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섬 그리고 천 개의 문화 , 인도네시아 . 이제부터 여행을 떠나려는 인도네시아는 무려 1 만 8,108 개의 섬으로 이뤄진 국가이므로 앞 문장만으로는 인도네시아를 모두 설명해 낼 순 없다 . 정말 그렇다 .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면서도 힌두교 , 불교 , 기독교 , 가톨릭 등 다양한 종교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다 ( 多 ) 종교 국가이다 . 게다가 인도네시아를 구성하고 있는 400 여 종족이 사용하는 500 여 개의 언어를 보면 그야말로 세계의 축소판이나 마찬가지다 .
이러한 문화적 풍요로움은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는 이방인에게 놀라움의 연속이 된다 . 우리가 종종 다른 국가를 여행하며 느끼게 되는 문화적 이질감은 이곳에서만큼은 눈 녹듯 사라진다 . 이방인을 맞이하는 인도네시아인들의 아름다운 미소가 이번 여행의 가장 큰 자산이 되리라는 기대감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
세계적 휴양지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 우중판당 ’
인도네시아의 셀레베스라고도 불리는 술라웨시 섬 (Sulawesi) 은 세계에서 11 번째로 큰 섬이다 . 서쪽은 보르네오 섬 , 북쪽은 필리핀 , 동쪽은 몰루카 ( 말루카 ) 제도 , 남쪽은 플로레스 섬과 티모르 섬으로 둘러싸여 있다 . 4 개의 반도로 이뤄져 표창과 같은 특이한 모형을 한 섬이다 . 6 개의 주로 나뉘어 있으며 , 가장 큰 도시는 남부의 우중판당 ( 마카사르 ) 과 북부의 므나도다 .
자카르타행 비행기에서 내려 남부의 우중판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적도의 뜨거운 태양이 여행자의 그림자처럼 내내 함께 한다 . 한여름 40 도까지 수은주가 올라간다고 하니 한국에서의 폭염은 그저 따뜻한 수준이다 . 강렬한 햇살과 푸른 바다 , 그리고 주변의 이색적인 풍경은 이제 막 술라웨시로의 여정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었다 .
주도 우중판당은 인도네시아 항공교통의 요지이다 . 섬 북단의 므나도와 비퉁 그리고 할마헤라 섬 등 주요 섬으로 가는 길목이며 동부 자바 섬의 수라바야와도 가까운 위치에 있다 . 우중판당을 지도에서 살펴보면 표창 형태의 중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현재 수도 자카르타가 정치 경제 등 산업의 중심지이지만 , 우중판당은 제 2 의 수도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인도네시아 정부는 16 세기 네덜란드 식민 시절부터 주요 무역항 중의 하나였던 우중판당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세계적 휴양관광지로 개발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 이미 우중판당 곳곳에서는 관광 기반시설들이 속속 건설되고 있으며 도로망 확충과 교량 건설 등 인프라가 구축 중이다 .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우중판당은 여전히 야생의 보물을 간직하고 있다 . 우중판당 시내에서 40 ㎞ 가량 떨어진 곳에 반티무룽 (Banti Murung) 폭포가 있다 . 인도네시아어로 ‘ 슬픔을 없애는 곳 ’ 이라는 유래가 있는 이곳은 그 이름 때문인지 많은 현지인들이 주말이나 휴일에 자주 찾는 명소이다 . 가파른 석회암 절벽에서 쏟아지는 물보라와 반사되는 반짝거림의 향연은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 더욱이 폭포는 사람이 쓸려갈 정도로 강하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떨어지는 물을 직접 맞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는 즐거움도 함께 선사한다 .
배를 타고 카양안 (Kayangan) 섬으로 이동하면서 보이는 이국적인 수많은 섬들은 하나하나 사연을 간직한 것처럼 보인다 . 그만큼 각양각색이다 . 우중판당에서 가장 가까운 산호초 지대인 카양안섬은 현지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섬으로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다 . 섬은 작지만 민박시설과 레스토랑 , 상가 , 펍 등이 갖춰져 있어 전혀 불편을 느낄 수 없다 . 하루쯤 숙박하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
다양한 문화의 어울림
우중판당에서 비행기를 타고 2 시간가량 북쪽으로 향하면 므나도 ( 마나도 ) 에 다다른다 . 인도네시아의 가장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한 곳이다 . 워낙 투명한 물빛과 얕은 수심 그리고 도처에 발생한 산호지대는 보는 이로 하여금 호사스러움마저 느끼게 하는 곳이다 .
므나도 지척의 부나켄 (Bunaken) 섬은 므나도에서 배로 1 시간가량 이동하면 도착할 수 있는데 도심지인 므나도 시티에서 가장 가까워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다이버와 스노클러들로 늘 북적이는 곳이다 . 스노클링 장비가 없어도 유리면으로 제작된 배 밑바닥을 통해 물속을 즐길 수 있다 . 전문 다이버들은 부나켄 섬과 므나도 베이를 연하여 있는 다이빙지역 , 동쪽의 렘베해협과 상히에 섬의 백여 개의 다이빙 지역은 가히 다이빙의 파라다이스라 일컬음에 손색이 없다고 한다 .
다양한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앞서 말했듯이 인도네시아라는 국가의 특징이지만 므나도에서 그 절정을 확인할 수 있다 .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이 나라에서는 보기 드물게 므나도에서는 기독교교회가 도시의 상징처럼 중요한 길목마다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나와 다르다고 이방인을 배척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의 특징을 보듬어 키워나가는 것은 인도네시아인들의 정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 피부색이 다른 이방인을 향해 미소 짓고 , 서슴없이 다가와 함께 사진을 찍는 그들의 모습에서 므나도를 감싸는 태양 볕만큼이나 따뜻하고 다정한 문화의 합일 ( 合一 ) 을 볼 수 있었다 .
가는 길
대한항공과 가루다 인도네시아 항공으로 수도 자카르타까지 이동 후 우중판당이나 므나도로 향한다 . 매일 오전 오후 1 회씩 운항하며 화요일은 대한항공만 1 회 운항한다 . 자카르타에서 우중판당까지는 2 시간 20 분 , 므나도까지는 4 시간 20 분 정도가 소요된다 . 싱가포르항공을 이용하여 싱가포르에서 우중판당이나 므나도로 이동하는 것도 매력 있는 일정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