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재 기자 ㅣ 미디어원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5개월간 이어가면서 장거리 정밀타격 미사일과 방공 요격탄을 예상보다 빠르게 소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육군이 보유한 전술지대지미사일 ATACMS와 차세대 정밀타격미사일 PrSM은 세계 비축량의 대부분이 사용됐고, 해군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도 전체 재고의 절반에 가까운 물량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방어용 탄약 상황도 무겁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패트리엇 요격탄의 약 65%가 사용됐고, THAAD 요격탄 재고도 전쟁 전보다 최소 38% 줄었다. 로이터는 이 추산이 미국 정부 내부 자료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6일 일부 무기의 공급이 빠듯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미국이 충분한 양을 확보한 무기도 있지만, 다른 종류의 탄약은 재고가 제한돼 있다며 패트리엇과 토마호크 생산시설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거리 정밀 미사일 대부분 사용…공중 폭격 부담 커졌다
ATACMS와 PrSM은 적의 방공망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지휘소와 미사일 기지, 탄약고, 이동식 발사대를 정밀 타격하는 미 육군의 핵심 무기다.
ATACMS를 대체하는 PrSM은 사거리 400㎞ 이상의 차세대 미사일로 HIMARS와 M270A2 발사체계에서 운용된다. 미 육군은 2025년 PrSM의 본격적인 생산과 배치 단계에 들어갔으며, 2025년 3월에는 400기를 우선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초기 비축량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이란전이 장기화하면서 재고가 빠르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장거리 미사일이 부족해지면 미군은 유인 폭격기와 전투기를 적 방공망 가까이 투입해야 한다. 조종사와 항공기의 위험이 커지고, 공중급유기와 전자전기·조기경보기 등 더 많은 지원 전력도 필요해진다.
미 중부사령부는 세계 각지의 미군 비축분을 중동으로 이동시켜 전쟁을 이어왔다. 중동 전선에 무기가 집중될수록 유럽과 인도태평양, 한반도에 배정된 예비전력의 여유는 줄어든다.
미국이 이란·러시아·중국·북한을 동시에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사일 한 발은 한 지역만의 자산으로 머물지 않는다.


이란, 분산된 발사대와 값싼 드론으로 5개월을 버텼다
이란은 미군과 정면에서 동일한 규모의 공군력과 해군력을 운용하기 어렵다. 대신 넓은 국토와 지하화된 미사일 기지, 이동식 발사대, 분산된 생산시설을 이용해 핵심 전력을 보존했다.
미군이 지휘부와 주요 시설을 타격해도 이란 전역에 흩어진 미사일과 드론, 발사대를 한꺼번에 제거하기는 어렵다. 살아남은 발사체계가 위치를 바꾸며 공격을 계속하면 미군은 감시자산과 정밀타격무기를 반복해서 투입해야 한다.
이란은 값싼 자폭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을 섞어 발사하는 방식도 활용했다. 기만표적과 드론이 먼저 방공망을 흔들고 뒤이어 탄도미사일이 접근하면 방어군은 짧은 시간 안에 고가의 요격탄을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패트리엇과 THAAD는 항공기·기지·항만·에너지시설을 보호하는 핵심 무기다. 탄도미사일 한 발을 확실히 막기 위해 두 발 이상의 요격탄을 투입하는 경우도 있어 실제 소비량은 공격 미사일 수보다 빠르게 늘어난다.
이란은 분산된 전력과 저비용 공격수단을 결합해 미국의 값비싼 정밀무기와 요격탄을 계속 소모시켰다. 미국이 압도적인 화력으로 이란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면서도 전쟁을 5개월간 끝내지 못한 배경에는 이러한 소모전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의 소모는 훨씬 크다…병력·장비·경제가 함께 줄어든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서 미국보다 훨씬 큰 인명과 장비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러시아군이 2025년 하루 평균 약 1,000명의 인명 손실을 기록했으며, 2026년 초까지 최소 30만 명의 러시아군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군은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제한적인 영토를 확보하는 소모전을 계속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공개한 정보평가에서도 2026년 러시아군의 월평균 손실이 3만 명을 웃돌았으며, 전선에서의 진격 속도는 2025년보다 더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한 손실 규모는 전쟁 당사국마다 차이가 크지만, 러시아가 병력과 장비를 지속적으로 소진하고 있다는 흐름은 여러 분석기관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경제 부담도 커지고 있다. IISS는 러시아 경제가 사실상 생산능력의 한계에 가까워졌으며, 군수공장 노동자와 병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문제가 가장 큰 제약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군수산업에 자본과 인력을 집중한 결과 민간산업은 고금리와 노동력 부족, 투자 위축을 겪고 있다. 군수생산은 과열되고 민간경제는 정체되는 이중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러시아는 방산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소련 시절 저장 장비를 재생하며 전쟁을 이어간다. 생산량을 늘렸지만 새로 만든 전차와 장갑차, 포탄, 미사일이 전선에서 사라지는 속도도 빠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025년 군수생산이 크게 늘었지만 드론 등 일부 무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북한 탄약과 미사일까지 투입…외부 공급 의존 커진 러시아
러시아의 지속전 능력은 북한과 이란의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수백만 발의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공급한 데 이어 전투병력까지 파견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 미사일 부대 약 90명이 러시아 보로네시 지역에 배치됐으며, KN-23·KN-24 계열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최대 120기와 발사대 6기를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23년 말 이후 러시아에 탄도미사일 약 150기와 대규모 포탄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는 이란계 샤헤드 드론 기술도 도입해 자체 생산시설을 확대했다.
