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News 경제 삼성전자 HBM4E 12단 샘플 출하,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 다시 불붙었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샘플 출하, AI 메모리 주도권 경쟁 다시 불붙었다

최대 16Gbps·스택당 3.6TB/s·48GB 구현…HBM4 양산 이어 차세대 고객 검증 단계 진입

미디어원 ㅣ 김정호기자

삼성전자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다시 속도를 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했다고 5월 29일 밝혔다. 지난 2월 HBM4 양산 출하를 발표한 데 이어 수개월 만에 HBM4E 샘플 공급 단계까지 들어가면서, AI 가속기용 메모리 시장에서 기술 검증과 고객 확보 경쟁이 한층 빨라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HBM4E 12단 제품이 최대 16Gbps 속도와 개선된 전력 효율, 열 특성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샘플 출하’라는 단계에 있다. 반도체 시장에서 샘플 출하는 제품 개발이 실험실 수준을 넘어 고객사 검증 단계로 들어갔다는 뜻이다. 특히 HBM은 단독 메모리 제품으로 끝나지 않는다. 엔비디아, AMD, 구글 등 AI 가속기 업체의 패키지 설계와 함께 검증되고, 시스템인패키지, 인터포저, 로직 다이, 전력·발열 구조까지 맞물려야 실제 공급으로 이어진다. 삼성전자가 HBM4E 샘플을 조기 공급했다는 점은 차세대 AI 칩 설계 일정에 맞춰 고객 검증의 출발선을 앞당겼다는 의미가 있다.

최대 16Gbps, 스택당 3.6TB/s로 AI 연산 수요 겨냥

HBM4E 12단은 성능 수치부터 AI 인프라 시장을 겨냥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핀당 14Gbps에서 최대 16Gbps까지 동작 속도를 지원한다. 전작 HBM4 대비 20% 이상 높아진 수준이다. 단일 스택 기준 대역폭은 초당 3.6TB에 이른다. 대규모 언어모델, 멀티모달 AI, 초대형 추천 시스템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읽고 쓰는 작업에서는 연산 장치만큼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하다. AI 가속기가 아무리 빠르게 계산해도 필요한 데이터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전체 성능은 제한된다.

용량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HBM4E 12단 제품이 48GB 용량을 구현했으며, 전작 대비 30% 이상 개선됐다고 밝혔다. 향후 32GB 8단, 64GB 16단 라인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고객이 모델 크기, 추론 처리량, 서버 전력 설계에 따라 다른 용량과 적층 구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 패키징 경쟁력 강조

삼성전자가 강조하는 또 하나의 차별점은 공정과 패키징이다. 이번 HBM4E에는 1c, 즉 10나노급 6세대 D램과 삼성전자 자체 파운드리 4나노 로직 다이가 적용됐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연결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순히 D램 셀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베이스 다이, TSV, 마이크로범프, 열 방출 구조, 로직 인터페이스, 패키징 안정성이 함께 맞아야 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파운드리, 시스템LSI, 첨단 패키징을 모두 보유한 ‘원스톱 턴키’ 역량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제품은 전력과 열 특성도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HBM4E 12단이 전작 대비 에너지 효율을 16%, 열 저항 특성을 14% 이상 개선했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에서 HBM의 전력 효율과 발열은 비용 문제와 직결된다. 고성능 AI 서버는 GPU나 AI 가속기뿐 아니라 메모리에서도 상당한 전력을 쓴다. 발열이 커지면 냉각 비용이 늘고, 장기 신뢰성에도 부담이 생긴다. AI 인프라 투자가 커질수록 메모리의 성능뿐 아니라 와트당 성능, 냉각 효율, 패키지 내 열 안정성이 공급 경쟁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HBM 주도권 회복 노리는 삼성전자

HBM 시장은 AI 반도체 경쟁의 가장 치열한 영역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발표가 단순한 제품 공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에서 오랫동안 세계 시장을 이끌어 왔지만, HBM3E와 초기 AI 가속기용 HBM 공급 경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HBM4와 HBM4E는 다음 세대 경쟁 구도다. 고객 검증, 수율, 발열 관리, 패키징 안정성, 공급 일정이 맞아야 대형 고객사 물량으로 연결된다. 삼성전자가 HBM4 양산 출하 이후 HBM4E 샘플 공급을 빠르게 발표한 것은 이 격차를 줄이려는 행보다.

다만 샘플 출하가 곧바로 대량 매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HBM 제품은 고객사 검증을 통과해야 실제 양산 공급으로 이어진다. 특히 AI 가속기용 HBM은 고객별 요구 사양이 다르고, 패키지 구조에 따라 전력·신호·열 설계 조건이 달라진다. 삼성전자가 이번 제품을 고객 일정에 맞춰 양산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관건은 글로벌 AI 칩 고객사의 검증 결과와 실제 양산 전환 시점이다.

차세대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메모리 경쟁

시장이 이번 발표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분명하다. AI 모델의 규모가 커질수록 연산장치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이동이 성능을 좌우한다. HBM은 이 문제를 줄이는 핵심 부품이다. GPU, AI 가속기, 서버 제조사, 클라우드 기업은 더 빠르고 더 많은 용량을 가진 HBM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HBM4E는 HBM4 다음 세대의 고성능 제품으로, 차세대 AI 가속기 플랫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강점은 수직 계열화된 기술 포트폴리오다. 메모리 제조 역량에 더해 파운드리와 첨단 패키징을 함께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가 원하는 AI 반도체 구조에 맞춰 통합 설계를 제안할 수 있다. 특히 HBM4 이후 세대에서는 메모리와 로직 다이의 결합이 더 중요해지고, 패키징 기술이 제품 성능과 공급 안정성을 좌우한다. 삼성전자가 이번 발표에서 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 조합을 강조한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AI 메모리 시장의 경쟁은 이제 속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고객 검증 통과, 안정적 수율, 공급량, 전력 효율, 패키징, 장기 신뢰성이 모두 평가 대상이다. 삼성전자가 HBM4E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출하했다는 점은 기술 일정에서 의미 있는 신호지만, 최종 평가는 고객사 양산 채택과 실제 공급 규모에서 내려질 것이다. HBM4E는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넓힐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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