리나라 역사 관광의 독보적인 도시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주시의 문화재 관련 정책들은 문화재 보존에 과도하게 치중하다 보니 인근 주민의 피해와 문화재 활용을 위한 관광 산업 투자도 지극히 정체된 실정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역사 관광 도시라는 장점이 오히려 경주시 발전의 폐해로 지적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남립 경상북도관광협회 회장은 ‘고도보존특별법’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조회장은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문화재가 많은 경주, 부여, 공주, 익산의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고도보존특별법’이 도시 주민생활을 현저히 규제하고, 관광사업의 발전도 정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 문화유산 활용 사례에 대한 체계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바람직한 문화재활용의 기본원칙을 마련하고 이를 시, 도 등 지자체에 전파,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도 즐기는 전통 문화재를 이제는 ‘보존’이 아닌 ‘활용’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돌아보는 것만으로 정체한 대한민국의 관광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다.

#이벤트성이 아닌 지역문화 기반 축제 마련도
지난 2007년 유래 없는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로 관광산업에 어려움을 겪던 충청남도가 지역축제를 통해 회생한 점은 복기할 만하다. 또한 1999년에 시작된 함평 나비 축제는 10여 년간 856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열리는 축제는 1176개에 이르지만, 대부분 내용이 비슷비슷한 ‘붕어빵 축제’와 내용 없이 하루에 끝나는 ‘이벤트성 축제’가 난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지난해 안면도 국제꽃박람회나 올해 9월에 열리는 ‘세계대백제전’처럼 지역별 특색을 살리는 것이 필요하고 그 지역의 역사, 전통, 문화와 상호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서울과 경북을 제외한 14곳은 문화재 전담부서가 아예 없는 실정이고, 232개 기초 자치단체 중 경주, 공주, 기해, 안동, 여주의 5개 시,군만이 문화재 전담조직을 두고 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문화예술과 관광, 체육 등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문화를 축제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경험이 태부족한 상황이고, 지역 역사문화나 지정문화, 향토적 특성들에 대한 연계성도 부족하다.

#콘텐츠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찾아야 하는 것’
또한 지역별 관광코스는 개발되고 있지만, 지자체 별로 자체 행정구역 내에 있는 관광지개발에만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지역 간 관광코스 연계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루만 머물다 떠나는 여행지가 아닌 다시 오고 싶은 여행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어지는 축제와 역사문화의 스토리텔링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에게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야 한다.
작은 국토 내에서 도시브랜드 홍보를 위해 치열하게 벌어지는 지역 간 경쟁은 자치단체가 더 이상 행정의 영역에 머물러서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자체들은 중앙정부와 협력하거나 인근 지역과 협력하면서 외부 세상과 더 넓게 소통하고 자기 혁신과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반 관광객과의 소통, 지역브랜드 강화, 지역경제 회생 등의 과제들이 지자체에 제시됐다. 이제는 이들이 소유한 유구한 역사적 유물과 특색 있는 지역문화가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거듭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