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하늘이 내려준 福이다.”

196

봄바람 속에 꽃잎 휘날리면 술 한 잔이 생각난다.
술은 기쁠 때나 슬플 때는 물론 자연적 환경이 좋을 때 찾게 되는 음식이다.
누가 말했던가. "술은 하늘이 내려준 복이다."라고….
술은 풍류를 즐기고 자연을 벗 삼은 우리 선조들의 미적 체험의 궁극적 가치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맛과 멋의 세계는 우리들이 꿈꾸는 유토피아의 판타지 공간이기 때문이다.
술이 갖는 문화적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2000년 전 후한시대 초반기에 활약한 역사가 반고(班固)가 저술한 전한(前漢)시대 통사인 한서(漢書)의 식화지(食貨志)에는 ‘술은 모든 약 가운데 으뜸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애주가들이 술을 예찬 할 때 즐겨 쓰는 말이다.
적당히 즐기면 ‘약’이지만, 과하면 ‘독’이 된다는 술은 그러기에 술을 마시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공자도 술 마시는 것의 어려움을 말했지만 인류역사상 수많은 위인들은 모두 술을 좋아했고 술을 잘 이겨 왔다.
술이란 분명 위험하고 어려운 것이다. 불도 위험한 것이지만 이것을 잘 사용함으로써 문명을 꽃피었던 것이다. 술도 이와 같이 조심스럽게 잘 다룸으로써 인간의 격이 높아지고 문화와 정신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희랍 신화에 보면 제우스를 비롯한 여러 신들이 올림포스 산에서 술을 마신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당시의 술은 신들만의 전유물이었으나 후에는 인간에게도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허용되었다. 술은 문화의 신이며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가 보급하였다.
술의 신이 곧 문화의 신인 것이다, 술이란 정신에 작용하는 식품이므로 예로부터 신성시 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잔을 앞에 놓고 사설이 길면 원래 술 맛 떨어지는 법. 그러나 오늘은 작심하고 술 이야기좀 하고 마셔보자.
한 때 신 구씨가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광고카피로 유행어를 만들어 낸 적이 있었다.
패러디를 해서 ‘니들이 술맛을 알아?’라고 주당들에게 물어본다면 주당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까. 설문조사를 해 본적이 없으니 이렇다 할 모범 답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직장인 10명 중 4명가량이 한 달에 10여 차례 또는 그 이상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1천109명을 대상으로 음주현황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3.3%가 ‘일주일에 2~3번 술자리를 갖는다’고 밝히고 있으며 ‘거의 매일 마신다’는 경우도 4.5%에 달한다는 것이다.

술에는 순 기능과 역 기능이 존재한다.
순 기능이란 처음 만난 사이라도 짧은 시간에 즐겁게 화합하고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폭탄주를 자제하라고 한데 대해 그는 “대화와 타협, 소통이 절실한 정치권에서 술은 소통의 폭도 넓히는 순기능이 강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고단 한 삶, 잠시 마음이 통하는 벗과 어울려 술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도 술이 갖는 순기능이다. 과음만 하지 않는다면 술이 갖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07년 5월 경향신문은 “술 잘 마신 공무원 지역경제 기여?…공로賞 수여 ‘술 취한 행정’”이란 기사를 게재한바 있다.
내용인즉 이렇다.
“술을 많이 마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기에 이 공로패를 드립니다.”
충북 괴산군청 회의실. 전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정례직원조회에서 주당(酒黨) 공무원 3명에게 이색 공로패가 전달된 것. 이들은 사무실 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두주불사형. 평소 술을 많이 마신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수상자에게는 부상으로 건강팔찌가 주어졌고 연말엔 부부동반으로 선진국 견학 기회도 주어졌다. 건강팔찌는 술을 많이 마셨으므로 건강을 챙기라는 의미. 부부동반 여행은 술 마시고 밤늦게 귀가한 남편 뒷바라지에 고생한 부인에 대한 배려라고 한다.
괴산 군수는 “괴산읍내는 야간에 영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아 죽은 도시를 연상케 할 정도로 심각한 경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오죽하면 이런 고육책을 내놨겠느냐”고 말했다.
순 기능 못지않게 역 기능이 더 많은 것이 술이고 보니 공자도 술 마시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 않았을까.
음주로 인한 질병,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가정폭력 원인 등이 술 때문에 일어난다.
과도한 음주에 따른 조기사망과 생산성 감소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0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음주 폐해가 ‘위험수위’에 이른다는 것이 당국의 통계다.
술독에 빠진 한국을 건지자는 노력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경남 김해시가 건전한 술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도전 1.1.2운동’을 펼치고 있다. ‘1가지 술로, 1차에서, 2시간 이내 회식을 끝내자’는 의미인 ‘도전 1.1.2운동’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의 임어당(林語堂)은 이렇게 제안한다.
"봄철에는 집 뜰에서 마시고, 여름철에는 교외에서, 가을철에는 배 위에서, 겨울철에는 집안에서 마실 것이며, 밤 술은 달을 벗 삼아 마셔야 한다"고….
하지만 과유불급. 모든 게 그렇듯이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과음은 자칫 건강과 관계를 해칠 수 있다. 술 못하는 사람에게 강권하는 것도 곤란. 술의 도수와 잔수보다 마주앉음 그 자체로 기분 좋은 일 아닐까. 그 먼 옛날, 수만 리 길을 달려와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소주가 들려주는 속삭임이다. <다음호에는 소주 이야기>

김원하 (교통정보신문․삶과 술신문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