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행, 그 찬란한 고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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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엔엘뉴스=정의한 여행작가) 인도로 떠나기로 했다. 꾸준하게 인도를 잊지 못하고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 했던 나의 내재가 드디어 고백을 한 셈이다. 십여 년 전 여행의 첫 출발점이었던 인도. 여행에 대해서 일방적으로 사랑한다고 매달렸고 그 마음을 허락한 곳. 첫 배낭여행이 주는 생경함보다 먼저 그것 혹은 그들이 주는 커다란 화두와 거대한 이야기 앞에 난 허물어져왔고 또 계속해서 나의 성을 내주며 함락되어왔다.
인도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난 나를 결정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사실 인도여행은 힘들다. 낯선 도시와의 어색한 대면, 불편한 숙소에서의 감수, 익숙하지 않은 음식과의 고전, 소통의 불편함에서 오는 난감 그리고 다소간의 위험과 체력과 정신의 소진 마지막으로 길모퉁이에서 의도하지 않게 마주치게 되는 끝없는 쓸쓸함. 그럼에도 내가 항상 여행을 꿈꾸고 있는 이유에는 무언가 숨겨진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누구나 삶이란 것을 산다. 하지만 아쉽게도 많은 학교와 가정에서 삶을 가르쳐 주지는 않는다. 아무도 삶이 이러한 것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누구나 삶이 어떠한 것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삶의 비밀. 길 위에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난 그 찬란한 고행을 떠나는 것이다.
여행은 배움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낯선 도시에서의 어색함을 쾌활함으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어느새 발견하게 되고 불편한 숙소의 딱딱한 침대에서 오히려 주어진 현실에 만족함을 느낄 수 있으며 익숙하지 않는 음식은 부모님과 음식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소통의 불편함은 결국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게 되는 단서를 주며 위험은 그것에 대처하는 능력과 준비성 그리고 기지와 순발력을 키워준다. 문득 찾아드는 쓸쓸함…. ‘커다란 자유’를 얻기 위해서 그에 필적할만한 카드를 내주어야 한다면 낯선 외로움만이 거의 선을 맞출 수 있기에 이 점은 숙명처럼 안고 가야한다. 하나를 얻기 위해서 한 가지를 버려야하는 순리. 여행은 순리를 배우는 거대한 길이다.
여행은 경영이다. 어디로 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여행을 꾸려나갈 것인가는 하나의 기획이다. 계획보다는 계획이후의 문제들까지 포괄하여야 하기 때문에 기획에 가깝다. 예산을 짜야한다. 숙소와 음식에 관한 지출을 기본으로 교통비와 여행경비를 세심하게 관리하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예산의 운용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여행을 마치고 경비가 남았다고 하는 것도 자랑할 만한 일이 못되고 모자란 점도 결국 시작단계에서 예비비를 책정하지 못한 실패의 결과이다. 숙소의 사장과 시장의 아낙에게 숙소비나 물건 값을 흥정하는 것은 영업에 가깝다. 상대방의 마음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 영업과 다르지 않다.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잘 읽고 또 진심으로 대하여야 함이다. 배낭 속에는 어떤 물건을 가지고 다닐 것인가. 유용하고 무용한 짐들과 또 그것들의 적절하고 올바른 배치는 자재관리와 연관이 크다. 결코 작다고는 볼 수 없는 배낭 속은 의외로 하나의 우주같이 크고 또 넓기에 물품들의 위치와 관리는 항상 염두에 있어야 함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산. 하루가 되었던 한 달이 되었던 여행이 끝나는 시점에서 복기와 점검의 시간은 다음 여행에 중요한 좌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행은 순환의 이해이다. 고행을 하나의 찬란한 과정으로 바꾸는 마력. 그리고 그 안에서 성숙해나가는 자신의 모습은 오로지 길 위에서만이 가능한 노정(路程)이다. 자신이 싫어질 때 자신에 대해 자신이 없을 때 길 위에 나서라. 그러면 본의든 타의든 여행이라는 위대한 길에서 조금씩 자신을 찾고 삶을 이해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주 눈물겹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