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직접 다시 수사하지 못한다
김강호 기자 ㅣ미디어원
경찰이 사건을 송치했지만 핵심 참고인을 조사하지 않았다. 계좌추적이 빠졌거나 디지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검사는 이런 수사 공백을 발견하면 필요한 범위에서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검사가 직접 다시 조사하는 길이 사라진다.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7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사는 직접 수사 대신 경찰에 보완 요구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더라도 피의자나 참고인을 직접 조사하거나 압수수색에 나설 수 없다. 대신 경찰에 필요한 내용을 특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날부터 한 달 안에 수사를 마쳐야 한다. 따라서 보완 절차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달라지는 핵심은 검사가 직접 추가 수사를 하느냐, 경찰이 다시 수사하느냐다.

사기·성범죄·경제범죄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다
일반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기관의 권한이 커지는지가 아니다. 고소한 사건이 부실하게 처리됐을 때 누가 끝까지 다시 들여다보느냐는 문제다.
사기 사건에서 계좌 흐름이 빠졌거나 성범죄 사건에서 디지털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경찰이 한 달 안에 충실히 수사한다면 절차가 명확해질 수 있지만, 사건이 기관 사이를 반복해서 오가면 처리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피해자 이의신청권은 유지·보완
개정안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기로 한 경우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를 두고 있다. 수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피해자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다시 판단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이의신청 이후 실제 보완수사가 얼마나 신속하고 충실하게 이뤄지는지는 후속 제도의 설계와 현장 인력에 달려 있다. 경찰의 수사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사건별 처리기한과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 통과가 곧바로 시행을 뜻하지는 않는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 이송과 대통령 공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의요구권이 행사되면 국회에서 다시 표결해야 한다. 법률이 공포되더라도 실제 시행일과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한 경과조치는 부칙과 후속 규정을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수사 중인 모든 사건에서 검사의 보완수사가 즉시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 전까지 검찰과 경찰의 사건 인계 방식, 보완수사 요구의 범위, 한 달 기한을 넘겼을 때의 조치 등 세부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핵심은 권한 축소보다 책임 공백을 막는 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줄이는 것과 부실수사를 바로잡을 장치를 없애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할 통로, 보완 요구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책임을 묻는 장치, 사건이 장기간 표류하지 않도록 하는 기한 관리가 필요하다.
제도 개편의 성패는 검찰 권한이 얼마나 줄었느냐가 아니라 억울한 피해자가 생겼을 때 어느 기관이 끝까지 사건을 책임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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