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바닷길 축제 ‘바다에서 솟아난 길’

358

올해로 37회를 맞이한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회동마을과 모도를 잇는 바닷길이 열렸다.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 정해진 시간이 되면 잔잔한 바다 위로 거짓말처럼 길이 떠오른다 . 진도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를 잇는 2.8km 의 바닷길이다 . 조수간만의 차이로 일 년에 단 며칠만 모습을 드러내는 신비한 길을 찾아 진도로 향했다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열리게 한 뽕할머니 전설

이른 새벽 열린 신비의 바닷길. 일 년에 단 며칠, 12시간 차이를 두고 하루에 2번 물때에 맞춰 바닷길이 열린다.

옛날 옛적 , 지금의 회동마을에는 호랑이가 자주 출현했다 . 지금이야 우리가 접하는 호랑이는 동물원 호랑이니 두 눈을 말똥말똥 뜨고 ‘ 아이 컨택 ’ 하는 여유를 누리지만 그 시절에는 최고로 무서운 동물이었으리라 . 목숨을 부지하고자 회동마을 사람들은 바다 건너 자리한 모도로 피신했는데 ‘ 뽕할머니 ’ 한 분만 미처 마을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게 되었다 . 혼자 남겨진 뽕할머니는 가족들을 그리워하며 매일 용왕님께 가족을 만나게 해달라고 기원했다 . 그 간절한 바람은 용왕님을 움직여 섬과 육지 사이를 잇는 바닷길로 나타났다 .

길이 열리자 모도로 피신했던 마을 사람들은 뽕할머니를 찾아 나선다 . 재회의 기쁨도 잠시 , 그리운 이들을 만난 뽕할머니는 기력을 다해 세상을 떠난다 . 마을 사람들은 뽕할머니의 간절한 바람이 바닷길을 만들었다고 여겨 이때부터 해마다 바닷길이 열리는 이곳에서 풍어와 소원성취를 비는 기원제를 지내기 시작했다 . 바닷길이 이어질 때면 회동마을과 모도 사람들은 바다 위에서 만나 바지락과 낙지 등을 잡으며 즐거워했다고 . 이런 마을 전통은 현대로 이어지면서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 로 태어난다 . 우리들이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 모세의 기적 ’ 을 즐길 수 있는 이유다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전설을 품은 뽕할머니 동상

바다로 채워진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 물때에 맞춰 이 둘 사이에 바닷길이 솟아난다.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를 잇는 바닷길

2015 년 , 올해로 37 회를 맞이하는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 는 지난 3 월 20 일부터 23 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 축제의 메인 행사인 ‘ 신비의 바닷길 체험 ’ 말고도 ‘ 진도 무형문화재 체험 ’ 과 ‘ 소원 · 소원띠 달기 ’, ‘ 뽕할머니 소망 돌탑쌓기 ’, ‘ 진돗개 체험 ’ 등의 체험행사와 ‘ 뽕할머니 가족 거리 퍼포먼스 ’, ‘ 진도관광버스투어 ’ 등의 부대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체험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 뿐만 아니라 회동면과 바닷길로 이어지는 모도에서도 ‘ 섬마을 국악의 밤 ’ 과 ‘ 섬마을 음악회 ’ 등의 행사가 볼거리를 더했다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의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진 메인무대, 회동공연장

뽕할머니상 앞 돌탑에 돌을 쌓으며 기원하는 참가자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 바닷길 체험 ’.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은 3 월 20 일 ( 금 ) 오후 5 시 40 분 , 이튿날 21 일 ( 토 ) 에는 오전 5 시 50 분과 오후 6 시 10 분 , 셋째 날 22 일 ( 일 ) 은 오전 6 시 30 분과 오후 6 시 50 분 , 마지막으로 3 월 23 일 ( 월 ) 에는 오후 7 시 30 분으로 공지됐다 . 날씨에 따라 조금씩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축제 기간 동안은 기준 시간 30 분 전후로 바닷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

바닷길은 편도 2.8km 로 길이 열려 있는 동안 회동마을과 모도를 왕복하기는 빠듯하다 . 모도까지 바닷길을 따라 걷고 싶다면 모도까지는 도보로 , 모도에서는 배를 타고 돌아오면 된다 . 모도 ~ 회동 배 시간은 1 일 4 회 (10:30, 11:30, 14:00, 15:00), 회동 ~ 모도는 1 일 5 회 (10:00, 11:00, 13:30, 14:30, 15:30) 이다 . 대인 5000 원 , 소인 2000 원 .
회동공연장을 못가 자리한 선착장에서 회동마을과 모도를 오가는 배가 다닌다.

