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원 ㅣ 박예슬기자
AI는 더 이상 일부 전문가나 개발자만의 도구가 아니다. 대한민국 직장인 상당수가 이미 문서 작성, 자료 검색, 업무 정리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으며, 직업 불안과 생존 전략까지 AI를 기준으로 다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는 전국 만 20세 이상 직장인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I 시대 대한민국 직장인 리포트 2026’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26년 5월 22일부터 28일까지 7일간 진행됐다.
직장인 74.3%, 주 1회 이상 AI 사용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3%가 주 1회 이상 AI를 업무에 활용하고 있었다. ‘거의 매일 사용한다’는 응답은 30.4%, ‘주 3~4회’는 21.4%, ‘주 1~2회’는 22.5%였다. AI를 전혀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4.4%에 그쳤다.

가장 많이 활용되는 영역은 문서 요약·작성과 자료 검색이었다. 문서 요약·작성은 31.2%, 자료 검색은 27.3%로 두 항목을 합치면 전체의 58.5%를 차지했다. AI가 직장인에게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영역은 복잡한 판단보다 글쓰기와 정보 정리라는 뜻이다.
업무 효율 변화에 대해서는 75.8%가 향상됐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19.3%는 ‘매우 향상됐다’고 응답했다. 반면 업무 효율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0.8%에 불과했다.
가장 먼저 위기 겪을 직군은 번역가·사무직·회계직
AI 시대에 가장 먼저 위기를 겪을 직군을 묻는 질문에서는 번역가가 51.1%로 가장 높았다. 일반 사무직은 36.6%, 회계·재무직은 32.4%였다. 법률가 22.1%, 고객상담직 21.8%, 개발자 21.3%도 위기 직군으로 꼽혔다.
반대로 AI 시대에도 가장 오래 살아남을 직군으로는 돌봄 직군이 42.6%로 1위를 차지했다. 현장 기능직 27.4%, 농수산 분야 22.8%, 의료인 19.5%가 뒤를 이었다. 신체 접촉, 현장 판단, 감정적 교감이 필요한 직무는 AI 대체가 어렵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AI를 가장 많이 쓰는 IT·개발직, 위기감도 가장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IT·개발직의 역설이다. IT·개발직은 61.9%가 AI를 거의 매일 사용했고, 주 3~4회까지 포함한 적극 사용률은 87.6%로 전체 직종 가운데 가장 높았다. 업무 효율 향상 경험도 90.7%로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위기감 역시 가장 컸다. IT·개발직의 AI 위기감은 70.1%로 전 직종 중 가장 높았고, 자신의 업무가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인식도 69.1%에 달했다. AI를 가장 가까이에서 활용하는 직군일수록 AI의 능력과 한계를 더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회계와 기획·전략 직군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두 직군 모두 AI 사용률과 업무 효율 향상 경험이 높았지만, 동시에 업무 대체 가능성과 직업 불안도 높게 나타났다.
AI 시대 강자는 ‘잘 쓰는 사람’
AI 시대에 가장 강한 인간 유형을 묻는 질문에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51.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창의성이 좋은 사람 27.5%, 끝없이 배우는 사람 25.6% 순이었다.
반대로 회사에서 가장 위험해 보이는 유형으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려 하지 않는 사람’이 41.8%로 가장 높았다. 협업과 소통이 어려운 사람 38.3%, 사내 정치에 몰두하는 사람 27.8%도 위험 유형으로 꼽혔다.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 사고하지 않고 AI에 의존하는 사람’이 23.2%, ‘AI를 무조건 거부하는 사람’이 22.8%로 거의 비슷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AI를 외면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AI를 무조건 믿고 사고를 멈추는 태도 역시 위험하다는 현장 인식이 확인됐다.
직장인 절반, AI에 인생 상담도 한다
AI는 업무 도구를 넘어 정서적 지지 수단으로도 쓰이고 있었다. 응답자의 50.5%는 AI와 인생 상담이나 고민 상담을 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경험자 가운데 만족 이상 응답은 63.2%, 보통은 34.1%였다.
직종별로는 IT·개발직의 AI 상담 경험이 66.0%로 가장 높았고, 의료·보건직도 60.9%로 상위권이었다. 직급별로는 사원~차장급 주니어 그룹의 경험률이 53.4%로, 팀장급 이상 시니어 그룹 44.1%보다 높았다. 직장 내 소통 창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실무자들이 AI를 고민 상담 도구로 더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조사는 AI가 업무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의 불안, 학습, 인간관계, 정서 관리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단순한 도구 사용 능력에 그치지 않는다. AI를 활용하되 스스로 생각하고, 배우고, 사람과 협업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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