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래 고요한 땅 말레이시아, 그곳의 축제는?

다양한 문화와 종교가 혼재하는 말레이시아는 그만큼 엄청난 수의 문화행사가 이뤄진다. 말레이 반도는 서 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 섬에 위치한 동 말레이시아로 나뉜다. 이슬람 색채가 강한 말레이 반도와 달리 동 말레이시아의 사바 주와 사라와크주는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탓에 전통을 고수하는 원주민의 생활상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그중에서 사라와크는 흔히 ‘보르네오의 숨은 보석’으로 지칭하는데, 크고 아름다운 경관에 비해 유명세를 피한 탓이다. 사라와크의 볼거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오늘 소개할 다양한 원시 부족과 세계자연유산인 구눙물루국립공원이 그것이다.


# 미인은 원시부족도 춤추게 한다 ‘타다우 카마탄 축제’
사바 지역에서 개최되는 카마탄 페스티벌은 매년 5월에 개최하는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추수 감사 축제이다. 카마탄 축제는 보보히잔이라고 불리는 주술사들이 전통 의상을 차려 입고 주술을 외우면서 일렬로 줄지어 걸어가는 마가야우의식을 치르는 것으로 시작되며 축제에 대한 부족들의 애착과 열기를 느낄 수 있다.
카마탄 페스티벌의 유래는 그 해의 풍년을 벼의 정령에게 감사드리는 의식으로 사바 지역을 다스리는 신과 그의 딸의 아름다운 전설에서 시작되었는데, 오랫동안 흉작으로 굶어 죽어가던 사람들을 보고 고민하던 사바 지역의 신이 딸을 희생시켜 그녀의 몸 안에서 나온 벼 싹으로 이 지역 사람들을 굶주림에서 구했다고 한다.
이 전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통으로 뿌리내렸고 매년마다 사바 지역의 가장 커다란 부족인 카다잔 두순족은 풍년을 축복하며 미인 대회를 열어 외모뿐만 아니라 용감함, 기품 그리고 지적인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는 미인을 선정한다.
특히 카마탄 페스티벌은 추수한 곡식에 대해 신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치르는 행사이니만큼 축제의 모든 음식은 쌀로 만들어진다. 축제에서 가장 귀빈 대접을 받는 것은 그 해 수확한 쌀로 만들어진 타이파이라는 술로 지역 사람들은 이웃과 손님들에게 타이파이를 대접하며 축제를 즐긴다. 올해의 타다우 카마탄 는 오는 30일과 31일 양일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다.

# 보르네오 원주민의 전통 가옥 체험 ‘가와이 다약’

말레이시아에서 가장 넓은 사라와크주는 보르네오섬의 남서부에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원시 열대림과 산, 동굴, 독특한 생물원으로 부족문화의 땅이라 불린다. 이곳의 토착부족민들은 전통 가내 공업과 농업활동을 영위하며 그 생산물로 기념품을 만들어 관광객에게 판다.
사라왁 지역의 토착 원주민인 이반, 비다유, 카얀, 큰야, 클라빗, 무룻 등을 통틀어 다약이라 부른다. 따라서 ‘가와이 다약’이란 ‘다약들의 축제’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가와이 다약은 원래 추수가 무사히 끝났음을 선포하고 신께 감사하는 추수감사 의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이들은 가와이 다약으로 수확기를 마감하며 이웃과 친지들을 방문해 더 좋은 음식을 나누고, 춤과 전통행사를 즐기는 축제로 변모한 것이다.
보통 6월 초에 시작하는 가와이 다약은 행사 몇일 전부터 부족민들을 들뜨게 한다. 주로 이반 족의 롱하우스에서는 ‘무아이 안투 루아’라는 의식을 치르는데 우리의 액땜과도 비슷한 이 의식은 쓸모없는 물건들을 불운의 신에게 선물하는 의미로 모아서 롱하우스의 바깥에 내버린다.
이외에도 수평아리를 제물로 바치며 풍작의 신께 감사드리는 ‘미링’이라는 의식과 수탉싸움, 취관 시범경기, 전통무용인 ‘가잣’ 경연대회 등이 마련된다.
이 축제의 주인공인 사라왁 지역의 다약 사람들은 행사가 있기 몇 일 전부터 여자들은 전통음식을 한 가득 준비하고, 그들 조상의 묘지를 깨끗이 한다. 축제 전날에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뚜악이라는 전통 술을 손님들에게 베풀고 춤을 춘다. 이 기간 동안 사람들은 춤을 추고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축복의 기간이니만큼 많은 커플들이 결혼이나 미래를 약속하는 등 축제 기간 동안 기쁜 행사들이 끊이지 않는다. 축제 기간에 사라왁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지역 전통 주택인 롱하우스를 직접 방문해 즐길 수 있는 오픈 하우스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사라왁 사람들은 가와이 다약 축제가 신이 직접 사람들에게 시킨 행사라고 믿기 때문에 행사에 참가하거나 잠깐이라도 지나친 사람에겐 신의 축복이 함께 한다고 믿는다. 따라서 매 해 각국에서 온 해외 방문객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전 지역에서 수많은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의 가와이 다약은 다음달 1일과 2일 양일에 걸쳐 펼쳐질 예정이다.

원시 부족은 다마이해변에서 걸어 5분 거리의 사라와크 민속촌에서 만날 수 있는데, 민속촌에는 비다유족, 이반족, 페난족, 오랑울루족, 멜라나우족, 말레이족, 중국계 등 7개 부족이 여전히 각자 자신의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동남아 최고봉인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산이 자리한 사바 주는 사라와크 주 다음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사바주의 주도는 코타키나발루인데, 이곳은 천혜의 자연 경관과 자연재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그로 인해 원시부터 계속 보존돼 왔을 것으로 짐작되는 해변과 밀림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매년 이 두 지역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축제는 말레이시아를 방문한 해외 관광객들이 꼭 찾아 볼만한 장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문의 : 말레이시아 관광청 02-779-4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