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 180일 ② ‘내란’이라는 죄명은 형법상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란 특검의 수사 결과가 기소로 이어지면서, 이 사안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하나의 단어가 자리 잡았다. 바로 ‘내란’이다. 이 단어는 정치적 수사나 도덕적 비난처럼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형법에서 내란은 감정이나 평가의 언어가 아니다. 이 죄명이 성립하는 순간, 사건은 정치의 영역을 떠나 헌법 질서 자체를 다투는 문제로 이동한다.

이 글은 특검의 주장을 옳다거나 그르다고 판단하기 위해 쓰이지 않았다. 2편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형법이 규정한 ‘내란’이라는 죄명이 어떤 요건에서 성립하는지, 그리고 왜 이 죄명이 이 사안에서 가장 무거운 쟁점이 되는지를 법의 언어로 차분히 정리하는 일이다.

왜 ‘내란’이라는 단어가 논쟁의 출발점이 되었는가

특검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직권 남용이나 위법 행위가 아닌, 내란 혐의로 구성했다. 이 선택 하나로 사건의 성격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 내란은 개인의 일탈이나 권력 남용을 넘어, 국가의 헌법 질서 자체를 대상으로 삼는 죄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사안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정치적 의도나 도덕적 분노가 아니다. 과연 형법이 요구하는 내란죄의 요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요건이 왜 이렇게 엄격하게 설정돼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형법 제87조가 규정한 내란죄의 구성요건

형법 제87조는 내란죄를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때.’

이 조문은 짧지만, 요구하는 기준은 극도로 엄격하다. 내란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위법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로는 부족하다. 법은 최소한 다음 두 가지 요건이 동시에 충족될 것을 요구한다.

첫째, 국헌 문란의 목적이 존재해야 한다.
둘째,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폭동이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입증되지 않으면, 내란이라는 죄명은 형법상 성립할 수 없다.

‘국헌 문란’의 의미

국헌 문란이란 헌법에 의해 확립된 국가의 기본 질서를 침해하거나 전복하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정책 실패나 정치적 판단 착오, 심지어 위헌적 행위와도 구별되는 개념이다.

국헌 문란은 국가 운영의 기본 틀 자체를 대상으로 한 행위일 때 비로소 문제 된다. 그래서 이 요건은 언제나 행위의 성격과 목적을 엄격하게 구분해 따져야 한다.

‘폭동’ 요건이 갖는 결정적 의미

내란죄에서 가장 결정적인 구성요건은 폭동이다. 폭동은 단순한 준비나 검토, 문건 작성, 발언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법이 말하는 폭동은 현실적 물리력의 행사, 또는 그에 준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물리력 행사, 또는 국가 기능을 실제로 마비시킬 정도의 실질적 위력이 존재해야 한다. 폭동이 반드시 무기 사용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기능을 현실적으로 위협할 정도의 집단적 물리력 행사 또는 그에 준하는 상태가 요구된다.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강한 의혹이나 문제 제기가 이어지더라도 내란이라는 죄명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왜 두 가지 요건은 반드시 동시에 충족돼야 하는가

형법이 내란죄에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요구하는 이유는 조문의 해석 이전에, 조문 구조 그 자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형법 제87조는 내란죄를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한 때”라고 규정한다. 이 문장은 목적과 행위를 분리해 나열하지 않는다. ‘국헌 문란’은 목적이고, ‘폭동’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행위로 하나의 문장 안에서 결합돼 있다.

즉, 내란은 국헌 문란이라는 목적만으로 성립하지도 않고, 폭동이라는 행위만으로 성립하지도 않는다. 국헌 문란의 목적을 가진 폭동, 다시 말해 목적과 행위가 하나의 범죄 행위로 결합될 때에만 내란이라는 죄명이 성립한다. 이는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형법이 의도적으로 설계한 결합 요건이다.

형법은 기본적으로 생각과 행위를 구분해 처벌한다.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고, 행위가 있더라도 그 행위가 어떤 목적을 향하고 있는지에 따라 죄의 성격은 달라진다. 그래서 국헌 문란이라는 목적만 존재할 경우, 이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물리적 충돌이나 위력 행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국헌 문란을 향한 것이 아니라면 내란이 아니라 다른 범죄로 평가된다.

이 구조에서 폭동 요건이 빠질 수 없는 이유도 분명하다. 내란죄는 국가 범죄 가운데서도 가장 무거운 죄명 중 하나다. 법은 국가 질서를 흔든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물리적 위력이 수반되지 않은 상태까지 내란으로 확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폭동이라는 요건을 통해 집단성·현실성·지속성을 갖춘 물리력 행사 또는 그에 준하는 상태가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요구한다.

이 같은 구조는 판례와 다수설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 국헌 문란의 목적은 주관적 요건으로, 폭동은 객관적 요건으로 이해되며, 두 요건은 반드시 동시에 충족돼 하나의 범죄 행위로 존재해야 한다. 판결문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표현 역시 “국헌 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폭동이 있었는지 여부”다. 목적과 행위를 따로 떼어 평가하지 않는 이유다.

만약 이 두 요건을 분리해도 된다고 본다면, 내란죄는 자의적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다. 강한 정치적 의도나 급진적 발언, 준비 단계의 문건만으로도 내란이 성립할 여지가 생긴다. 형법이 내란죄의 문턱을 높게 설정한 이유는 바로 이러한 남용을 막기 위해서다.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요건은 내란이라는 극단적 죄명이 정치적·감정적으로 확대 적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내란죄는 판사의 재량으로 판단할 수 있는 죄명이 아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내란죄는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나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죄명이 아니다. 이 죄는 감정이나 여론의 문제가 아니라, 형법 조문에 정해진 구성요건을 통과하느냐의 문제다.

형법 제87조가 요구하는 국헌 문란의 목적과 폭동이라는 요건 가운데 하나라도 입증되지 않으면, 내란이라는 죄명은 법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특히 폭동 요건은 해석의 여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판결은 결국 제시된 사실관계가 법 조문의 기준을 충족하느냐, 아니면 거기서 탈락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다.

이 판단은 정치가 아니라, 오직 법의 영역에서만 이뤄질 수밖에 없다.

특검의 주장과 형법 요건이 만나는 지점

특검은 일정한 사실관계를 제시하며 내란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된다고 보고 있다. 언론 역시 이러한 설명을 중심으로 사건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특검의 해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해석이 형법이 요구하는 요건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논쟁은 시작된다. 그리고 이 논쟁은 정치적 공방이나 감정적 판단이 아니라, 법 조문과 사실관계의 대입이라는 방식으로만 다뤄져야 한다.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

내란죄 논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형법상 내란의 요건은 계엄이라는 헌법적 제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계엄은 헌법이 허용한 권한이지만, 동시에 가장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비상조치이기도 하다.

다음 글에서는 계엄이 헌법상 어디까지 허용되는 권한인지, 그리고 왜 이 사안에서 계엄의 해석이 결정적 쟁점이 되는지를 차분히 살펴볼 것이다.

이 연재는 판단을 서두르지 않는다. 대신 기준을 남긴다.

미디어원 ㅣ 이정찬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