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해체와 김건희 특검 검사 40명의 복귀 의사
검찰청 해체 법안이 9월 국회를 통과한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의 복귀 의사를 담은 입장문이 제출됐다. 30일 오전, 수사팀장부터 차장·부장검사까지 모두 참여한 이 문건은 민중기 특별검사 지휘부에 전달되었다. 검사 전원이 복귀 의사를 명시한 이번 입장문은 단순한 항의가 아니라, 제도와 현실의 모순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집단적 의사 표시였다.
검사들은 입장문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특검 수사에 임했지만, 검찰청 해체로 인해 검사의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지고 공소유지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황에서, 특검에서는 여전히 수사·기소·공소유지를 결합해 담당하는 것이 옳은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이는 한 개인의 불만이 아니라, 파견 검사 전원이 집단적으로 제기한 제도적 문제였다.
제도의 자기모순
사건의 핵심은 단순한 인력 문제가 아니다. 이번 개정 법률은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검찰청을 폐지하고 검사에게서 직접수사권을 박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록 제도의 시행은 아직 남아 있지만, 그 방향이 이미 확정된 상황에서 특검은 여전히 검사들을 차출해 수사·기소·공소유지를 맡기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검찰개혁”을 내세웠지만, 실제 제도 운영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제도의 틀과 현장의 요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검사들은 더 이상 특검의 운영을 감당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검은 본래 권력 견제를 위한 예외적 장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특검은 정권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반복적으로 동원돼 왔다. 이번 김건희 특검은 여당 단독으로 구성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정쟁의 도구”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죄추정과 사전구속의 그림자
대한민국 형사사법제도의 고질적 문제인 사전구속 남발은 이번 특검에서도 되풀이되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이 보장하는 핵심 가치지만, 현실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일수록 구속영장은 손쉽게 발부되고, 피의자의 반론권은 축소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에서조차 이 문제가 드러났다. 그는 내란 관련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구속 사유가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라는 전형적 문구에 머무른 것은 설득력이 약했다. 당뇨 환자에게 컵라면과 건빵이 제공되었다는 일화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헌법상 보장된 인간다운 처우가 구속 제도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정치적 패배자라는 인식을 덧씌운 채, 재판 이전에 이미 사회적 단죄가 내려진 것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사건도 다르지 않다. 공직자가 아닌 그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덧씌우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많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역시 과거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은 사건을 다시 꺼내 들었고, 언론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결국 여론은 다시 피의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렀다.
언론과 여론 재판의 악순환
특검 수사의 또 다른 문제는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다. 수사 과정에서 흘러나온 정보는 그대로 기사화되고, 언론은 이를 검증 없이 받아쓰며 국민 여론을 형성한다. 국민들은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피의자를 “범죄자”로 인식하게 된다. 국정농단 사건, 내란 사건, 도이치모터스 사건 모두 이 구조가 반복됐다.
이처럼 언론과 특검이 결합해 만든 여론재판은 사법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사법 판단은 법정에서 증거와 논리에 의해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여론이 먼저 판결을 내리고 법정은 이를 추인하는 구조가 되어버렸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은 ‘정의 실현’이 아니라 ‘정치 보복’을 목격하게 된다.
박지원의 징계 주장
정치권의 반응도 문제를 더 꼬이게 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9월 30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또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사들의 복귀 요청은 집단행동이자 항명 행위로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법적 근거가 희박한 발언이다. 파견 검사는 원래 검찰 소속으로 복귀는 당연한 권리이자 절차다. 제도적 모순을 지적한 현실적 문제 제기를 “항명”으로 몰아가는 것은 본질을 회피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더구나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중잣대는 계속된다. 임은정 검사 등 특정 인사가 공개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할 때는 “개인의 소신”이라 감싸면서, 정반대 입장의 검사들이 문제를 제기하면 “징계 사유”로 낙인찍는 태도는 국민 신뢰를 해칠 뿐이다. 정치적 편향에 따른 선택적 잣대가 사법제도 전반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해외사례의 시사점
해외 주요 민주국가들의 특별검사 제도와 비교하면 한국의 상황은 더욱 특수하다. 미국은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 특별검사를 임명했지만, 수사 범위와 권한은 의회가 엄격히 통제한다. 독일은 ‘특별검사’ 제도 대신 연방의회 조사위원회를 통해 권력형 비리를 견제하며, 프랑스 역시 헌법상 특별검사를 두지 않고 반부패 전담재판부가 기능을 수행한다. 일본에는 아예 특별검사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적 중립성을 이유로 검찰청 특수부가 대신 맡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정치권이 임의로 특검을 구성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 비교만으로도 현 제도의 자기모순은 분명히 드러난다.
정치 보복의 패턴
대한민국 정치에서 사법제도가 정적 제거의 도구로 활용되는 패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본격화된 정치 보복은 윤석열 정부를 거쳐 이재명 정권에 이르러 절정을 맞았다. 조선시대 사화(士禍)가 그랬듯,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대 세력은 정치적 범죄자로 몰리고, 그 결과는 감옥과 낙인뿐이다. 지각 있는 국민이라면 이 악순환을 두고 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정권이 똑같이 행동한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구속하지 않았다. 보수 정권 내부에서조차 “왜 문재인을 살려줬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지만, 이는 오히려 보복은 우파적 가치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는다. 반대로 현 정권은 특검을 정치적 무기로 활용하며, 그 결과 사법제도 자체를 붕괴시키고 있다.
특검 존속 불가
검찰청이 1년 후 폐지되고 수사권이 사라지는 제도가 확정된 지금, 특검은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다.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무슨 수사를 할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특검 제도의 근본적 모순을 드러낸 경고다. 특검이 권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면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그 피해는 추상적이지 않다. 사법 불신은 이미 확대되고 있으며, 사회 갈등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신뢰도가 추락해 외교·투자·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 기본권이 훼손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권의 보복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일관성, 그리고 국민 기본권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양심이다. 그렇지 않다면 특검은 끝내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려 붕괴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검사들의 집단적 복귀 의사는 그 붕괴를 알리는 첫 경고등이다.
이정찬 발행인·미디어원
🔹 특집 《붕괴하는 정의: 특검과 한국 민주주의》 (5부 기획)
① 검찰청 해체와 김건희 특검 검사 40명의 복귀 의사
② 사전구속과 무죄추정의 붕괴 – 야만적 관행의 민낯
③ 정치의 도구가 된 특검 – 해외사례와 비교로 본 한국의 특수성
④ 언론·여론재판과 정치권의 이중잣대 – 국민 불신의 악순환
⑤ 특검 존속 불가, 한국 민주주의의 출구는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