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김미래기자
두산에너빌리티가 영국 롤스로이스 SMR의 핵심 기자재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유럽 소형모듈원전(SMR) 시장 진입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기자재 납품 검토를 넘어, 향후 유럽 원전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8일 롤스로이스 SMR이 추진하는 SMR 프로젝트의 핵심 기자재 제작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는 롤스로이스 SMR이 영국과 체코에서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적용될 원자로 등 주요 기자재의 제작성 검토를 수행한다.
영국·체코 SMR 프로젝트가 대상
롤스로이스 SMR은 영국 항공우주·방산 기업 롤스로이스 PLC가 최대 주주로 참여한 SMR 개발사다. 이 회사는 470MW급 소형모듈원전을 개발 중이며, 해당 노형은 최소 60년 동안 안정적인 기저부하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번 협력 대상은 영국 윌파와 체코 테믈린 SMR 사업이다. 롤스로이스 SMR은 지난 4월 영국 국영 원자력기관 GBE-N과 계약을 체결하고 윌파 부지에 건설할 SMR 3기에 대한 부지 특화 설계에 들어갔다. 체코에서는 국영 에너지기업 ČEZ와 건설 준비 계약을 체결하고 부지 인허가와 사전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SMR,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의 접점
SMR은 기존 대형 원전보다 규모가 작고, 공장 제작과 모듈식 시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세대 원전 시장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특히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중립 목표를 맞추기 위한 안정 전원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SM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풍력과 태양광만으로는 전력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원전 재평가의 배경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맡게 될 제작성 검토는 초기 단계처럼 보이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SMR 사업은 설계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원자로 압력용기, 증기발생기, 대형 단조품 등 고난도 기자재를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공급망이 필요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외 대형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을 보유한 기업으로, 이 분야에서 기술적 신뢰를 확보해왔다.
한국 원전 기자재 산업의 새 기회
이번 선정은 한국 원전 산업에도 긍정적 신호다. 원전 수출은 단순히 발전소 건설 계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설계, 기자재, 시공, 운영, 정비, 연료, 폐기물 관리까지 이어지는 장기 산업 생태계다. SMR 시장이 본격화될 경우, 초기 공급망에 들어간 기업은 향후 반복 발주와 표준화 생산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SMR은 아직 상업적 대량 보급 단계에 들어서지 않았다. 각국 인허가 절차, 경제성 검증, 전력시장 가격 구조, 주민 수용성, 폐기물 처리 문제 등이 남아 있다. 특히 유럽 원전 시장은 안전 규제와 정치적 검토가 까다롭다.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납기 신뢰도와 품질 관리, 현지 규제 대응 능력이 함께 요구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창원 본사 부지 내 SMR 전용 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또 PM-HIP 금속 분말성형 등 혁신 제조 기술을 도입해 핵심 기자재 제작 역량을 높이고 있다. 이는 향후 SMR 시장이 실제 발주 단계로 넘어갈 경우 생산 병목을 줄이고, 표준화된 기자재 공급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로 볼 수 있다.
김종두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BG 사장은 “롤스로이스 SMR과의 협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SMR 공급망에서 역할을 확대해 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축적된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롤스로이스 SMR의 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한국 원전 산업이 대형 원전 수출을 넘어 차세대 원전 공급망으로 진입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SMR 시장은 아직 불확실성이 크지만,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축이 맞물리며 각국의 관심은 계속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유럽 프로젝트에서 실제 제작 파트너로 자리 잡는다면, 한국 원전 기자재 산업의 글로벌 입지는 한 단계 더 넓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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