자유이용권(5000원)을 구입해야 바닷길 체험장으로 들어설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은 이미 가득이었다 . 축제장에서 바닷길이 열리는 뽕할머니상으로 가려면 자유이용권이 필요하다 . 1 인당 5000 원짜리 자유이용권은 입장권 역할을 하는 동시에 축제장 전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

아직 바닷길이 열리려면 한참 남았건만 사진찍기 좋은 장소와 뽕할머니상 주변 바닷길 초입은 이미 만석 . 바닷길을 건너며 해산물을 담기 위해 장화나 등산화 같은 튼튼한 신발과 담을 것을 챙겨든 이들이 가득이다 .

바닷길 위 , 다양한 해산물 잡이는 보너스 ! 이른 새벽 열리는 바닷길에도 체험객들이 가득이다.

거짓말처럼 바다 위로 드러난 바닷길은 갯벌 구경이 처음인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호기심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 다만 ‘ 국가지정 명승 제 9 호 신비의 바닷길이 사라지지 않도록 바닷길 체험 시 호미 , 삽 등 도구 사용 금지 ’ 라는 안내판이 무색할 정도로 참가자들이 적극적인 해산물 채취 도구는 조금 아쉽다 . 바닷물이 빠진 뒤 바닷길에 남겨진 해산물 채취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것 같은데 모두들 장갑에 호미까지 갖추고 나섰다 .

수줍게 속살을 드러낸 바닷길 위에 올라본다 . 바다 한가운데 길이 생겼다 . 길 위에 오르니 양쪽으로 바닷물이 찰랑찰랑 들고 난다 . 신기한 체험이다 . 남도 끝자락이건만 외국인 관광객들도 제법 많이 보인다 . 외국인들에게 인기 만점인 보령 머드 축제가 떠오른다 . 이들은 갯벌이 신기한 것일까 . 아니면 머드 체험을 유독 좋아하는 것일까 . 어째서 충남 서해안도 아니고 한반도 남도 끝자락 진도까지 찾아온 것일까 .

올해로 37 회를 맞이한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 의 주인공 ‘ 신비의 바닷길 ’ 은 1975 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에 의해 프랑스에 소개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단다 . 눈앞에서 갈라지는 바닷길을 본 생경한 풍경은 모두에게 신비로웠으리라 . 천혜의 자연환경 덕분에 시작된 신비의 바닷길 축제는 ‘2015 대한민국 최우수 축제 ’ 로 선정되면서 유명세에 박차를 더하고 있다 .

이른 새벽 열리는 바닷길에도 체험객들이 가득이다.

바다 위에 길이 생기는 신비로운 장면을 직접 보고 또 그 길 위를 걸으며 만나는 다양한 해산물을 잡는 재미까지 더했으니 오감 충족에 부족하지 않다 . 사람들의 발길이 덜한 바닷길 옆 갯바위에서는 미역을 채취하는 이들이 눈에 띈다 . 살아있는 미역귀들이 침샘을 자극한다 . 축제장 안에서의 허기는 장터국밥과 벚굴 등 푸짐한 먹거리부터 간단한 음료와 컵라면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

메인 행사는 바닷길 체험이지만 진도의 명물로 꼽히는 ‘ 진돗개 체험 ’ 도 인기다 .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새끼 진돗개들을 분양받을 수 있어 아이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

미역은 기본 전복도 잡는다.

자 , 마지막으로 매년 진행되는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보자 . 매년 서너 번 정도 바닷길이 열리는데 사람들 활동 시간대인 주간에 열리는 때에 맞춰 축제가 진행된다 . 때문에 날짜는 조금씩 변동이 있다 . 3 월이나 4 월 초라고 해도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이 새벽이나 저녁이라면 바닷바람이 차가워지니 방풍복은 필수다 .

또 갯벌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는 장화나 등산화와 장갑 ( 목장갑이나 고무장갑 ) 도 챙겨야 한다 . 다음으로 담을 것 . 미역이나 바지락 , 전복 등 해산물을 담을 용기까지 준비해가면 남도의 신비로움을 더하는 ‘ 신비의 바닷길 축제 ’ 를 즐길 준비는 완료 !