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을 담다, 호젓하고 한갓지게 서촌 한 바퀴

호젓하고 한갓지게 서촌 한 바퀴

경복궁 서쪽에 위치했다 하여 이름 붙은 서촌은 정확히 말하면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 청운 효자동과 사직동 일대를 뜻한다 . 이곳은 조선시대 중인들이 많이 살던 지역으로 과거 양반들이 주로 머물던 북촌과 달리 살가운 분위기가 특징이다 .

그러면서도 골목 사이사이 개성 넘치는 볼거리가 요란하지 않게 자리를 잡아 한결 매력적 . 또 예부터 문인 , 화가 등 예술가들이 모여 살며 꽃 피우던 예술혼이 지금껏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낡았으나 남루하지 않고 , 한적하나 지루할 틈 없는 시간이 골목마다 살아 숨 쉰다 .

글 ․ 사진 박은경

서촌 골목

서촌은 발길 닿는 대로 훠이훠이 돌아다니며 예상치 못한 멋을 마주하는 재미가 무척 쏠쏠하지만 , 만약 한나절 안에 그 매력을 충분히 느껴보려거든 도보 코스를 따라 걷는 게 좋다 .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맘때 가볼 만한 구간은 1 코스 예술산책길 . 이는 경복궁 돌담 옆 골목 사이에 자리한 30 여 개의 갤러리와 공방을 둘러볼 수 있는 코스로 오래된 한옥이나 근대 건물을 개보수한 카페 , 문화 공간 등이 모여 흥미를 돋운다 .

나른하게 타박타박 서촌 예술산책길
경복궁역 4 번 출구 ⇀ 대림미술관 ⇀ 통의동 백송 터 ⇀ 진화랑 ⇀ 류가헌 ⇀ 가가린 ⇀ 고희 ⇀ 쌍홍문 터 ⇀ 경복궁 아트홀

대림미술관대림미술관
1996 년 대림그룹이 설립한 대림문화재단이 만든 미술관으로 요즘 가장 핫 (hot) 한 전시장 중 하나다 . 2010 년 디자이너 폴 스미스 전시 때 관객 4 만 명이 다녀간 것을 기점으로 급격히 주목받기 시작하여 2011 년 10 월부터 5 개월간 열린 칼 라거펠트 사진전에는 무려 12 만 명의 관객이 몰리며 인기 전시장 반열에 올랐다 .

미술관의 규모는 아담한 정원을 갖춘 3 층짜리 가정집 정도 . 1967 년 지어진 건물을 대림미술관이 매입 , 프랑스 건축가 뱅상 코르뉴가 고쳤다 . 미술관 전문 건축가인 뱅상 코르뉴는 파리 피카소 미술관의 개조를 맡기도 했다 .

대림미술관의 주요 전시 콘셉트는 ‘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 ’ 이다 . 이에 디자인 , 패션 등 기존의 미술관에서는 잘 다루지 않는 주제를 설정하고 꾸준히 그 개념에 집중하고 있다 .

주얼리 브랜드를 소재로 한 이번 전시 <SPARKLING SECRETS- 스와로브스키 , 그 빛나는 환상 > 역시 일상 속의 액세서리를 예술품으로 조명한 독특한 사례 .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시도되는 전시로 스와로브스키를 소재로 한 설치미술작품 , 미디어아트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 관람은 3 월 17 일까지 .

관람시간 화 ~ 일요일 10 시 ~18 시 ( 매주 월요일 , 설날 및 추석 연휴 휴관 ) 관람요금 성인 ( 만 19 세 이상 ) 5000 원 , 학생 ( 초 · 중 · 고 ) 3000 원 , 어린이 ( 만 3~7 세 ) 2000 원 * 사전에 온라인 회원 가입 ( 무료 ) 후 관람 당일 현장에서 신분증 제시하면 40% 할인

문의 02-720-0667 www.daelimmuseum.org

통의동 백송 터
통의동 백송은 우리나라 백송 중에서 가장 크고 ( 높이 16m, 가슴높이 둘레 5m) 수형이 아름다워 1962 년 천연기념물 제 4 호로 지정되었으나 , 1990 년 7 월 태풍으로 넘어져 말라 죽으면서 1993 년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었고 현재는 그 밑동만 남은 상태다 .

절단된 백송 주변에는 ‘ 문화재청 소유 ’ ‘ 서울시 소유 ’ ‘ 종로구청 소유 ’ ‘ 백송할머니 홍기옥 ( 죽어가는 백송을 살리기 위해 제 몸을 아끼지 않아 ‘ 백송할머니 ’ 로 불린다 ) 소유 ’ 라는 각기 다른 명찰을 달고 있는 나무 네 그루가 심어져 있는데 , 이는 모두 엄마 백송의 일부를 심어 기른 2 세들이다 . 한편 백송이 있던 자리는 추사 김정희가 살았던 집터이기도 하다 . 나무 앞 담벼락에는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추사의 사진과 문패가 걸려 있다 .

