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찬 기자 ㅣ 미디어원
데이터의 바다에서 길을 잃은 기업들, ‘뇌’를 요구하다
지난 10년간 글로벌 산업계를 관통한 키워드는 DX(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전환)였다. 기업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종이 문서를 없애고,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며 클라우드에 데이터를 쌓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는 인프라 구축, 즉 ‘그릇’을 만드는 단계에 불과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방대한 데이터의 바다를 구축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작 그 데이터에서 실시간으로 가치를 추출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데이터는 넘쳐나지만, 정작 필요한 정보는 없다”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이제 산업계는 데이터 축적을 넘어, 쌓인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해 비즈니스 난제를 해결하는 AX(AI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의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DX가 신체의 ‘혈관’을 뚫는 작업이었다면, AX는 그 혈관에 ‘지능형 피’를 흐르게 하고, 이를 통제할 ‘강력한 뇌’를 장착하는 과정이다.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AX의 나침반이 되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실리콘밸리 출장의 핵심 행선지로 팔란티어(Palantir)를 택한 것은 AX 시대의 핵심 요구사항을 정확히 꿰뚫었음을 의미한다. 팔란티어는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니다. 기업 내부에 파편화된 데이터에 유기적 관계(Ontology)를 부여하여, AI가 스스로 사고할 수 있는 ‘지능형 지도’를 만드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DX 시대에는 문제가 발생한 후 데이터를 찾아 원인을 분석하는 ‘사후 대응’이 한계였다. 하지만 팔란티어의 AX 모델은 전 세계 공급망, 기상 변화, 설비 상태 등 수천 가지 변수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한다. 이를 통해 “3시간 뒤 발생할 결함을 막기 위해 지금 설비의 압력을 조정하라”는 식의 ‘사전 처방’을 내린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AX 시대로 갈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 즉 인간의 인지 한계를 뛰어넘는 운영 효율의 극대화다.
LG와 팔란티어의 연합, 제조를 넘어 ‘피지컬 AI’로 도약
LG그룹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그룹 전체의 비즈니스 모델을 AX로 재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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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CNS는 이미 팔란티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제조 현장의 품질 관리 영역에서 성공적인 실증을 마쳤다. 데이터 통합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직결됨을 입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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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AI(Physical AI)의 완성: 구 회장은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 지능’에 이어 **스킬드AI(Skild AI)**의 ‘로봇 지능’까지 직접 살폈다. 팔란티어라는 ‘뇌’와 로봇이라는 ‘몸’이 결합된 진정한 의미의 ‘피지컬 AI’ 시대를 LG가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는 공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살아있는 제조 생태계’의 탄생을 예고한다.
AX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엔진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지금, 과거의 DX 방식으로는 속도전을 이겨낼 수 없다. 실시간으로 변수를 계산하고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AX는 이제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 엔진이다.
LG가 팔란티어와 손잡고 펼쳐나갈 미래는 단순히 공장이 자동화되는 미래가 아니다. 모든 산업 현장이 AI와 유기적으로 소통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지능형 산업 생태계’의 완성이다. 한국 기업들이 이 거대한 흐름의 최전선에서 AX 강국으로 도약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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