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의 문화 강대국 중국이 있다면, 화려한 산업 발전을 이뤄내고 있는 중국도 있다. 공산국가라는 타이틀이 있다면 자본주의 물결이 출렁이는 중국도 역시 마찬가지다. 드넓은 대륙만큼이나 수많은 중국은 정답이 없는 미지수기에 신비롭다.
# 처음 마주하는 중국이야기
한국과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위치한 연대공항은 인천공항과는 다르다. 한국과는 다르다고 해야 더 옳을 듯하다. 작은 땅덩이에 무엇이든 효율적으로 운용되는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모든 공간에 관대하고 여유롭다. 이미 연대시도 중앙정부의 주도 아래 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중국 태초의 광활함은 숨길 수 없다. 또한 한꺼번에 도시 전체가 폭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일사분란하게 개발되는 모습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보기 힘든 진풍경일 것이다.
그럼에도 첫 번째 목적지인 천무 리조트로 가는 도로 양 옆으로 끝이 보이지 않은 지평선이 펼쳐져 중국의 광활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한다. 어디까지 들어차 있는지 눈으로 식별이 불가능 할 정도로 빽빽이, 끝없이 뻗어 있는 송림 또한 중국이 아니면 보기 힘든 광경이다. 도시가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송림 숲은 중앙정부가 훼손하지 않고 보호한다는 방침을 내세웠다는 가이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중국은 공간의 부족으로 반드시 보호해야 됨에도 불구하고 무차별적인 개발을 선택하는 대다수의 국가들보다, 같은 상황에 처했을 경우 보호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을 것이 분명하다.
고작 한 시간 거리에 떨어진 곳의 도시지만, ‘중국은 중국’이라는 강한 느낌을 가지며 도착한 천무 리조트는 차를 타고 들어오며 봤던 연대의 대다수의 모습과는 또 다르다. 중국 특유의 냄새가 물씬 나면서도 깔끔하고 세련된 외관은 중국도 온천 여행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리조트 내 중앙은 객실에서 빠져나오면 어디서라도 볼 수 있도록 나무와 꽃들로 가득 메워 메마른 건물 냄새가 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분위기에 붉은 색으로 포인트를 준 객실은 누가 봐도 ‘중국’이다. 객실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고 있자면 탄식이 흘러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어마어마한 인공호수는 그곳이 호수라고 말해주지 않는다면 그저 그 앞을 흘러가는 강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수 뒤로 펼쳐진 산과 들은 어디까지가 사람의 손을 탄 곳이지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고 있었다.
또 리조트 앞 호수를 따라 길게 늘어선 산책로는 무아지경, 무릉도원과 같은 어원이 어디서부터 출발하게 됐는지 짐작케 했다. 인위적인 것들을 최대한 배제한 산책로는 원래 있었던 자연에 나무와 평평한 돌로 산책을 조금 수월하게 만들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잔디 밭 곳곳에는 스피커가 설치돼 음악이 흘러나오는데, 심지어 그 스피커마저도 잔디에서 태어난 버섯모양을 하고 있다. 호수가 물 위에 놓여 진 구름다리에서는 산을 타고 호수를 넘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는다.
탕포 리조트에는 실내 온천과 노천이 따로 분리돼 있는데, 특히 노천은 해가 저물어 어두울 때 가야 그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 노천은 와인온천, 초콜릿온천, 녹찻잎온천 등 주제별로 다양한 60개의 온천이 있어 하루 만에 노천을 다 체험하기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온천 하나 하나 오목조목하게 꾸며놓은 천무리조트는 자연그대로를 주로 활용하는 일본 온천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예감은 적중했고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서늘해지는 공기와 마주하며, 산을 처음 오르는 사람처럼 흥분감을 감추기가 힘들었다. 집채만 한 바위를 타고 흐르는 계곡물과 머리 위 기암괴석을 흐르는 물줄기 까지, 성경산은 참으로 중국다운 산이라는 표현 외엔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산이며 바다며, 중국은 중국만이 가질 수 있는 풍광으로 처음 마주하는 감동을 아낌없이 내주고 있다.
숲에 둘러싸여진 온천마다 짚으로 엮어 놓은 지붕과 사이사이 지나가는 길목에 깔려진 넓은 돌들은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이질감이느껴지지 않는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은은한 조명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면서 따뜻한 온천과 함께 몸과 마음의 피로를 씻어준다.
# 중국만이 가질 수 있는 풍광이 있다
천무리조트가 있는 곳에서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리면 남해라는 바다가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중국답게 규모부터가 다른 엄청난 크기의 모래조각들이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비의 모래조각들은 그 크기만큼이나 정교한 손길이 느껴진다.
해안가 바로 앞에는 시골 장터 분위기가 풍기는 장이 들어서 있다. 중국의 유명한 먹거리 꼬치구이가 일렬로 늘어선 자리에는 양꼬치, 닭꼬치를 굽는 냄새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 군침을 돌게 만든다. 장터 주변에 한류열풍을 짐작케 하며 흘러나오는 한국 가요들의 친숙한 멜로디를 이곳에서 들으니 더욱 정겹다.중국의 바다를 마음껏 느끼고,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성경산이다. 산이라고 다 같은 산인가. 멀리서 보이는 성경산은 산꼭대기서부터 그 아래까지 투박한 바위들이 나무도 허락하지 않은 채 돌출돼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 바위들이 원래부터 저 자리에 있었냐’는 질문을 끝끝내 한 다음에야 처음으로 보게 된 풍광을 마음 놓고 감탄하기 시작했다.
버스가 들어갈 수 있는 곳까지 간 다음 차에서 내렸는데 산에서 처음 보는 몇몇 건물들이 이곳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오래된 군용건물이란다. 이제는 버려져 허물어져 가는 그 건물들은 건물 내 어지러이 흩어져있는 군용물자들과 함께 을씨년스러운 기운을 풍긴다. 세계 대다수의 나라들이 그렇듯 전쟁의 역사는 가슴을 몰아치는 아픔이 있다.
버려진 건물이 있으면 그것들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산으로 들어가는 초입, 건물들을 보기 좋게 정리해 그 안에서 약재를 팔거나 기념품을 파는 곳으로 이용하고 있다. 또 그렇게 보니 그 건물이 마치 그런 용도로 태어난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사람의 발이 많이 닫지 않은 곳이라 그런지 계곡을 건너는 나무로 만들어진 징검다리는 썩은 곳도 간혹 있고, 손을 의지할 곳은 고작 양 옆으로 길게 연결된 부실한 줄 하나로 이루어져 있다. 혹시 떨어지면 물에 흠뻑 젖거나 조금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 정도 위험은 감내해야만 속을 보여 주겠다는 산의 엄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