진화랑
진화랑
1972 년 10 월 개관한 진화랑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소다 . 이는 진화랑이 한국 현대 작가들을 세계에 알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을 한국에 알리는데 중심 역할을 했기 때문 . 특히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작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을 유일하게 보급하는 화랑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일본 미술 교류의 장을 확대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

전시장은 구관과 신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 구관 앞마당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이기도 한 땡땡이 무늬의 거대한 노란 호박이 놓여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

관람시간 화 ~ 일요일 10 시 ~18 시 ( 매주 월요일 , 설날 및 추석 연휴 휴관 ) 관람요금 무료
문의 02-738-7570 www.jeanart.net

류가헌

사진 위주 류가헌
좁은 골목 안쪽에 자리한 류가헌은 한옥 두 채를 이어 만든 아담한 갤러리다 . 류가헌 ( 流歌軒 ) 은 ‘ 흐르며 노래하는 집 ’ 이란 뜻으로 박미경 관장의 지인이 술자리에서 인디언식으로 지어준 이름을 한자로 옮긴 것이라 한다 .

류가헌은 ‘ 사진 위주 ’ 라는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이 사진을 으뜸으로 치는 갤러리다 . 물론 사진전만 여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작업 가운데 사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 그중에서도 사실을 담담한 시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품을 우대한다 .

사이좋게 기와지붕을 맞대고 있는 두 한옥은 마당을 기점으로 오른쪽은 갤러리 , 왼쪽은 카페와 작업실로 꾸며져 있다 . 대여섯 개의 나무 탁자가 놓인 카페에서는 경남 하동 매실로 만든 ‘ 못난이 매실차 ’ 를 비롯해 문경 오미자차 , 지리산 쑥차 , 해남 메밀차 등 향기 좋은 전통차 ( 모든 메뉴 4000 원 ) 를 즐길 수 있다 . 또 한쪽 벽면에는 사진 관련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 갤러리 관람 후의 감흥을 이어가기에도 좋다 .

관람시간 화 ~ 일요일 10 시 30 분 ~18 시 ( 하절기 19 시까지 ,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요금 무료 문의 02-720-2010 www.ryugaheon.com

가가린

가가린
가가린은 위탁 형식의 헌책방이다 . 헌책방 하면 으레 먼지 수북한 책더미부터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 가가린은 부를수록 기분 좋아지는 귀여운 이름만큼이나 깔끔한 외모로 손님을 맞는다 . 주를 이루는 분야는 디자인 관련 서적 . 그렇다고 꼭 책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다 . 음반 , 문구류에서 액세서리 , 지갑 , 그릇까지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다양한 물건들이 꽤 조화롭게 진열돼 있다 .

그중에서도 특히 눈을 사로잡는 아이템은 독립출판물이다 . 개인이나 소수 그룹이 기획과 편집 , 인쇄 , 제본까지 도맡아 선보인 출판물들은 톡톡 튀는 재미를 선사한다 .

가가린에서 위탁 판매를 하고 싶다면 연회비 2 만원 , 평생회비 5 만원을 내고 회원가입을 하면 된다 . 물건 가격은 본인이 직접 책정할 수 있으며 일부 운영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 구입은 꼭 회원이 아니더라도 가능하다 .
운영시간 12 시 30 분 ~19 시 30 분 ( 설날 및 추석 연휴 휴무 ) 문의 02-736-9005

고희
고희는 커피의 일본식 발음으로 , ‘ 큰 ( 高 , 높을 고 ) 기쁨 ( 喜 , 기쁠 희 ) 이 넘치는 공간 ’ 이라는 뜻을 품은 갤러리 카페다 .

카페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조명을 설치해 따뜻한 느낌이다 . 또 크고 널찍한 좌석이 듬성듬성 놓여 복닥거리지 않고 한결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 벽에는 계절과 분위기를 고려한 그림이 비정기적으로 바뀌어 걸리는데 판매도 함께 이뤄진다 .

대표 메뉴는 직접 구운 빵으로 만들어 내는 브런치 세트 . 신선한 샐러드와 담백한 베이컨 , 감자 구이 등이 풍성하게 접시에 오른다 . 게다가 꼭 브런치 시간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맛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

이밖에 넉넉한 크기의 수제 쿠키와 입에서 살살 녹는 컵 티라미수 케이크 역시 인기 메뉴 . 아울러 모든 음식은 대표가 손수 디자인하고 빚어 구운 그릇에 담겨 나와 한결 먹음직스럽다 .

운영시간 11 시 ~23 시 메뉴 브런치 세트 1 만 5000 원 ~2 만 2000 원 , 컵 티라미수 케이크 6500 원
문의 02-734-4907 www.goghi.kr

쌍홍문 터
쌍홍문은 임진왜란 때 부모를 구하려 자신의 목숨을 바친 두 형제의 효심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내린 문이다 . 홍문이란 충신 , 효자 , 열녀를 기리며 임금이 내리는 문으로 , 대개 문 전체를 붉게 칠한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

조선 선조 때 학자 조원의 아들 희정과 희철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어머니와 어린 조카를 데리고 피란을 떠났다 . 갖은 고생을 하며 강화도에 도착했지만 , 왜구는 그곳까지 침략해 많은 백성을 능멸하고 죽였다 . 이에 두 형제는 어머니를 욕보이려는 왜구에게 맨손으로 맞섰고 이때 큰아들 희정은 왜구의 칼에 숨졌다 . 작은아들 희철은 간신히 목숨을 건져 도망쳤지만 , 왜구와 싸우다 생긴 상처로 결국은 산속에서 숨을 거뒀다 .

