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을 ‘베트남 전쟁식 수렁’으로 보는 착각

-현대전의 승부는 탄도미사일 숫자가 아니라 제공권에서 갈린다

(미디어원) 최근 일부 분석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충돌을 두고 장기전의 수렁이나 핵전 확산 가능성을 언급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유량이나 생산 능력을 근거로 미국 역시 장기 소모전에 끌려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현대전의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지금 전개되는 전쟁의 핵심은 미사일 재고가 아니라 제공권과 방공망의 붕괴다.

먼저 탄도미사일 문제를 볼 필요가 있다. 탄도미사일은 전쟁 초기 단계에서 상대의 공군기지나 지휘시설, 방공망, 산업시설 같은 핵심 표적을 빠르게 타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전장이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 장거리 타격 수단으로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개전 초기 단계가 지나고 방공망이 무너지면 전쟁의 양상은 달라진다. 그때부터 전쟁의 핵심은 미사일 숫자가 아니라 누가 하늘을 장악했는가로 이동한다.
제공권이 확보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항공기와 드론, 정밀유도폭탄, 순항미사일을 이용한 지속적인 공습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비싼 장거리 미사일보다 비교적 저렴한 정밀유도폭탄이 대량 투입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전쟁의 지속 능력은 단순히 미사일 재고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제공권을 확보한 쪽이 공격 강도와 속도, 표적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이 점에서 현재 전쟁을 베트남전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베트남전은 밀림과 터널, 게릴라전이 결합된 특수한 전쟁이었다.
당시 베트남은 지금의 이란처럼 정유시설과 발전소, 대형 산업시설이 국가 기능을 떠받치는 구조가 아니었다.
반면 이란은 정유시설, 송전망, 항만, 군수 산업시설 같은 현대 산업 인프라 위에 서 있는 국가다. 이런 인프라가 공습으로 타격을 받으면 전쟁 수행 능력뿐 아니라 국가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현대전의 특징은 바로 여기에 있다. 목표는 단순히 군대만이 아니다. 발전소, 송전망, 정유시설, 항만, 유류 저장시설 같은 인프라 역시 주요 표적이 된다.
전력망이 무너지면 레이더와 방공망 통제 체계가 약해지고 통신과 군수 물류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발생한다. 즉 현대전은 병력 숫자나 탄약 소모량만의 싸움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을 얼마나 빠르게 마비시킬 수 있는가의 경쟁이다.
실제 전쟁 사례도 이를 보여준다,

걸프전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과 연합군은 개전 초기 토마호크 미사일과 스텔스기, 전자전을 이용해 이라크 방공망을 집중 공격했다. 방공망이 무너지자 이라크 공군은 사실상 전장에서 사라졌고 이후 연합군 공군은 하늘에서 자유롭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사례는 코소보 전쟁이다.
NATO는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 공중폭격과 인프라 타격을 통해 세르비아를 압박했다. 두 전쟁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방공망이 붕괴된 순간 제공권이 넘어갔고, 제공권이 넘어간 순간 전쟁의 주도권도 한쪽으로 기울었다는 점이다.
반대로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 전쟁이 장기화된 이유 가운데 하나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완전한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나토의 정보 지원, 위성 감시, 분산된 방공망이 결합하면서 러시아 공군은 상공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했다. 그 결과 전쟁은 드론전과 포병전, 참호전이 결합된 소모전 형태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지금의 이란 전장을 이해하려면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가 상대의 방공망을 무너뜨리고 제공권을 확보했는가.
현대전에서 이 질문은 거의 전쟁 전체를 설명한다.

탄도미사일 숫자나 베트남전 비유, 핵전 확산 같은 논의는 관심을 끌 수는 있지만 전쟁의 구조를 설명하는 중심 요소는 아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이 있다. 지금의 전장은 미국이 아니라 이란의 영토 위에 있다는 점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산업 시설의 피해, 인프라 붕괴, 사회적 부담을 직접 감당해야 하는 쪽은 이란이다.
이 차이는 단순한 지리 문제가 아니라 전쟁 구조의 차이다.
결국 지금의 전쟁을 이해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현대전의 승패는 탄도미사일 숫자가 아니라 제공권과 그에 따른 시스템 마비 역량에서 갈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