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이 빚은 고즈넉한 무릉도원

무릉도원은 흔히 인간이 찾을 수 없는 이상향을 뜻하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속세를 벗어나기를 갈망한다 . 그만큼 현재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 . 하지만 세상은 넓고 포기하기엔 이르다 . 시인 도연명도 깜짝 놀랄 만한 무릉도원이 중국 후난성 안에 있으니 , 바로 ‘ 장자제 ’ 이다 .

봉황고성 전경-퉈장을 경계로 양옆에 수상가옥이 즐비하다.
중국 최고의 고성에서 즐기는 신선놀음

후난성 ( 湖南省 : 호남성 ) 의 성도인 창사에서 기차를 타고 길수역에서 내린 후 다시 버스를 타고 , 한 시간을 넘게 달려 봉황고성 ( 鳳凰古城 ) 에 도착한다 . 천 년의 고도 봉황고성은 중국의 4 대 고성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곳으로 , 묘족을 비롯한 여러 소수민족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 덕분에 소수민족만의 특이한 민속풍습과 수려한 자연풍경 , 아름다운 건축과 건물 등이 한데 모여 중국 최고의 아름다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

봉황고성에 도착해 맨 처음 느낀 강렬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퉈장 ( 沱江 : 타강 ) 의 양옆에는 나무로 만든 집들이 들어서 있는데 , 특이하게도 물위에 지어진 수상가옥 구조이다 . 보통 상하 2 층으로 지어지는 수상가옥은 땅도 절약하고 , 건축비용도 적게 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 수상가옥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습기도 없고 , 통풍도 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봉황고성은 원나라 때는 토성이었고 , 명나라 때는 벽돌로 만든 성이었다 . 당시 성의 둘레는 2,000m 밖에 안 될 정도로 , 중국 여타의 성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편이다 . 하지만 고요히 흐르는 강물과 즐비하게 늘어선 전통가옥들의 풍경은 너무나 조화롭고 아름답다 . 비록 생활 수준이 높지는 않다 하더라도 , 매일을 덤덤히 살아가는 그들의 일상모습 자체가 자연풍경과 어우러져 정겹고 친밀한 감정이 생긴다 .

무엇보다 봉황고성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 북적이는 여행객들이 명소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등의 일반적인 답사여행이 아니라 , 그들의 일상적인 생활모습 속으로 온전히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이곳 주민들은 강가에서 야채와 과일을 씻고 , 강물로 더러워진 빨래를 한다 . 여행객들은 자연스레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평온한 일상을 온전히 눈으로 담아둘 수 있다 . 가식적인 친절이 아닌 자연스럽게 융화되는 모습이 오히려 더욱 신선하게 다가온다 .

나룻배를 타고 한가롭게 노를 저으며 , 강을 흘러가면 흡사 신선놀음이라 생각될 정도로 편안한 마음이 든다 . 엷고 흐릿하게 감싸오는 안개 또한 기분 좋은 아늑함을 선사한다 . 어디선가 들려오는 맑고 청아한 노랫소리 . 묘족 아가씨가 고운 목소리로 들려주는 노래는 더없이 값지다 . 말은 있지만 , 글이 없는 묘족에게 노래는 삶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 있을뿐더러 , 그들의 역사를 상징한다 . 배를 스치는 강물소리와 옥처럼 고운 노랫소리를 듣다가 스스로 잠이 든다 .
수상가옥과 나룻배-수상가옥은 강가에 옹기종기 밀집해 있다.천자산 입구-안개가 많고 날씨가 습하므로, 우비를 미리 챙겨야 한다.
신선이 살 것만 같은 신비한 별천지

“ 사람이 태어나서 장자제 ( 張家界 : 장가계 ) 에 가보지 않았다면 , 100 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 할 수 있겠는가 ?” 라는 말이 있다 . 그야말로 장자제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

장자제가 속해 있는 무릉원세계지질공원은 후난성 서북부에 위치해 있다 . 이미 중국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역으로 , 장자제 외에도 색계곡 , 천자산 등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 차를 타고 장자제를 향해 가는 길 .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절벽과 암석들 , 푸르른 식물들을 보면서 , 도착하기도 전이 이미 압도된다 . 가슴이 뻥 뚫린 것만 같은 청량감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

맨 먼저 가게 될 천자산 ( 天子山 ) 의 이름은 한나라 때 유방에게 반기를 들고 일어난 향왕 천자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 이미 고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 산을 오르다 보면 회색빛 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전망도 점점 희미해져 음산하고도 신비스런 느낌이 든다 . 마치 사소한 풀잎 하나에도 의미가 깃들어 있을 것만 같다 . 정말로 신선이 어디엔가 있을 것만 같은 환상적인 경관이다 .

장자제 내에는 위안자제 袁家界 ( 원가계 ) 라는 명소가 있다 . 위안자제는 보통 1 시간 정도를 산책하며 , 자연 풍경을 감상하게 되는데 , 그 중 백미는 천하제일교 ( 天下第一橋 ) 다 . 천하제일교는 천생교 ( 天生橋 ) 라고도 하는데 , 거대한 봉우리 아래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어 있다 . 처음에는 그러한 사실을 몰라서 무심코 다리를 건너지만 , 거리를 두고 멀리서 바라볼 때 시야에 들어오는 정말 멋진 절경에 넋을 잃게 된다 . 천하제일교를 건너면 자물쇠를 파는 사람들을 쉽게 보게 된다 . 이유를 물어보니 연인들이 이곳에 자물쇠를 걸고 , 열쇠를 절벽 아래로 던지면 , 두 사람의 사랑이 천년만년 이어진다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

장자제가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영화 [ 아바타 ] 의 촬영지였기 때문이다 . 산에 오르다 보면 , 아바타상이 있어 여행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보게 된다 . 영화는 비록 미래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 이곳 자체는 오염되지 않은 생태계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가 혼재하는 듯한 신비한 느낌이다 .

장자제의 웅대하면서도 기이한 산세에 넋을 잃다 보면 ,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 아쉽지만 이제 발걸음을 돌려 하산할 시간이다 . 내려올 때는 독일 기술진이 만들었다는 ‘ 백룡 ’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데 , 높이가 335m 일 정도로 굉장히 높다 .

호수 위로 피어난 소나무-아름다운 호수 위에 우뚝 솟아 있다.
호수에서 만나는 환상체험

이른 아침 ,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더욱 아름다운 보봉호 ( 寶峰湖 ) 의 호수를 바라보고 있다 . 세계자연유산인 보봉호는 무릉원의 대표적인 수경 ( 水景 ) 중 하나이다 .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 토가족이 부르는 노랫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양팔을 깍지 끼고 , 뒤로 벌렁 누웠다 .

저 멀리 희미하게 거북 모양의 거대한 바위가 보였다가 사라지고 , 선녀가 강가에서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 암벽 위에서 명상 자세로 앉아 있는 기묘한 형상도 보이는 듯하다 . 그것이 사람인지 , 신선인지 분간하기는 어렵지만 , 아무려면 어떠랴 . 지금 내가 누워 있는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거늘 . 인간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무릉도원은 분명히 존재한다 . 지금 바로 이곳에 …… .

가는 길
대한한공 , 중국동방항공 , 중국남방항공이 인천 ~ 창사 간 직항편을 운항한다 . 비행시간은 약 3 시간 40 분정 도 . 창사에서 장자제까지는 버스로 약 4 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