나라에서는 두 사람을 위해 조원의 본가 앞에 쌍홍문을 세웠고 , 이 마을은 ‘ 쌍효자 거리 ’ 로 불리게 되었다 . 종로구 효자동의 이름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전해진다 .

경복궁 아트홀

경복궁 아트홀
지난해 1 월 개관한 경복궁 아트홀은 교육 전문 극단인 오렌지 컴퍼니가 운영하는 어린이 공연장이다 . 여기서는 아동성범죄 예방 , 바른 식생활 습관 등 어린이에게 꼭 필요한 교육 내용을 호기심 많고 모험심 강한 만화 캐릭터들과 함께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

현재 공연 중인 < 피노키오 > 는 우리에게 익숙한 명작동화에 어린이 안전에 관한 내용을 추가한 안전 교육 뮤지컬로 노래 , 춤 , 마술 , 탭댄스 등을 곁들인 신이 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 공연 기간은 3 월 2 일까지 . 이어 3 월 8 일부터는 곰돌이 푸와 함께하는 성교육 뮤지컬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

공연은 24 개월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으며 주말 및 공휴일 오후 2 시와 평일 오전 11 시 (3 월까지는 금요일 2 시 공연 추가 ) 에 진행된다 . 단 평일에는 어린이집 등 단체 예약이 많으므로 사전에 전화로 관람 가능 여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
공연요금 2 만 5000 원 ( 겨울방학 기간 40% 할인 적용 1 만 5000 원 , 20 인 이상 단체 관람 시 1 만원 , 사전 전화예매 필수 ) 문의 02-735-0506 blog.naver.com/gbgarthall

이곳도 놓치지 말자

해공 신익희 가옥
독립운동가이자 우리나라 헌법 제정에 크게 이바지한 한 해공 신익희 선생이 국회의장에서 물러난 1954 년 8 월부터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 갑자기 세상을 떠난 1956 년 5 월까지 약 1 년 9 개월 동안 살던 집이다 .

1930 년대 지어진 소박한 도시형 가옥으로 외벽과 내벽 , 창호 등은 일부 변형되었으나 , 건물 구조는 건축 당시의 형태를 잘 유지하고 있다 . 2005 년 2 월 서울특별시기념물 제 23 호로 지정되었으며 해공 신익희 선생 기념사업회에서 소유 , 관리하고 있다 .

현재 집은 개방되어 있지 않다 . 관람을 원하면 해공 신익희 선생 기념사업회로 전화를 걸어 신청하면 된다 .
문의 02-730-7558 www.haegong.co.kr

청와대 사랑채

청와대 사랑채
대한민국의 어제와 오늘 , 그리고 서울의 발전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 전시관 . 국새를 찍어보거나 대통령 집무실 의자에 앉아 보는 등 색다른 경험이 가능해 내국인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더 잘 알려졌다
.
전시관은 1 층 ( 대한민국관 · 서울홍보관 ) 과 2 층 ( 청와대관 · 글로벌리더십관 ) 으로 나뉜다 .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어우러진 입체적인 구성이 돋보이며 구석구석 체험 콘텐츠가 풍성하게 배치되어 꽤 흥미롭다 .

관람이 끝나고 잠시 쉬어 가기에는 1 층 카페가 괜찮다 . 댓돌을 밟고 오른 마루에 앉아 마시는 차 한 잔이 제법 운치 있다 . 옆에는 기념품 판매점이 들어섰다 . 여기서는 전통공예품부터 청와대 로고가 새겨진 지갑 , 시계 , 책갈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

관람시간 9 시 ~18 시 ( 매주 월요일 휴관 , 월요일이 공휴일인 경우 개관하고 화요일 휴관 )
관람요금 무료 문의 02-723-0300 cwdsarangchae.kr

통인시장
통인시장은 기름 떡볶이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미리 양념해둔 떡볶이를 솥뚜껑에 기름을 둘러 볶아내는데 , 쫄깃한 식감과 달콤한 맛이 중독성 강해 자꾸만 손이 간다 .

도시락 카페 역시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 . 엽전 모양의 쿠폰을 구매해 시장 안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담으면 된다 . 완성된 도시락은 시장 내 고객만족센터 2 층 카페에서 먹을 수 있다 . 쿠폰 역시 이곳에서 판매한다 .

운영시간 9 시 ~21 시 ( 점포별로 상이 , 셋째 주 일요일 휴무 ), 도시락 카페 월 ~ 토요일 11 시 ~17 시 ( 엽전 판매는 16 시까지 )
문의 02-722-0911( 도시락 카페 관련 02-722-0936) tonginmarket.co.kr

글 사진: 박은경 기자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본 기사의 copyright는 한국관광공사에 있으며 관광공사의 정책상 무단전재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