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미디어원
새벽 사이렌이 이스라엘 남부 베르쉐바를 깨웠다. 예멘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남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후티 군사 대변인 야흐야 “이스라엘의 민감한 군사 시설을 향해 공격을 감행했으며, 이란을 겨냥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사일은 요격됐고, 사상자는 없었다.
그러나 이 한 발이 만든 파장은 미사일의 물리적 궤적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고 깊다.
이번 공격은 지난 10월 가자 전쟁 종전 이후 후티가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다. 후티는 자신들의 존재감을 증명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것은 용감함이 아니라 절박함의 발로다. 그리고 그 절박함이 결국 스스로를 무너뜨릴 것이다.
## 이란이 무너지는 그 순간, 후티가 선택한 것
2026년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공습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었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암살이 발표되면서 테헤란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역내 ‘저항의 축’ 전체의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후원자가 마지막 피를 쏟아내는 이 결정적 순간, 예멘의 후티는 침묵 대신 참전을 택했다.
왜인가.
채텀하우스 연구원 파레아 알무슬리미는 “후티는 이란이 아닌 예멘 자체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세력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해석했다.
말인즉, 후티 지도부는 이란이 쓰러진 뒤에도 살아남기 위해 지금 이 순간 ‘자발적 참전자’의 이미지를 만들어야 했다. 전후 중동 재편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입장권을 사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계산은 근본부터 틀렸다.
## 10년을 지켜준 방패를 스스로 버렸다
지난 10년간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3위 국방비를 퍼붓고도 후티를 끝내지 못한 것은 군사력의 열세가 아니었다. 후티가 점령한 ‘회색 지대’ — 예멘 내전의 한 축이라는 애매한 위치,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 여론의 동정, 그리고 공격 명분의 부재 — 가 보이지 않는 방패였다.
이번 참전 선언으로 그 방패는 사라졌다.
1956년 이집트 나세르는 수에즈 운하 국유화를 선언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세계를 향해 이집트의 존재를 각인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결과는 영국·프랑스·이스라엘의 즉각적인 군사 개입이었다. 후티의 이번 선언은 그 구조와 닮았다. 존재감을 드러내려다 표적이 더 선명해진 것이다.
## 후티는 하나가 아니다 — 내부에서 이미 균열이 시작됐다
외부의 시선과 달리, 후티는 단일한 의지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예멘 정치 분석가 살레흐 알바이다니는 “후티 내부에서 이번 참전 여부를 두고 ‘첨예한’ 의견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이란 지지 발언이 나왔다가 곧바로 다른 파벌이 소셜미디어에서 이를 부인하는 혼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상충되는 발언들이 내부 균열을 반영한다고 본다. 직접 개입을 밀어붙이는 강경파와 자제를 촉구하는 온건파가 충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이란의 붕괴가 현실화되면 후티 내부의 균열은 더 깊어진다. 이란 강경파는 끝까지 싸우자 할 것이고, 예멘 민족주의 계열은 살아남을 방법을 찾을 것이다.
미국기업연구소(AEI)는 “후티는 이란의 창조물이 아니라 이란이 끌어들인 세력”이라며 “이란이 무너져도 후티 자체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금 후티가 택한 참전은 그 생존 전략과 정반대 방향이다.
## 홍해를 막는 순간, 세계의 공적이 된다
더 위험한 카드가 남아있다. 홍해 봉쇄다.
후티는 아직 바브엘만데브 해협 봉쇄라는 ‘핵옵션’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장악으로 이미 혼란에 빠진 국제 해운에 또 다른 충격파가 된다.세계 원유 수송의 두 핵심 동맥이 동시에 조여드는 시나리오. 이것은 중동 문제가 아니다.
유럽의 에너지, 한국·일본의 원유 수급, 인도의 수출입, 중국의 해상 루트가 동시에 타격을 받는다. 개입을 주저하던 모든 나라가 등을 돌린다. 유엔 안보리 결의, 다국적 해군 연합, 심지어 중국과 인도의 묵인까지 — 후티 제거 작전에 전례 없는 국제적 정당성이 부여된다. 후티가 세계의 공적이 되는 것이다.
## 이란전이 끝나는 날,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후티는 안전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화력이 이란 본토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쟁이 끝나면 판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 이란을 거치며 대리세력 뿌리뽑기의 노하우와 의지를 동시에 갖췄다. 사우디는 10년 묵은 후티와의 숙제를 미국·이스라엘과 연합해 청산할 명분을 이번에 공식으로 손에 쥐었다. 이란이라는 방패가 사라진 후티는 처음으로 완전히 노출된 표적이 된다.
스팀슨센터는 “후티의 참전은 심각한 국제 군사적 대응을 불러올 것”이라며 “외부 모험주의는 내부 통치의 실패를 덮는 데는 유용할지 몰라도 동시에 후티를 전례 없는 위협에 노출시킨다”고 경고했다.
후티 지도부는 이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쐈다. 그것이 이번 결정을 단순한 오판이 아닌 전략적 도박으로 만드는 이유다.
## 역사는 지는 편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미사일 한 발이 베르쉐바의 새벽을 깼다. 요격됐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러나 이 한 발로 후티는 10년간 지켜온 전략적 생명줄을 스스로 끊었다.
명분을 팔아 존재감을 샀다. 이란의 보호막이 사라지는 타이밍에, 이스라엘과 사우디에게 선물을 안겼고, 홍해를 막으면 세계 전체를 적으로 돌릴 준비를 하고 있다. 군사적 용감함과 전략적 지혜는 다른 것이다.
이란전의 포연이 걷히는 날, 중동의 다음 타깃이 정해질 것이다. 역사는 지는 편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후티는 지금 그쪽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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