이러한 외부 공급은 러시아가 전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지만, 러시아 군수산업이 자체 생산만으로 전선의 소비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도 보여준다.
러시아는 병력과 장비, 재정, 민간경제를 동시에 소모하고 있다. 미국의 미사일 재고 부담이 5개월간의 이란전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다면, 러시아는 4년 넘게 국가 전체를 전쟁에 투입하면서 훨씬 깊은 손실을 쌓아가고 있다.
미국, 생산량 3~4배 확대 추진…공장 증설에는 시간이 필요
미국은 줄어든 재고를 채우기 위해 대규모 생산 확대에 들어갔다.
미 국방부는 록히드마틴과 노스럽그러먼에 30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발주해 패트리엇 핵심 부품 생산능력을 3배, THAAD 관련 생산능력을 4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토마호크 생산도 기존 연간 약 60기에서 장기적으로 1,000기까지 높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 육군은 지난 4월 PAC-3 MSE 요격탄 생산을 가속하기 위해 47억 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7월에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최대 586억 달러를 투입하는 장기 계약을 마련했다. 록히드마틴은 2030년까지 PAC-3 생산능력을 현재의 약 3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미사일 생산은 완성품 조립라인만 늘려 해결되지 않는다. 고체연료 로켓모터와 탐색기, 레이더 부품, 반도체, 폭발물, 시험시설, 숙련인력이 모두 필요하다.
하청업체 한 곳의 생산이 막혀도 완성된 미사일의 출고가 지연된다. 새로운 공장을 짓고 인력을 훈련하며 시험과 인증을 마치는 데 수년이 걸린다.
미국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도 소모된 비축량을 단기간에 원상 회복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반도 방어도 미국의 세계 재고와 연결돼 있다
미국의 미사일 재고 감소는 한국의 방어태세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4월 한국에 배치된 THAAD 체계 자체는 중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전 준비 과정에서 일부 레이더와 탄약이 이동했으며, 아직 돌아오지 않은 장비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동과 우크라이나, 인도태평양에서 패트리엇과 THAAD 요격탄을 동시에 사용하면 전시 추가 공급의 순서와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보유한 요격탄 비축량을 전쟁 초기 예상 사용량에 맞춰 다시 계산하고, 장기간 외부 보급이 끊기는 상황까지 반영해야 한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의 양산 속도도 높여야 한다. 방위사업청은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약 1조7,302억 원을 투입해 L-SAM을 양산하고 있다. L-SAM은 천궁Ⅱ와 패트리엇보다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해 한국의 다층 방어망을 강화한다.
L-SAMⅡ는 2028년까지 개발을 마치는 일정으로 추진되고 있다. 기존 L-SAM보다 높은 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고 방어범위를 약 3~4배 넓히는 것이 목표다.
한국 방산의 역할, 수출보다 국내 비축이 먼저다
한국은 포탄과 자주포, 다연장로켓, 방공유도무기, 함정, 정비·부품 분야에서 빠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천궁Ⅱ는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이라크에도 수출되며 중동의 주요 방공체계로 자리를 넓히고 있다. 이라크 수출 계약 규모만 약 28억 달러에 달한다.
국제적인 무기 부족은 한국 방산에 수출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수출 물량이 늘수록 한국군에 필요한 탄약과 부품의 우선 확보가 더욱 중요해진다.
생산라인을 수출 계약에 맞춰 가득 채우면 한반도 위기 때 국내 소요를 빠르게 늘리기 어렵다. 핵심 원료와 고체연료, 탐색기, 반도체 부품의 공급망도 국내에 충분히 축적해야 한다.
이란전은 미국의 장거리 정밀미사일과 방공 요격탄 소비 속도를 구체적인 수치로 드러냈다. 러시아는 훨씬 큰 인명·장비·경제 손실을 안고 전시생산과 북한·이란의 지원으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란은 분산된 전력과 저비용 공격수단으로 미국의 고가 무기를 꾸준히 소모시켰다.
한국이 확보해야 할 전투력은 분명하다. 충분한 탄약과 요격탄, 지속 가능한 생산라인, 핵심 부품 공급망, 파손된 장비를 신속하게 복구하는 정비능력이다.
첨단무기의 성능은 공장에서 출발하며, 전쟁 지속능력은 창고와 생산라인에서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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